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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신파 가속도에 제동 걸 ‘페이스메이커’ 없나요?

등록 2012-01-04 20:23

19일 개봉 영화 ‘페이스메이커’
눈물자극 강박탓 사실성 약점
김명민, 순박한 주인공 ‘빙의’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30㎞ 지점까지 팀 동료의 속도를 조절해주는 ‘페이스메이커’로 뛴 ‘주만호’(김명민)는 그 지점에서 경기를 중단한다. 선두권은 이 지점부터 더 속도를 내 달아난다. 주만호는 두 형제만이 아는 신호로 다시 뛰라고 권하는 동생을 발견한다. 그는 달린다. 다리에 경련이 나자, 도로변 관중에게 다가가 깃발을 뺏은 뒤 다리를 찔러 피를 내면서 뛴다. 30㎞ 지점에서 머뭇거리고, 경련까지 일었던 이 선수는 어찌된 일인지 선두권을 죄다 따라잡아 1·2등을 다투며 결승선을 끊는다. 영화 속 캐스터의 흥분된 외침처럼, “이건 기적”에 가깝다.

또하나, 장대높이뛰기 선수 ‘유지원’의 올림픽 경기 모습은 그를 연기한 여배우 고아라의 상큼하고 늘씬한 자태를 화면에 가득 채우는 역할을 한다. 허공을 가르는 이 육상 종목의 유려한 역동성과 긴장감은 저만치 밀려나 있다. 이 영화는 스포츠를 소재로 하지만 스포츠의 사실성에선 성실하지 못한 편이다. 영화의 목표 지점이 어떻게 하면 ‘루저’(패자) 취급을 받던 ‘주만호’의 기적 같은 레이스를 통해 감흥을 극대화시킬 것인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 <페이스메이커>(19일 개봉·감독 김달중)는 그간 한국영화가 다루지 않은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재로 빌려, 휴먼드라마에 다가서려는 작품이다. 다른 선수들의 속도를 끌어주며 30㎞까지만 뛰는 ‘페이스메이커’였던 주인공 ‘주만호’가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에서 완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주만호의 불우한 시절, 양쪽다리 길이가 다른 신체적 결함, 그의 유일한 희망인 외교관 동생의 냉대와 화해 등을 더해 뭉클함도 담아낸다. 조력자, 주변인으로만 살던 주만호가 삶의 주인공으로서 끝까지 마라톤을 완주하며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런던에서 촬영한 마라톤 장면에서 이 영화가 가장 공을 들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 마라톤 30㎞ 지점에서 동생이 주만호에게 다시 뛰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관객의 눈물을 노리는 핵심 장면이다.

<페이스메이커>는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신파적 장치들을 배치한다. 라면을 보면서, 라면을 먹지 못한 과거를 회상하는 식의 장면이 영화 곳곳에 나온다. 신파로 치닫는 속도를 조절해줄 ‘영화상의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군살을 뺀 주인공 김명민은 순박하면서도, 의지가 굳은 주만호를 맡아 인물의 감정과잉을 막으며 제 몫을 해낸다.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보이기 위해 인공치아까지 끼고 연기했다. 극사실주의 연기를 보여온 김명민의 저력이라면, 다소 발음을 방해하는 듯한 인공치아에 의존하지 않고 인물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느낌도 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드림캡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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