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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정보통 가족, 언젠간 돌아올게요”

등록 2011-12-27 20:31수정 2012-02-03 19:09

<비빔툰> 정보통 가족의 실제 모델인 홍승우 작가 가족의 2009년 모습. 왼쪽부터 홍승우씨, 동훈군, 유나양, 정지연씨.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들은 홍씨가 보내온 2005년(위)과 2011년(아래) 모습.
<비빔툰> 정보통 가족의 실제 모델인 홍승우 작가 가족의 2009년 모습. 왼쪽부터 홍승우씨, 동훈군, 유나양, 정지연씨.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들은 홍씨가 보내온 2005년(위)과 2011년(아래) 모습.
‘비빔툰’ 14년 연재 마친 홍승우 작가
신혼여행 얘기로 첫회 시작
만화 속 아들 벌써 초6학년
평생 연재하고 싶었지만
가족에 ‘소재대상’ 얽매여
“나만의 작업 전념하고파”
“아듀! 비빔툰.”

서운하고 아쉽다. 2011년의 끝자락, <한겨레>의 상징처럼 된 만화 <비빔툰>을 이제 보내야 한다. 무려 14년 가까이 이어져왔으니, 그동안 강산이 한번 변하고 또 절반가량 변했다.

작가 홍승우(43)씨가 1998년 5월 당시 <한겨레>가 발간한 생활정보신문 <한겨레리빙>에 처음 연재한 만화의 제목은 <정보통 사람들>이었다. 신랑 정보통과 신부 생활미의 신혼여행이 첫 에피소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활미가 임신했고, 아들 다운이가 태어났다. 실제로 홍씨의 아들 동훈(13·중1)이도 그해 태어났다.

1년 뒤인 1999년 5월 <한겨레>에 <비빔툰>을 연재하게 됐다. 처음엔 시사만화로 시작했다가 반응이 시원치 않자, 때마침 <한겨레리빙> 폐간으로 중단된 <정보통 사람들>의 정보통 가족을 <비빔툰>으로 데려왔다. 밋밋하던 독자 반응이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처음에 인터뷰할 때 평생 연재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나요. 그땐 자신감이 넘쳤죠. 지금 보면 참 멋모르고 한 얘기구나 싶어요. 뭔가 하나를 오래 한다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홍씨는 2009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도 “다운이와 겨운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비빔툰>이 20년이고 30년이고 장수하는 만화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땐 그렇게 얘기해놓고 왜 3년도 채 안 돼 그만둘 결심을 했냐고 물었다. “정말로 독자와 함께 늙어가고 싶었는데…”라고 말문을 뗀 홍씨는 오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만화가라 어디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근무를 하는데, <비빔툰> 소재를 찾으려고 가족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뭔가를 보면 ‘이거 또 똑같은 얘기 아닌가? 좀 더 신선한 거 없나?’ 하게 돼요. 그럴 때면 가족을 소재 덩어리로만 보는 것 아닌가 해서 마음이 무거워지죠. 요즘은 아이들에게 ‘뭐 재밌는 거 없냐’며 쫓아다니면 ‘귀찮게 좀 하지 마!’ 이래요. 사춘기인 거죠.”

아들 동훈이와 딸 유나(11·초5)가 만화 속 다운이와 겨운이를 너무 동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아빠로서 두렵다고 했다. 아이들이 만화 속 대사를 똑같이 따라하는 걸 보고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데, 내가 만든 캐릭터에 너무 갇혀 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단다.


홍씨는 “가족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업에 전념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7년 전부터 해왔다”고 털어놨다. <비빔툰>을 계기로 오랜 꿈이었던 어린이 과학 학습만화를 몇몇 잡지에 연재하게 됐지만, 한곳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게 창작자로서의 당연한 욕구와 의무라는 것이다. 그는 “공포물이나 장편극화 같은 본격 성인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비빔툰>은 현재 단행본 8권까지 나와 있다. 내년 봄 9권이 나오면 지금껏 연재한 분량은 일단락된다. 그러면 정보통 가족은 이제 세상에서 사라지는 걸까?

“천만에요. 제 마음속에 <비빔툰>을 계속 가지고 갈 겁니다. 지금 만화 속 다운이가 초등학교 6학년, 겨운이가 4학년이거든요. 곧 사춘기를 맞겠죠. 언제 어디서가 될진 몰라도 사춘기 아이, 사추기 아빠의 얘기를 꼭 그릴 겁니다. 지금까지의 <비빔툰>이 따뜻했다면, 언젠가 다시 이어질 <비빔툰>에는 매콤하고 과격한 가족 얘기도 담기겠죠. 그때까지 마음을 비우고 소재를 차곡차곡 모아야죠.”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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