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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약삭빨라 더 짠한…능글맞게도 “살아 있네”

등록 2012-01-29 18:37

“겉으로 보면 깡패 영화 같지만 사실은 사내들에 대한 동정, 연민 그런 것들이 담겨 있어요.” 2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주인공 ‘최익현’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겉으로 보면 깡패 영화 같지만 사실은 사내들에 대한 동정, 연민 그런 것들이 담겨 있어요.” 2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주인공 ‘최익현’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 인터뷰
건달같은 비리 공무원 맡아 몸 불리고 공백기 깨기 열연
외로운 남자들 연대 보여줘…“아저씨 바람피는 얘기 하고파”
“살아 있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이 대사를 왠지 따라하고 싶어진다.

2일 개봉하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일반 시민도 건달도 아닌 ‘반달’ 최익현 역을 맡은 최민식(50)은 기분이 좋을 때마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살아 있네”를 감탄사처럼 내뱉는다. 평소보다 10㎏ 이상 불린 몸으로 유들유들한 웃음을 흘리던 최민식을 2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에 배운 말이에요. (부산 출신인) 윤종빈 감독이 친구들하고 자주 썼대요. 길에서 예쁜 친구들이 지나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했던 말이라고. 그게 재밌더라고요.”

최민식은 전날 시사회 때 관객 반응이 좋았다며 조금 흥분한 모습이었다. “특히 여성 관객들 반응이 좋아서 기뻤어요. 여자 후배한테 ‘화장실 가서 얘기 좀 들어봐라’ 시켰거든요(웃음). 소도둑 같은 놈들이 나와서 두드려 패고 맞고 하니까 여성 관객들은 흥미 없지 않을까 했는데, 재밌다고들 하니 다행이다 싶었죠.”

최민식의 말대로 <범죄와의 전쟁>은 수컷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다. 1980~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약삭빠른 계산으로 발버둥치는 최익현과 그가 발담은 건달 세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가 권력(검사)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린다.

세관 공무원들의 수입품 빼돌리기부터 고위층의 어린 자녀에게 고액의 용돈을 찔러주는 건달들의 로비 행태 따위의 크고 작은 비리를 묘사한 장면은 아버지가 고위 경찰관이었던 윤 감독의 어렴풋한 기억에서 비롯됐다.

주인공 최익현이 90년대 ‘범죄와의 전쟁’에 걸려 검거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80년대 부산항으로 넘어간다. 부산항 세관 공무원인 최익현은 동료들과 일삼아 비리를 저지르다가 해고될 위기에 빠지는데, 우연히 발견한 마약으로 ‘한탕’을 해보려고 조직폭력배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으면서 건달 세계에 들어간다.

최익현은 주먹은 쓸 줄 몰라도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을 이용해 자리를 잡아간다. 생전 처음 보는 건달에게 문중을 캐물으며 집안 어른으로 등극하는가 하면, 온갖 ‘아는 사람’을 동원해 사업을 확장하는 박쥐 같은 처세술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나쁜 일을 저지르지만, 어쩐지 우스꽝스럽고 불쌍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다.


“최익현은 누가 봐도, 어디선가 본 듯한 아저씨죠. 수다스럽기도 하고, 뭐든 연줄로 엮으려고 하는 것 하며…. 그게 아저씨들이 외롭고 나약하니까 그런 거거든요. 혼자면 외로우니까. 어떻게든 연대의식을 느끼려고 하는 거예요. 굉장히 짠하죠.”

쉰에 접어든 가장이자, 40대 중반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며 “대중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 고민한” 배우로서 그는 최익현 같은 ‘아저씨들’의 외로움에 감정이입하고 있었다.

“정직하게 일해서 집 한 칸 마련하기도 힘든 세상이잖아요. 그러니까 손에 똥을 묻히고, 그게 당연한 듯 물들어가고…. 이 아저씨들이 원래부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거든요. 나도, 가족도 사수했지만 왠지 공허하고, 꽉 찬 행복이 아닌거죠. 그런데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진짜 많거든요. 자기 스스로 돌아볼 때 뼛속 깊이 나쁜 놈이 아닌 이상, (생기는) 내면의 갈등과 공허함을 유머러스하게 달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는 범죄 세계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차갑기보단 뜨겁고, 심각하기보단 정겹다. 힘을 빼고 코미디를 택했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하면 내가 이기죠”라며 진지하게 ‘폼’을 잡는 최형배 등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조금은 우습고 모자라서 ‘나쁜 놈’인데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한국적인 멜로영화’를 찍고 싶다고 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문학적 색채가 나는 것 말고 한국 아저씨 아줌마들이 바람피우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되게 웃기면서도 슬플 것 같아요. 참아야 하니까. 가족, 자식이 있으니까. 절제하는 게 슬픈 것이거든요. 그런 걸 만들면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 다 울 텐데.(웃음)”

그는 최근 <마이웨이>, <퍼펙트 게임> 등 흥행 기대작들이 고전한 것을 아쉬워했다. “영화들이 계속 손해를 보면 투자 환경이 위축되요. 일단은 돈이 남아야 감독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웰메이드로 만들 수가 있어요.” 그래서 <범죄와의 전쟁>이 흥행에 성공해 한국영화의 숨통을 틔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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