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변영주(왼쪽) 감독과 김민희는 “영화 찍고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 친구가 됐다”고 했다. 변 감독은 “민희가 출연하면서 민희 장면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감독님이 다음엔 <화양연화> 같은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변 감독은 “나랑 사극 한편 하자고 했더니, 민희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화차’ 감독 변영주·배우 김민희
감독도 배우도 “이 영화에 날 완전연소시켰죠”
감독도 배우도 “이 영화에 날 완전연소시켰죠”
변영주
“잡년처럼 보이게 질주” 주문
화면 따라 표정 느낌 달라져 김민희
감독님 눈보며 한장면씩 촬영
“이런 영화면 낮은 출연료 OK” 사라진 여자 찾는 스릴러
이질적 두 사람이 하모니 변영주(46) 감독은 지난해 배우 김민희(30)의 소속사가 만든 달력에서 캐스팅 희망순위가 아니었던 ‘김민희 사진’을 발견하고, “아!”하고 시선을 멈췄다. 마침 그달의 달력사진이 김민희였다. “그래, 왜 민희를 생각 못 했지?” 볼수록 “감독에게 욕심이 나게 만드는 표정들”에 이끌렸다는데, 그는 “(그 끌림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의자에 발을 올리고 변 감독 쪽으로 기댄 채 듣던 김민희는 그걸 “같이 할 수밖에 없던 운명”이라고 풀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평범한 삶조차 갖지 못한 ‘선영’이란 인물이 불쌍해 울었다”던 김민희의 뜨거운 감성은 그렇다 쳐도, <발레교습소>(2004년) 흥행 실패 이후 7년 공백을 가진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을까? 3년간 시나리오를 20번이나 새로 쓰며 조탁한 감독에게 투자자들은 우려를 대놓고 드러냈다. “투자가 잘 안된 건 나 때문이죠. ‘변 감독? 영화가 무겁지 않겠어? 재미있겠어?’ 영화가 상업적이지 않을 것이란 거였죠.”(변영주) 김민희는 ‘변 감독에 대한 걱정?’이란 물음을 웃음으로 밀쳐냈다. “동병상련이죠. 저도 흥행작이 없으니까. 감독님이 잡는 카메라 앵글, 맑은 느낌의 영화적 분위기 등 취향에 신뢰가 있었어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등을 만든 변 감독과, ‘패셔니스타’란 김민희의 만남은 이질적 결합으로 보이겠지만, 둘은 자신들의 작품 목록에 또렷한 족적으로 기록될 탄탄한 영화를 들고 왔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차>(8일 개봉)는 결혼 한달 전 갑자기 사라진 ‘선영’(김민희)의 실체를 그를 사랑한 ‘문호’(이선균)와 형사(조성하)가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화차’는 지옥행 불수레를 뜻한다. 김민희는 외환위기(IMF) 구제금융을 거치며 가정의 몰락, 사채압박, 개인파산 등에 떠밀려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쳐서라도 자신을 밀어낸 무정한 사회에 끼고 싶어한 여자를 연기한다.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끌고가며, 무섭고 서글픈 느낌을 던진다.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공기를 포착하는 장기를 가졌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상업영화 틀에서 관객과 교감하는 지점까지 손에 쥔다. “세상에서 쫓겨난 여인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려다 완전히 버려지죠. 괴물이 되어간 여인이 가해자가 아닌 똑같은 이 사회의 피해자에게 다가가서 잡아먹는 거죠. 엄청난 사회구조적 문제인 거죠. (이런 영화적 내용이) 무섭고 공포스럽지 않을까요?” 그는 김민희에게 “단호하고, ‘잡년’처럼 보이도록 전력질주해라. (성경에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 같았으면 좋겠다. 선영을 불쌍하게 느끼는 건 관객이어야 한다. 우리 영화가 선영을 이해하게 만들 테니 믿으라”고 다독였다. 김민희는 영화에서 파편적으로 등장하고 빠졌다를 반복하며, 이 여자를 나락에 빠뜨린 우리 사회의 얼굴을 오싹하게 비춘다. “선영이란 인물이 내가 될 수도 있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괴물이 된 과정이 이해됐죠. 감독님을 믿고, 한 장면 한 장면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의 눈을 쳐다봤어요. 감독님은 연기가 좋으면 좋다는 티를 막 내거든요. 정확히 칭찬하고, 아닌 것은 명확히 말해주죠.”(김민희) 영화는 ‘누구와의 열애·결별’ ‘패션’ 등으로 김민희의 이미지를 소비했던 사람들에게 ‘배우 김민희’의 존재감을 아로새기는 작품이 될 것이다. 피범벅이 된 채 자신의 뺨을 때리는 공허한 시선, 서늘한 표정을 짓다가 “저 좀 가게 해주세요”라며 애원하는 눈빛 등 충돌되는 여러 느낌이 김민희 얼굴에 한가득 담긴다. 감독은 그런 김민희를 카메라 모니터로 보다가 “만세”를 여러번 불렀다고 한다. “김민희는 풀샷일 때 쓸쓸해 보이는데, 클로즈업하면 눈이 이글거리는 식이에요. 화면 크기에 따라 표정과 느낌의 스펙트럼이 넓죠.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기계적으로 연기하지 않아요. 어떨 때는 감정이 직진으로 확 들어오고, 돌아서 오기도 하는 식이죠. 교과서처럼 훈련된 애가 아니어서, 공부 안 하는 천재 같은 연기자죠.”(변영주) “전 드라마나 화보 등을 찍으며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표정과 몸짓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연습을 열심히 했죠. 