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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애니 최고흥행 ‘암탉
’‘황금알’은 없었다

등록 2012-02-19 20:05

220만 관객동원 신기록 불구
수익률 20%·순익 12억 그쳐
6년간 투자 감안하면 허탈
“정부가 제작비 지원 늘려야”
“허탈하죠. 제작기간만 6년을 매달렸는데, 수익이 이 정도이니….”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은 한국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흥행(220만명) 기록을 썼다. 그러나 이달 영화 수익정산서를 받아든 <…암탉> 제작진은 자부심만큼이나 씁쓸함도 감추지 못한다.

17일 <…암탉>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최근 수익정산이 끝난 <…암탉>은 총제작비 52억원 등 총비용 58억원을 쓰고, 70억원 수익을 냈다. 146억원의 극장 매출액에서 영화발전기금(3%), 부가가치세(10%)를 제한 뒤 극장에 한국영화 상영권료(부금)로 50%를 준 것 등을 뺀 수익이다. 수익률은 20%. ‘암탉’이 낳은 순이익 12억원에서 투자자들에게 절반을 떼주고 보니, 투자유치·마케팅 등을 맡은 공동제작사 ‘명필름’은 3억6000여만원, ‘오돌또기’는 1억8000여만원 정도만 손에 쥐었다. 제작기간 6년을 투자한 결실치고는 초라하다. 오성윤 감독은 “다음 작품을 기획단계부터 안정적으로 꾸려갈 자금을 확보할 것이란 꿈을 꿨는데, 좀 실망했다”고 했다.

이은 명필름 공동대표도 “우리가 제작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년)은 총제작비 40억원을 들였는데, 수익률이 80%에 달했다”며 “1년여 투자한 장편 실사영화가 이 정도 수익을 내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도 수익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장편 애니를 제작할 의지를 갖겠냐”고 토로했다.

<…암탉>의 흥행을 계기로 애니메이션계에선 극장용 애니의 시장 안착이 이뤄질 때까지 정부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독립 애니메이션에 대한 적극적 지원뿐 아니라, 정부가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비의 50% 정도를 대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정부가 50%를 지원하면 그만큼 손익분기점 부담이 낮아져, 투자자들의 투자 의지를 높여줄 수 있다”며 “정부는 애니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하는데, 제작 자체를 못하는 상황 아니냐”고 되물었다. 국내 애니 제작여건상 1년에 1~2편 정도 극장용 장편이 개봉되는데, 작품성과 흥행 가능성 등을 엄밀히 심사해 편당 15억원 안팎까지 지원 규모를 올리자는 것이다. <…암탉>의 경우, 순제작비 31억원 중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7억원을 지원했다.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의 애니메이션 부문을 담당하는 김준양 프로그래머는 <치킨런> 등을 만든 영국 애니제작사 ‘아드만스튜디오’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아드만도 초기 정착 때 정부 지원으로 성장했다”며 “<…암탉>에서 장편 애니의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좀더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중국도 2009년 문화부, 국가세무총국 등의 인증을 받은 애니메이션기업들에 부가가치세, 기업소득세 등의 조세와 은행 대출을 우대해주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지난해 <…암탉> 개봉 당시 국무총리까지 관람하며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관련 정책은 업계의 바람과 어긋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2012년 영화진흥사업계획’을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영진위 애니메이션 지원제도’가 부활했다며, 국내외 개봉지원 예산 8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50개관 이상 개봉하는 극장용 애니에 2억원, 50개관 미만 개봉엔 1억원 마케팅비를 준다는 내용이었지만, 업계에선 “국내 애니의 실태를 모르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독립 장편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조영각 프로듀서는 “제작지원은 없고 개봉지원만 있다. 제작을 해야 개봉을 할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현재 콘텐츠진흥원은 애니 1편당 최대 7억원을 주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본편 제작지원’ 등 총지원 예산 62억원을 책정해놨지만, 업계 기대치를 밑돈다는 지적이 많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이다보니, 가용 예산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명필름·오돌또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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