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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화산 폭발하게 해줘요” 소년은 왜 빌었을까

등록 2011-12-18 21:22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 형제, 표정만 봐도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형은 손수 그린 화산 그림을 벽에 붙여놓고 진지하게 화산 폭발을 빌고, 동생은 술에 취한 아빠에게 ‘이번 달 양육수당 절반’을 요구한다. 형제와 친구들은 가족과 다시 모여 살고 싶고, 가면 라이더가 되고 싶고, 사서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고, 야구선수가 되고 싶고, 친구보다 유명한 여배우가 되고 싶고,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고,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 7명 아이들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멀고 거창한 기적보다는 가깝고 시시한 오늘이 진짜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22일 개봉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부모가 헤어지면서 엄마와 가고시마의 외가에서 살게 된 형 ‘고이치’(마에다 고키)와, 아빠와 후쿠오카에서 살게 된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를 중심으로 형제와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기적을 그린다. 고이치는 가족이 다시 모이기 위해선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 화산이 폭발해 후쿠오카로 이사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믿는다. 친구에게 새로 개통한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다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지점에 가서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이뤄진다는 말을 들은 고이치는 비밀 여행을 준비한다.

류노스케는 화산 폭발을 바라는 형의 바람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형의 여행에 동참하기 위해 기차를 탄다. 천진난만한 두 소년과 친구들뿐만 아니라 영화는 어른들도 따스하게 비춘다. 전통과자의 옛맛을 내고 싶은 할아버지와 훌라춤에 빠져 있는 할머니, 꿈을 좇는 아빠와 삶이 힘든 엄마는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다.

그동안 소개된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밝은 분위기의 영화다. 일등공신은 가만히 카메라만 쳐다봐도 반짝반짝 빛나는 두 형제다. 실제로 친형제인 두 소년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자연스러운 얼굴로 영화에서 뛰논다.

고레에다 감독이 만든 전작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이 둘러 앉아 각자의 기적을 말하는 장면은 <원더풀 라이프>에서 중간계의 사람들이 ‘가장 행복했던 하루’를 인터뷰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다 모인 3대의 식탁은 <걸어도 걸어도>와 다른 듯 닮아 있다. 좌절하고 성장하는 소년들이라는 소재는 <아무도 모른다>와 흡사하지만 느낌은 반대다. 인디밴드를 하느라 가족의 생계엔 무심한 아빠 역의 오다기리 조(<공기인형>)를 비롯해 <걸어도 걸어도>에서 한 가족으로 나온 아베 히로시, 기키 기린, 나쓰카와 유이 등 감독의 최근작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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