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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300억 들인 강제규표…소문난 대작 소소한 감흥

등록 2011-12-14 16:23수정 2011-12-14 20:36

영화 <마이웨이>
영화 <마이웨이>
영화 ‘마이웨이’ 22일 개봉
일본군이었다 독일군 된
한국·일본 두 청년 이야기
노르망디전투만 35억 들여
전쟁장면 되레 감정 이완
영화 <마이웨이>의 시사회가 열린 13일. 극장은 도떼기시장처럼 붐볐다. 국내 영화 관계자들이 거의 다 몰려든 듯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총제작비인 300억원대가 들어갔다는 기대감이 한몫했다. 그러나 2시간25분의 영화를 본 뒤, 영화인들은 그만큼의 ‘우려’를 안고 나서는 분위기였다.

현장에서 만난 그들이 가장 의아해한 건 “이상할 정도로 감흥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 7년 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관객 1174만명)에서 한국전쟁을 다루면서 ‘형제애’로 감정선을 자극한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이어서 더욱 그랬다.

“주인공들이 죽을 위기를 몇차례 맞는데도 나열식으로 쭉 전개되는 전쟁 장면들에서 긴장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걱정들을 붙였다. “아…. 어쩌나.”

아시아시장까지 겨냥한 이 작품이 한국영화의 규모와 질을 끌어올리는 도약대가 돼주기를 원했던 마음 속에 불안감이 싹튼 탓이다. “수백억 블록버스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지 않을까”란 목소리도 나왔다.

홍보·마케팅 비용 등을 뺀 순제작비 280억원의 <마이웨이>는 한국 영화가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전쟁 장면을 쏟아낸다. 14개월의 사전 준비단계, 8개월의 촬영 등 감독과 스태프들의 열정이 응축된 결과다.

영화 <마이웨이>
영화 <마이웨이>


영화는 소련군 전차에 폭탄을 안고 뛰어드는 일본군 자살특공대의 모습, ‘쌩~’하고 날아드는 총탄의 속도감, 상공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비행기 등 땅과 하늘을 넘나들며 컴퓨터그래픽(CG)을 동원해 웅대한 전장을 빚어낸다. 전차에 깔리고, 몸이 포탄을 맞아 터지는 등의 전투 장면들은 섬뜩할 정도로 사실감이 묻어난다. 방대한 전투 장면을 빠른 화면 전개와 감각적 연출로 찍어낸 강 감독의 집념이 돋보인다. 한국영화 최초로 도전한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 전투 장면만 라트비아에서 한달 촬영하며 300만 달러(약 35억원)를 들였다. 현재 500만 관객을 넘긴 <완득이>의 순제작비(29억원)보다 많다.

그런데 영화는 도입부에서 집중도를 높였다가, 전투 장면들에서 점차 관객의 감정을 이완시키는 길로 들어선다.

할아버지가 사는 경성으로 온 일본소년 다츠오(오다기리 조)와 그 집 안에서 일을 돌보는 집사(천호진)의 아들 준식(장동건)의 달리기 경주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둘은 성장하며 각종 육상대회에서 1등을 다투고 올림픽 출전을 위한 마라톤대회에 함께 나간다. 준식이 1등을 하지만 일본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누명을 쓰자 집단싸움이 일어나고, 준식과 조선 청년들은 일본군에 징집된다. 그뒤 일본군의 간부와 병사로 만난 다츠오와 준식은 소련군 포로로, 다시 독일군이 돼 노르망디 전투에서 연합군과 맞서는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일본, 중국에서도 개봉하는 이 영화는 조선 청년 준식과 일본 청년 다츠오의 시선을 균형감 있게 다루려고 노력한다. 이런 보편적 시점이 한국 정서에 부합하는 극적인 감정선을 기대한 국내 관객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지는 의문이다. 영화가 대장정의 서사를 풀어놓다 보니, 관객이 조금 지치는 감도 있다. 그래서 희망과 꿈을 잃지 않는 준식의 모습과, 적이었던 두 남자의 우정에서 진한 감동을 주겠다는 목표 지점까지 관객을 끌고갈지 우려를 남긴다. 조선 청년들은 전장과 포로수용소 등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각각의 사연이 드러나지 않아 뭉클함을 높이진 못한다.

가족을 죽인 일본군에게 보복하려고 전쟁에 뛰어든 저격수 역을 맡은 중국 여배우 판빙빙의 출연분량은 상당히 적다. 대부분 일본어 대사여서 한글자막이 꽤 많다.

이런 우려에도 영화계에선 초반 관객몰이를 할 것으로 내다본다. 투자·배급사인 씨제이 이앤앰(E&M)이 700개 남짓 상영관(22일 개봉)을 확보하는 등 ‘배급공세’를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봉 초기 관객들의 평가가 ‘1000만명’ 이상을 넘보는 <마이웨이>가 ‘흥행 하이웨이(고속도로)’에 올라탈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디렉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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