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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101분에 압축’ 노감독의 저력·입소문 전략 주효

등록 2012-01-26 17:25수정 2012-01-26 22:06

영화 <부러진 화살>의 홍보용 사진에 나온 주요 출연 배우들. 의자에 앉은 안성기(주인공 김경호 교수)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나영희(김경호 교수의 부인), 박원상(박준 변호사), 김지호(장은서 기자)가 서 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영화 <부러진 화살>의 홍보용 사진에 나온 주요 출연 배우들. 의자에 앉은 안성기(주인공 김경호 교수)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나영희(김경호 교수의 부인), 박원상(박준 변호사), 김지호(장은서 기자)가 서 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화살촉 세구나! ‘부러진 화살’ 이유있는 대박
배우·스태프 ‘러닝 개런티’
상영시간 짧아 회차 늘어
제작사 “내주 200만 기대”
“나도 영화 제목에 ‘화살촉’이라도 넣어 볼까?”

최근 만난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지난해 <최종병기 활>(740만명)에 이어 새해 초에도 <부러진 화살>(사진)이 개봉 1주일여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과녁을 맞혔기 때문이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를 보면, <부러진 화살>은 개봉 8일 만인 25일까지 손익분기점(50만명)의 두배인 104만1738명을 모았다. 제작사 ‘아우라픽처스’ 쪽은 “다음주 200만명도 돌파할 듯 보인다”고 내다봤다. 순제작비 5억원의 ‘저비용’ 영화가, 흥행 수익과 사회적 파장에서 ‘고효율’ 효과를 거둔 힘은 뭘까?

■ 고통분담 배우와 스태프들이 사법부와 사회 기득권을 겨눈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작비의 고충을 나눴다. 교통비 정도만 받고 출연한 안성기 등 배우들은 수익이 나면 지급받는 ‘러닝개런티’ 조건으로 참여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스태프들도 수익의 일정 지분을 받는 식으로 동참했다.

김형구 촬영감독(<살인의 추억> <괴물> <북촌방향>), 정영민 조명감독(<괴물> <역도산>), 김석원 음향감독(<부당거래> <태극기 휘날리며> <공동경비구역 JSA>), 김준석 음악감독(<써니> <추격자>) 등이 의기투합했다. 김지연 프로듀서는 “제작사 몫 수익의 60%를 배우와 스태프에게 주기로 했고, 막내 스태프 지분율도 다른 영화에서 주는 수준보다 높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 삼자 협력의 힘 <부러진 화살>은 사회성 짙은 영화 연출 경험이 있는 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관객과의 대중적 소통 경험이 풍부한 ‘명필름’이 마케팅을, 영화배급계 ‘신흥세력’으로 떠오른 ‘뉴’(NEW)가 배급을 맡았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삼자 협력’으로 대기업 투자·배급망을 탄 설 연휴 경쟁작들과 맞서 작품을 흥행 상위로 올려놓았다.

‘명필름’은 적은 마케팅 예산을 극복하기 위해 개봉 전부터 ‘2만명 일반 시사회’를 열어, 트위터 등으로 입소문 효과를 높였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블라인드> 등 예산 덩치는 작지만 콘텐츠가 충실한 영화를 배급했던 ‘뉴’는 <댄싱퀸>(씨제이 이앤엠), <페이스메이커>(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배급망 틈에서 245개 개봉관을 확보했다. ‘뉴’의 김재민 차장은 “전국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적어도 250여개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봤다. 시나리오가 좋아 관객의 마음이 움직이면 상영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부러진 화살> 상영관은 400여개관으로 늘었다.

■ 101분 압축의 효율 요즘 한국영화의 상영시간은 보통 2시간을 넘긴다. 이야기와 볼거리가 풍부해졌지만, 영화가 늘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부러진 화살>은 예산 규모를 고려한 면도 있지만, ‘101분1초’란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에 이야기를 응축시켜 몰입도를 높인다. 김지연 프로듀서는 “편집 전 현장 촬영분량도 130여분 정도였다”고 했다. 상영시간이 짧아, 1개관에서 상영 회차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안시환 영화평론가는 “상영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최근 한국영화가 감독들의 지나친 미학적 시도와 욕심 탓에 이야기의 잔가지가 많거나, 길어지는 경향도 있다”며 “<부러진 화살>은 다양한 사회문제와 결합시키는 욕심을 버리고, 하고 싶은 얘기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냈을 때 대중성도 선명하게 획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젊은 감독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 노감독의 저력 영화계에선 66살 정지영 감독이 노감독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고 반긴다. 최근 자본을 쥔 젊은 투자자들이 30~40대 감독들과 작업하는 빈도가 늘면서 노감독들은 ‘뒷방 어른’으로 밀려나 있었다. 정 감독은 “젊은 투자자들이 나이 든 감독들과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인생과 사회를 깊이있게 조망하고 세대를 초월하는 내용을 만들 수 있는 노감독들의 작품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아우라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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