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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기회비용 들여 선택한 연기…그만한 가치 충분하죠”

등록 2012-01-01 21:24

이제훈(28)
이제훈(28)
2012 이들을 주목하라
`파수꾼’ `고지전’으로 신인상 휩쓴 이제훈
대종상·청룡상 등 4관왕
양면적 얼굴 매력인 ‘샛별’
`점쟁이들’선 천재 괴짜역
“상 걸맞게 기대 부응해야”
잠시만. 이 글을 읽기 전, 사진부터 보시라.

흔들거리는 청춘의 불안함과 한 점을 꿰뚫어보는 집중력이 섞인 눈빛. 선한 부드러움과 자신과 상대의 내면을 무너뜨릴 듯한 공격적인 단단함이 공존한 얼굴. 충무로에선 지금 그의 눈빛과 얼굴을 ‘혼재’와 ‘양면성’으로 읽는다. 당신도 그런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저에게 일어난 거죠. 얼떨떨하고. 어려서부터 영화제 시상식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영화계는 지난해 주요 영화시상식에서 그에게 ‘신인상 4관왕 그랜드슬램’(대종상·청룡상·부일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안겼다. ‘2011년 최고의 발견’이란 부담스러운 평이 따라붙은 상들을 그는 이렇게 해석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널 주목하고 있다, 널 지켜보겠다는 상이라고 생각해요. ‘지켜볼 기회를 준 것이 옳았다고 인정받아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상인 거죠.”

2012년이 더 기대되는 이 청춘배우를 만난 건 새해를 사흘 앞둔 29일, 강원도 삼척 덕산항 포구였다. 짠 내음과 칼바람이 뒤엉켜 휘도는 영화 <점쟁이들>(감독 신정원) 촬영 현장에서 이제훈(28·사진)은 벅차고 들뜰 법한 기분을 그새 누그러뜨린 상태였다. 그는 다소 헝클어진 듯한 펑키 머리모양을 손으로 매만졌다.

“이 영화에서 (공학박사 출신 점쟁이인) ‘석현’이가 괴짜예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인슈타인과 맥가이버를 합친 캐릭터로 잡았죠. 펑키한 느낌의 부스스한 머리모양으로 바꿨고요. <파수꾼>, <고지전>을 본 분들은 색다른 모습을 보고 재밌어할 것 같아요. 그런데 아니면 어쩌지?”

‘고지전’
‘고지전’
‘파수꾼’
‘파수꾼’
지난해 그는 친구들과의 어긋난 소통에 괴로워하다 죽음을 택한 10대 소년 ‘기태’(독립영화 <파수꾼>), 참혹한 전쟁에서 내면의 상처를 안은 20대의 중대장(<고지전>)을 연기했다. 어둡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들이 이제훈을 충무로의 ‘샛별’로 각인시킨 건 아이러니다.

“<파수꾼>은 첫 장편영화 주연으로서 영화를 끝까지 끌어가는 제 스스로의 시험대였죠. 사실 <파수꾼>은 개봉할 거란 생각도 못했는데. <고지전>은 최고의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어떻게 공동작업을 이뤄내는지 프로의식의 개념을 심어줬어요. 누를 끼치지 않을까 강박관념도 굉장히 컸죠.”

두 작품으로 신인상을 거푸 수상하자, 대학 연극영화과 진학과 배우의 길을 반대했던 어머니도 농담 삼아 “더 일찍 시작하게 할 걸 그랬나”라고 했다며 그는 웃었다.

수학을 좋아한 그는 대학에서 생명정보공학을 전공하다 2학년 때 휴학했다. 댄스동아리에서 힙합 춤도 추며 열정을 분산시켰지만, 그는 다시 ‘연기의 꿈’에 다다랐다. “1~2년만 연기해보고,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학교로 오겠다”던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극단 생활 등을 했던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08학번으로 재입학했다.

그는 ‘기회비용’이란 표현을 썼다.

“우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했어요. 그러곤 물었죠. ‘너 하고 싶니? 할 수 있겠니?’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배우란 직업의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딜 수 있겠니?’ 그런데 연기하는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죠. 최선을 다한다면 원하는 것을 당장 얻지 못해도 경험이 쌓이면서 (배우로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생에서 치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올해 개봉할 영화 <점쟁이들>, <건축학개론>을 촬영중이다. 지난해와 달리 가볍고 감성적인 배역으로 자신의 ‘가능성의 확장’에 나선다. <점쟁이들>은 악령이 깃든 어촌 마을에 점쟁이들이 모여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코믹 호러다. <건축학개론>은 건축사무소에 다니는 승민(엄태웅)에게 대학 시절 첫사랑(한가인)이 찾아와 집을 지어달라며 시작되는 로맨스 멜로 영화다. 이제훈은 스무살 시절 ‘승민’을 맡았다.

“<파수꾼>, <고지전> 때는 배역 탓에 괴로워하고 힘들었는데, <점쟁이들>에선 신나게 논다는 느낌이에요. 코믹 순발력이 좋은 김수로, 강예원 선배님들과 같이 하니까 난 좀 무게감을 가지고 가도 되겠구나 했는데, 두 분보다 더 방방 뛰기도 하죠.”

‘주목하는 눈’이 더욱 많아진 올해, 그는 “두 작품이 흥행했으면 좋겠고, 촬영이 끝나면 좋아하는 홍콩 여행도 가고 싶다”고 했다. 숙소인 모텔로 향하는 그에게 방에서 컴퓨터 게임이라도 즐기냐고 물었지만, “티브이 뉴스를 보거나, 주로 다음날 촬영에서 어떤 창조적인 연기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감독님·배우들과 얘기를 나누는 편”이라 했다. “좀 고리타분해보일 수 있는데, 이 시간이 아니면 못하고 지나가버릴 일들이니까요.” 조금씩 내딛는 그 고리타분한 접근법으로 그는 ‘충무로의 뜨거운 배우’에 다가가고 있다.

삼척/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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