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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흑백 무성영화의 추억에 빠져든 오스카

등록 2012-02-27 20:29

작품상·감독상 등 5관왕
무성영화 스타의 몰락 그려
프 감독, 옛 할리우드 재현
휴머니즘·노스탤지어 자극
84회 아카데미, ‘아티스트’에 갈채

‘노스탤지어의 밤’이라고 부를 만하다.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를 추억하는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모두 열 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던 <아티스트>는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휴고>와 함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뜨거운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휴고>가 촬영상, 미술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의 수상에 그쳐 결국 <아티스트>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 한편, <아티스트>는 이날 아카데미 역사에 길이 남을 두 가지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하나는 1928년 <윙스> 이래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84년 만의 무성영화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가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 이후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두번째 프랑스인이 됐다는 점이다.

프랑스 스태프들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할리우드에서 낯선 이름의 감독이 연출한 <아티스트>의 주요 부문 수상이 다소 이례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유력 매체와 영화 관계자들은 이미 조심스럽게 <아티스트>의 선전을 예측해 왔다. 오스카의 향방을 결정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미국적 가치와 휴머니즘 등을 내세운 영화를 선호하는 취향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이란 이유에서다.

<아티스트>는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조지(장 뒤자르댕)가 유성영화 시대를 맞아 몰락의 길을 걷는 과정을 다룬다.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자 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진한 인생의 드라마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할리우드의 첫번째 황금기’라 불렸던 1920~30년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 <아티스트>는 지금의 미국 영화계가 잃어버린 품위와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아티스트>가 품고 있는 휴머니즘과 노스탤지어라는 열쇳말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언제나 좋은 반응을 기대하게 했던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무성영화라는 형식의 참신함에 있다. 유성영화가 유일한 진리라고 믿고 살아왔던 21세기 관객들에게, 너무도 고요한 <아티스트>의 오프닝은 충격적이었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배우의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 그리고 흑백의 자막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현대 영화에 헌신하는 영화적 요소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영화의 역사에 바치는 연서 같은 영화라는 점 또한 <아티스트>가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 외적으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수많은 수상작들과 후보작을 배출한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배급을 맡았다는 점, <휴고> <워 호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작품상 경쟁 후보작들의 규모가 다소 작았다는 점이 이번 <아티스트> 돌풍의 또다른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승리의 밤을 만끽하게 된 44살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코믹 첩보물 시리즈로 프랑스에서 사랑받아온 중견 감독이다. 금빛 오스카 트로피를 활짝 들어올린 그는 “나는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이라는 수상 소감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감독 빌리 와일더의 이름을 세번이나 외쳤다. ‘프랑스의 조지 클루니’라는 평가를 받아온 남우주연상의 장 뒤자르댕은 “당신들의 나라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27일 저녁, 할리우드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배우가 된 기쁨을 누렸다.

장영엽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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