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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네 꿈만 꿈이고 내 꿈은 개똥이야? “이 대사, 마음에 쏙 들어”

등록 2012-01-15 20:37

엄정화는 “결혼은 내 꿈이 아니었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지 못해 결혼이 더 늦어진 것도 같다”고 했다. 서울 시내 카페에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이젠 결혼을 꿈꾸고 있고, 콩깍지가 씔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엄정화는 “결혼은 내 꿈이 아니었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지 못해 결혼이 더 늦어진 것도 같다”고 했다. 서울 시내 카페에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이젠 결혼을 꿈꾸고 있고, 콩깍지가 씔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8일 개봉 ‘댄싱퀸’의 엄정화
가수의 꿈 이뤄가는 주부
춤·노래·연기 모두 보여줘
“이 영화는 내 꿈의 집합체”
동생 엄태웅 영화와 맞붙어
인터뷰에 앞서, 영화홍보팀에선 엄정화(43)의 ‘갑상샘암 수술’에 대한 언급을 피해달라고 부탁했다. 2년 전 수술을 받아 완쾌 단계에 이르렀으니, 가급적 그 기억을 다시 불러내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수술 얘기는 엄정화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진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영화 <댄싱퀸> 삽입곡을 녹음하러 녹음실에 들어가서, 울컥울컥하며 녹음했어요. ‘다시는 이 녹음실에 못 들어온다, 가수로서 어렵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전엔 내가 강렬한 붉은빛이었다면, 이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한 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고 경고한 수술이 큰 계기가 됐다.

“아 참, 내가 가수였지?”란 생각까지 들게 했다는 이 영화에서 그는 춤도 원없이 춘다. “그런데 영화에선 그룹 ‘댄싱퀸즈’ 멤버이다 보니, 노래도 나눠 부르고, 춤도 서로 맞춰야 하고. 솔로가수인 저에겐 좀 낯설고 재미없던데요. 무대에서 혼자 다 하고 싶더라니까요.”

“춤, 노래, 연기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그린 꿈의 그림”이었다는 엄정화에게 춤추며 노래하고, 연기까지 하는 이 작품은 ‘꿈의 집합체’다. 그는 이 작품을 “힘든 시간을 겪은 나에게 ‘파이팅’ 할 힘을 준 영화”라고 했다.

18일 개봉하는 <댄싱퀸>(감독 이석훈)은 개똥처럼 버려진 꿈을 다시 찾아내 도전하라는 에너지를 주는 뭉클한 코미디영화다. ‘뭉클한’을 덧붙인 건, 이 영화가 눈물까지 뽑아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엄정화’ 실명으로 나오는 엄정화는 한때 ‘신촌마돈나’로 불리며 잘나갔지만, 돈 못 버는 인권변호사 남편 ‘황정민’ 때문에 에어로빅 강사를 하는 억척 아줌마로 살아간다.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남편 몰래 그룹 ‘댄싱퀸즈’ 데뷔를 준비한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까지 뛰어든 남편 황정민이 댄스가수가 되려는 아내에게 서운한 소리를 하자, 엄정화는 맞받아친다. “네 꿈만 꿈이고, 내 꿈은 개똥이야?”

12일 만난 그는 “이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꿈은 가족, 또 누군가를 위해 희생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화려한 원색의 에어로빅 옷을 입은 극중 자신의 모습이 “너무 민망했다”고 할 만큼, ‘섹시퀸 엄정화’를 영화 곳곳에서 버린다. 영화에선 실제 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케이>에 출연해 숨을 헐떡거리며 춤추는 모습도 나온다. 자신이 섭외한 가수 이효리가 영화 속 심사위원으로 나와, 불합격 판정을 내린다. 엄정화는 “내가 언제 효리 앞에서 심사를 받아보겠어요? 재밌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황정민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마지막 시장후보 경선의 연설 장면을 촬영할 때 황정민씨를 보면서 저도 울었어요. ‘저 배우 참 잘하는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효리가 ‘롤모델’로 꼽는 엄정화는 내년이면 가수·배우로서 데뷔 20돌을 맞는다. “올해 음반 준비도 할 생각”이라는 그는 “왜 나에겐 한꺼번에 확 주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시절도 많았다”고 떠올렸다.

“어떤 배우가 나를 추월해서 톱배우로 인정받고, 상도 탁탁 받을 땐 답답하기도 했죠. 가수로서도 이효리처럼 선풍적인 열풍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늘 그룹 에이치오티(HOT), 지오디(god), 핑클 등과 함께 활동해서 가요대상에서도 밀리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했죠. ‘지금 주어지지 않으면 언젠가 주어질 것이다. 천천히라도 올 것이다’라고.”

10대 청소년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그 친구들에게 이번 영화가 말하는 ‘꿈의 가치’를 들려주고 싶어했다.

“<슈퍼스타 케이> 심사위원 하면서도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가수로 가는 꿈이 막막하지만, 그만큼의 간절함이 아이들의 표정에 있었기 때문이었죠. ‘나는 소중하다, 그런 나에게 꿈을 이뤄주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나를 가볍게 여기면 꿈도 가볍게 없어지거든요.”

이 영화는 4남매의 막내동생 엄태웅의 <네버엔딩스토리>와 같은 날 개봉한다. ‘엄 남매의 설날대결’이란 얄궂은 상황이 됐다. 아버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일찍 부친을 여읜 뒤 서로 의지하며 지낸 동생에게 누나는 “태웅이 영화도 좋은 내용의 작품이란 평가를 받아 안심이 된다. 개봉일에 내 영화도 보고, 동생 영화도 볼 생각”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헤어질 무렵, 엄정화는 “‘겸’이 아니라 ‘~이자’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가수 겸 배우가 아니라, 가수이자 배우”란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멋지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그만둘 것이다. 멋지지 않은데도 하는 건 억지”라고 했다.

“무대에, 또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스스로 느끼는 에너지와 자신감이 있는데, 그것이 쑥 빠져나가는 순간까지요.”

글쎄, 엄정화의 그 에너지가 언제 고갈될지, 지금으로선 당최 예상할 수 없지만.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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