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이야기 전개 이색
홍상수 사단 이광국 감독 장편
홍상수 사단 이광국 감독 장편
<로맨스 조>
흥미롭거나, 짜증이 나거나. 영화 <로맨스 조>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뉠 듯하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또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드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6개 이상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구조가 더없이 흥미로울 수 있다. 반면 기승전결이 뚜렷한, 일반적인 서사 전개에 익숙한 관객에겐 이 영화가 불친절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더구나 층층이 포개어지는 이야기들 가운데 어떤 것도 ‘그래서 어찌 됐단 말이야?’에 대한 완결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
8일 개봉하는 <로맨스 조>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영화다. 영화 속 세계의 이야기들 가운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가상의 세계인지 불분명하다.
갑자기 사라진 아들 ‘로맨스 조’를 찾으러 서울에 온 노부부가 여관 방을 잡으면서 첫번째 이야기는 시작된다. 로맨스 조의 친구가 노부부에게 그를 만난 이야기를 하면서 펼쳐지는 사연들이 두번째 이야기다. 친구가 아는 것은 로맨스 조와 얼마 전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까지다. 이렇게 출발한 이야기는 로맨스 조가 자살을 하러 떠난 지방 소도시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 다방 ‘레지’가 ‘이야기’에 관심있는 영화감독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된다. 어린 로맨스 조와 그의 첫사랑 이야기가 레지의 이야기 속에서 되살아나 그려진다. 영화 제목이자 영화 속 모든 이야기의 매개가 되는 로맨스 조는 결국 ‘이야기 속에서 사는 사람’일 뿐이다.
사람들은 로맨스 조에 대해 사실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속에 어떤 감상과 허구가 덧붙여졌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이 영화에서 분명한 것은, 영화 속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있다는 것과, 그들을 통해 이 영화 역시 <로맨스 조>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두 가지 사실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이야기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닮아 있다. 어린 로맨스 조가 첫사랑 ‘초희’를 처음 데려간 곳은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 전개를 떠올리게 하는 토끼굴이다. 영화 초반 첫번째 이야기 속에서 로맨스 조의 부모와 대화한 그의 친구는 영화 후반부 같은 얼굴의 경찰로 바뀐다. 경찰은 토끼를 찾다가 로맨스 조에게 ‘당신의 주민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다. 당신은 아마도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왔나보다’라며 이야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라고 권한다. 현실과 허구, 사실과 거짓, 현재와 기억이 뒤죽박죽 엉킨 이 영화에서 다른 누군가의 영화가 연상된다면, 참고할 만한 사실 하나.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이광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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