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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위안부 아픈 역사 사라지기 전
내 혼 담아 최고로 만들겁니다”

등록 2012-02-05 22:14

‘꽃신을 신고’ 촬영 앞둔 곽재용 감독 이메일 인터뷰
곽재용(53) 감독의 답변 메일은 3일 새벽 1시59분이 되어서야 들어왔다. “늦게까지 촬영해 메일이 늦어졌다”고 그는 양해부터 구했다. 지금 그는 한·중·일 합작영화 <양귀비>를 중국에서 촬영중이다. 애초 2월에 촬영이 끝날 것이라 알려졌는데, 그는 “사극에 대한 중국의 검열이 강화돼 시나리오 수정을 하느라 촬영한 지 일주일 정도 됐다. 귀국은 5월 초나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양귀비를 맡았다.

중국에서 쉴새없이 지내는 그는 지난 1월 한통의 메일을 통해 차기작 소식을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일본군에 끌려갔던 위안부의 아픔과 실화를 담은 100억 대작 <꽃신을 신고>를 연출하게 됐으며, 올해 상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란 내용이었다.

"증언해줄 분들 살아계실때
이 영화 만들어야겠다 생각”

“쉰들러 리스트를 만든
스필버그 심정과 비슷”

“내딸 나이쯤 끌려갔다니…
사회적 논의로 확대되길”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가 파장을 낳았듯, <꽃신을 신고>도 한·일 양국의 민감한 사안인 위안부 문제를 푸는 사회적 힘을 모아낼 수 있을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지난 20년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000회가 넘는 수요시위를 열었지만, 일본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대사관 앞에 세운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나오는 판이다.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등을 연출한 곽 감독은 왜 ‘위안부 소녀상’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내고 싶은 걸까? 전자우편 인터뷰는 그 ‘왜?’로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난해 12월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번째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평화비)’을 만져 보고 있다. 크기 120㎝의 소녀상과 빈 의자로 이뤄진 이 평화비는 일본대사관을 마주 보게끔 설치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난해 12월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번째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평화비)’을 만져 보고 있다. 크기 120㎝의 소녀상과 빈 의자로 이뤄진 이 평화비는 일본대사관을 마주 보게끔 설치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위안부 문제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차기작으로 <꽃신을 신고>를 택한 이유는 뭡니까?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의 처절한 아픔을 잊지 않고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져서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죠. 우리나라에도 그만큼 아픈 역사가 있었고 그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지만,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당시의 일들을 증언해줄 분들이 생존해 계실 때 이 영화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기자들에게 보냈던 메일에선 ‘정치·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을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울림이 강한 사랑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요?

“그간 위안부에 관한 영화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정치적으로도 껄끄럽고 표현 수위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꽃신을 신고>를 외형적으론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로 표현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 안의 이야기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풀어갈 겁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본군에 속아서 끌려가 위안부가 되어야 했고, 몸과 영혼에 큰 상처를 받아 병들었던 가슴 아픈 일들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내가, 또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이 이런 일이 일어난 듯 느낄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했어요. 당시의 일들이 관객 앞에 그대로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1940년대 풍경과 전쟁장면 등을 재현해야 할 이 영화는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다. “내 혼을 담은 최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곽 감독의 이번 작품에 중국에서 400만달러 투자를 약속했다고 한다.

곽 감독은 “<양귀비>를 제작하는 중국 영화사 ‘춘추홍’이 투자하기로 했다. (위안부 문제에) 중국이 공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전혀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일본에서 과민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데, 이 영화가 어떤 기여를 하기를 바라나요?

“영화 외적인 외교 문제나 일본의 대응에 대해선 많은 생각을 해보진 못했습니다. 영화인으로서 좀더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어쩌면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 때의 심정과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이 소재가 제 마음을 붙잡는 것은 당시에 끌려간 소녀들이 현재 제 딸 정도 나이란 겁니다. 그 시절 소녀들의 애정과 아픔을 영화에 표현하고 싶고, 돌이킬 수 없는 청춘을 고통 속에 지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아픈 이야기를 제 딸, 그리고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노출되고, 관객들이 많은 감동을 받고 공감대가 넓어져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이 영화는 곽 감독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직접 이야기 등을 듣고 시나리오를 썼다. 곽 감독은 무엇보다 “용기있는 증언을 해준 할머니”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안선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팀장은 “영화가 가진 대중적인 영향력이 크니 이번 영화가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만큼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영화 속 고증도 꼼꼼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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