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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키스보다 더 뜨거운 눈물…말없이 가슴 적시네

등록 2012-01-29 17:44

영화 <아티스트>
영화 <아티스트>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
왕년의 스타와 신인배우의 사랑
아카데미 10개부문 후보 ‘화제’
뭐, 대충 몇몇 장면만 무성영화 장치를 썼겠거니 생각하면 틀렸다. <아티스트>는 영화 끝까지 흑백 무성영화다. 대뜸 ‘따분하지 않을까’ 싶을 텐데, 그래서 이상한 노릇이다. 말과 색상으로 꾸미지 않았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수다스러운 말과 현란한 영상효과에 포위된 현대 관객에게 이 영화는 오히려 신선한 자극을 준다. 말없이 사랑과 인생을 말하는 아름다운 영화다.

16일 개봉하는 <아티스트>(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1930년 전후 미국이 배경이다. 무성영화 남자 스타배우 조지(장 뒤자르댕)는 유성영화 출현이란 변화의 물결을 거부하다 몰락한다. 조지는 한 시대가 만든 시스템에서 가장 쓸모있는 사람으로 취급받다가 새 시스템에서 도태되어 용도폐기될 수 있는 ‘나약한 개인’의 처지도 대변한다.

무성영화 단역배우 페피(베레니스 베조)는 유성영화에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다. 조지를 짝사랑했던 페피는 점차 삶을 파괴시켜 나가던 조지의 마음을 사랑으로 움직여 그를 다시 일으켜세운다.

영화는 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다. 하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자동차 뒷자리에서 가진 것을 잃고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조지를 바라보는 페피의 ‘눈물 한방울’은 키스보다 뜨거운 사랑의 정서를 전한다. 표정에서 감정을 풍부하게 읽어내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취한 덕에 진부하게 느껴질 법한 고전적 사랑이야기는 한층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아티스트>는 시대 변화 속에서 구세대로 몰린 조지와 새 시대 상징이 된 페피가 사랑과 이해의 힘으로 간극을 허물고 삶을 진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성영화 ‘몸짓’과 유성영화 ‘소리’의 접점을 찾은 방식으로 조지가 페피와 함께 유성영화 촬영에 나서는 흥겨운 결말은 미소를 짓게 한다.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은 또다른 주연이다. 음악은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전개에 맞춰 소리와 리듬의 강약을 조절하며 대사 없는 빈틈을 메운다. 조지의 단짝인 강아지의 연기는 영화의 활력소다.

프랑스 코미디배우 장 뒤자르댕은 말이 들리는 듯한 몸짓연기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최근 미국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음악상을 탔고, 2월26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선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막판에 배우들의 목소리를 잠시 들려주는데, 무성영화를 보던 옛 관객들이 유성영화의 말소리를 접했을 때의 신선함을 간접체험하게 만드는 효과도 거둔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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