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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두 전설의 ‘5·16 쿠데타’

등록 2011-12-13 17:23수정 2011-12-13 21:14

21일 개봉 ‘퍼펙트게임’
개인사 배제한 채 경기 초점
허구 버무려 웃기고 울리고
야구영화 실패 징크스 도전
오히려 이 영화는 ‘1987년 5월16일’, 그날의 프로야구 경기를 모르고 보는 편이 더 낫다.

영화는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이 15회 연장까지 던지고도 2-2로 비긴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허구의 내용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이 경기 도중 운동장과 화장실에서 집단 패싸움을 했다거나, 롯데 타자 김용철이 최동원만 보면 화를 내는 신경질적인 선수였으며, 김용철과 해태 선수 김일권이 화장실 휴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 등은 허구의 양념이 들어간 이야기다.

특히 9회까지 2-1로 앞서던 투수 최동원이 해태 만년 2군 포수 박만수(가공인물)에게 동점홈런을 허용하고, 경기가 끝난 뒤 양팀 선수와 관중들이 최동원과 선동열을 연호하는 장면 등은 영화가 가장 극대화시킨 허구적 장치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복합 작용을 일으키면서 피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던졌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열정과 혼을 뜨겁게 느끼도록 만든다. 어깨가 망가지고, 손가락 피부가 터지는데도 물러서지 않는 영화 속 두 선수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포수 박만수가 홈런을 치는 장면 등 눈물을 뽑겠다는 장면에선 눈물을, 웃음을 주겠다는 대목에선 웃음을 끄집어낸다.

영화 막판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에 집중한 40분간 경기 장면에 다소 지루해할 관객도 있겠지만, 야구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들 중 가장 역동적인 경기를 표현했다는 평도 나온다. 강한 승부욕을 지닌 최동원 역을 맡은 조승우와 능글맞으면서도 최동원에 지지 않으려 하는 선동열을 그린 양동근의 연기는 역시 인상적이다. 스포츠 영웅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극적 장치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대중영화로서의 장점을 발휘한다.

그러나 ‘5월16일 경기’자체만으로도 흥분된 추억을 간직한 이들에겐 극적 감흥을 위해 일부 경기 내용과 인물을 과장되게 극화한 지점이 못 마땅할 수도 있다. 영화는 두 선수의 개인사를 거의 다루지 않아 최근 작고한 최동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를 극명하게 보이고 싶었던 탓일까. 후배들에게 따뜻한 선배이면서, 호탕한 리더십과 유쾌함을 지닌 최동원의 여러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냉철한 승부사 최동원’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아쉬움을 남길 법하다. 영호남 지역구도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음모도 등장하는데, 세련되게 영화에 스며들진 못했다.

지금까지 야구를 다룬 한국영화는 관객 200만명을 넘기지 못하는 흥행 징크스에 시달렸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전설적 명승부를 정면으로 다룬 <퍼펙트게임>은 징크스에 맞서 직구승부를 펼쳐낼 수 있을까? 영화는 21일 개봉해 ‘겨울 영화대전’ 한복판에 뛰어든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동아수출공사·다세포클럽·밀리언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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