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44) 감독
`코알라키드’ 이경호 감독
85억 투입 한·미합작 3D애니
외톨이 ‘변종’ 코알라의 모험담
정교한 묘사…15개국 선판매
“2월까지 상영 계속 됐으면”
85억 투입 한·미합작 3D애니
외톨이 ‘변종’ 코알라의 모험담
정교한 묘사…15개국 선판매
“2월까지 상영 계속 됐으면”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 이 지면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배우 인터뷰를 실어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보려던 참이었다. 더군다나 총제작비 85억원(순제작비 70억원)의 애니메이션이라는데, 도대체 어떤 정체의 영화인지 가타부타 사전홍보도 떠들썩하지 않아 이 애니를 관심권 밖으로 밀쳐둔 탓도 있었다. 그런데 시사회에서 본 이 애니메이션의 ‘품질’이 예정에도 없던 이경호(44·사진) 감독과 기자를 마주하도록 잡아당겼다.
-놀랐어요. 꽤 재미있어서. ‘우리가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당신들의 자신감이 상영시간 내내 느껴지더군요.
“일반시사회에선 어른 관객뿐 아니라, 아이들이 소리지르며 웃고, 의자에 앉아 잘 집중하지 못하는 4~5살 아이들까지 몰입하는 걸 보고 저도 놀랐어요. 주인공 코알라 ‘쟈니’가 겪는 에피소드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게 했죠. 우리 영화와 (김명민 주연의) <페이스메이커>를 같이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페이스메이커> 홍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 영화 반응을 보고 롯데의 생각도 좀 달라진 듯해요.”
-영화 메시지도 강하더군요.
“백색변종이어서 따돌림을 당하던 쟈니가 영웅이 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내적) 성장을 하죠. 보통 ‘특별하다’와 ‘특이하다’를 다른 뉘앙스로 사용하는데, ‘내가 특별하다,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어느 나라든 비주류의 사람들이 있어 다른 나라 관객들도 쟈니를 보고 희열을 느낄 겁니다.”
‘다른 나라’를 언급한 것은, 12일 개봉하는 입체영상(3D) 애니메이션 <코알라키드: 영웅의 탄생>(제작사 디지아트)이 세계시장을 노린 글로벌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78%, 미국의 ‘더 애니메이션 픽처 컴퍼니’가 22% 투자했다. 미국 작가가 시나리오에 참여했고, 그림과 입체영상은 국내 애니메이터들의 손끝으로 100% 완성했다. 약 18개월의 제작기간이 들었다.
영화는 별난 외모 탓에 외톨이였던 쟈니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자연에 떨어진 뒤, 악어 ‘보그 일당’한테서 동물 친구들을 구해주는 좌충우돌 모험담을 다룬다. 사실 비주류 캐릭터의 영웅담이란 골격은 새로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공중돌기, 발차기, 부메랑 던지기 등 액션들이 상당히 정교하다. 쟈니가 계곡의 다리를 건너다 죽을 위기를 넘기는 장면, 뱀들과 싸우다 살아나고, 자신을 공격하던 도마뱀과 친구가 되는 모습 등 에피소드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털과 몸에 젖은 물 등을 구현한 만듦새가 빼어나, 한국 애니의 진일보한 성취를 보여준다. 공중그네타기 등 서커스를 펼치며 악당 보그를 물리치는 마지막 장면도 창의적이다.
“최소 제작비 1000억원 이상의 할리우드 애니에 눈높이가 가 있는 국내 관객에게 퀄리티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할리우드는 물·구름·먼지만 만드는 기술전문가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주변 사람들 모두 그 제작기간과 비용으론 털의 정교함, 물이 떨어지는 속도와 질감 등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 했어요. 우리 애니메이터들이 물과 털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털과 물을 만드는 ‘최적의 수치값’을 찾아낸 결과죠. 조감독은 몸무게가 10㎏이나 빠졌어요.”
처음엔 ‘털이 없는 쟈니’를 구상했으나, 애니메이터들의 열정이 ‘털을 가진 귀여운 쟈니’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완성된 쟈니를 보고 눈물을 흘렸죠. 이놈에게 ‘반갑다, 쟈니. 널 만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기다린 거냐’라고 말했죠.”
이 영화는 15개 나라에 미리 팔려 200만달러(약 23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국외에선 <아웃백>이란 제목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북미에서도 300만달러 남짓 선구매 제의가 왔는데, 완성작을 보면 더 높게 팔 수 있을 것 같아 거절했죠. 해외 판매로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에 투자한 회사와 합작한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2006)를 연출해 500만달러 가까운 판매 실적을 거둔 바 있어, 자신감이 커 보였다. 그는 “2월 베를린영화제 마켓에서 판매실적을 기대하는데, 그때까지 국내 극장에 작품이 걸려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극중 배경 등이 한국적이지 않은 이 작품에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2초의 숨은그림’이 있다고 귀띔했다. 악당 독수리가 쟈니의 정체가 적힌 종이를 낚아채는 쓰레기통 주변에 깔린 신문에 가수 김장훈이 <뉴욕 타임스>에 실은 ‘독도 전면광고 사진’을 넣었다고 한다. 이 장면이 “딱 2초 정도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그룹 샤이니의 태민이 ‘쟈니’, 소녀시대 써니가 ‘미란다’의 목소리를 맡았다. 쟈니와 미란다의 입맞춤에선 아이들 관객의 환호성도 터지는데, 조금씩 사랑이 스며들도록 이야기를 설계한 이 영화는 의외로 강한 로맨스도 담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디지아트 제공
“최소 제작비 1000억원 이상의 할리우드 애니에 눈높이가 가 있는 국내 관객에게 퀄리티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할리우드는 물·구름·먼지만 만드는 기술전문가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주변 사람들 모두 그 제작기간과 비용으론 털의 정교함, 물이 떨어지는 속도와 질감 등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 했어요. 우리 애니메이터들이 물과 털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털과 물을 만드는 ‘최적의 수치값’을 찾아낸 결과죠. 조감독은 몸무게가 10㎏이나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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