우리 영화에서 저의 그런 장점이 잘 보였다고 생각해요.”(김민희) 이 영화는 넉넉한 투자를 받지 못해 순제작비가 16억원에 불과하다. 변 감독은 “이놈의 감독 영화 좀 찍게 해주자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개런티를 깎는 희생을 보여줬다”며 고마워했다. 김민희는 영화 수익 정산 뒤 받는 러닝개런티 조건도 없이 2억원이 안 되는 출연료를 받았다. 김민희는 “이런 시나리오라면 출연료를 더 낮춰도 괜찮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신문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변 감독은 카페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예산이 줄었을 때, 뒤로 도망가지 말자고 생각하고, 거의 밤을 새우며 영화를 찍으면서 발생할 모든 상황에 대한 대답을 준비했어요. 아까 민희가 배우들에게 명확히 얘기해줬다고 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김민희는 “나를 완전연소시킨 영화”라는 변 감독의 철저한 준비 속에서 배우로서 한뼘 도약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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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 두 사람이 하모니 변영주(46) 감독은 지난해 배우 김민희(30)의 소속사가 만든 달력에서 캐스팅 희망순위가 아니었던 ‘김민희 사진’을 발견하고, “아!”하고 시선을 멈췄다. 마침 그달의 달력사진이 김민희였다. “그래, 왜 민희를 생각 못 했지?” 볼수록 “감독에게 욕심이 나게 만드는 표정들”에 이끌렸다는데, 그는 “(그 끌림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의자에 발을 올리고 변 감독 쪽으로 기댄 채 듣던 김민희는 그걸 “같이 할 수밖에 없던 운명”이라고 풀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평범한 삶조차 갖지 못한 ‘선영’이란 인물이 불쌍해 울었다”던 김민희의 뜨거운 감성은 그렇다 쳐도, <발레교습소>(2004년) 흥행 실패 이후 7년 공백을 가진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을까? 3년간 시나리오를 20번이나 새로 쓰며 조탁한 감독에게 투자자들은 우려를 대놓고 드러냈다. “투자가 잘 안된 건 나 때문이죠. ‘변 감독? 영화가 무겁지 않겠어? 재미있겠어?’ 영화가 상업적이지 않을 것이란 거였죠.”(변영주) 김민희는 ‘변 감독에 대한 걱정?’이란 물음을 웃음으로 밀쳐냈다. “동병상련이죠. 저도 흥행작이 없으니까. 감독님이 잡는 카메라 앵글, 맑은 느낌의 영화적 분위기 등 취향에 신뢰가 있었어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등을 만든 변 감독과, ‘패셔니스타’란 김민희의 만남은 이질적 결합으로 보이겠지만, 둘은 자신들의 작품 목록에 또렷한 족적으로 기록될 탄탄한 영화를 들고 왔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차>(8일 개봉)는 결혼 한달 전 갑자기 사라진 ‘선영’(김민희)의 실체를 그를 사랑한 ‘문호’(이선균)와 형사(조성하)가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화차’는 지옥행 불수레를 뜻한다. 김민희는 외환위기(IMF) 구제금융을 거치며 가정의 몰락, 사채압박, 개인파산 등에 떠밀려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쳐서라도 자신을 밀어낸 무정한 사회에 끼고 싶어한 여자를 연기한다.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끌고가며, 무섭고 서글픈 느낌을 던진다.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공기를 포착하는 장기를 가졌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상업영화 틀에서 관객과 교감하는 지점까지 손에 쥔다. “세상에서 쫓겨난 여인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려다 완전히 버려지죠. 괴물이 되어간 여인이 가해자가 아닌 똑같은 이 사회의 피해자에게 다가가서 잡아먹는 거죠. 엄청난 사회구조적 문제인 거죠. (이런 영화적 내용이) 무섭고 공포스럽지 않을까요?” 그는 김민희에게 “단호하고, ‘잡년’처럼 보이도록 전력질주해라. (성경에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 같았으면 좋겠다. 선영을 불쌍하게 느끼는 건 관객이어야 한다. 우리 영화가 선영을 이해하게 만들 테니 믿으라”고 다독였다. 김민희는 영화에서 파편적으로 등장하고 빠졌다를 반복하며, 이 여자를 나락에 빠뜨린 우리 사회의 얼굴을 오싹하게 비춘다. “선영이란 인물이 내가 될 수도 있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괴물이 된 과정이 이해됐죠. 감독님을 믿고, 한 장면 한 장면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의 눈을 쳐다봤어요. 감독님은 연기가 좋으면 좋다는 티를 막 내거든요. 정확히 칭찬하고, 아닌 것은 명확히 말해주죠.”(김민희) 영화는 ‘누구와의 열애·결별’ ‘패션’ 등으로 김민희의 이미지를 소비했던 사람들에게 ‘배우 김민희’의 존재감을 아로새기는 작품이 될 것이다. 피범벅이 된 채 자신의 뺨을 때리는 공허한 시선, 서늘한 표정을 짓다가 “저 좀 가게 해주세요”라며 애원하는 눈빛 등 충돌되는 여러 느낌이 김민희 얼굴에 한가득 담긴다. 감독은 그런 김민희를 카메라 모니터로 보다가 “만세”를 여러번 불렀다고 한다. “김민희는 풀샷일 때 쓸쓸해 보이는데, 클로즈업하면 눈이 이글거리는 식이에요. 화면 크기에 따라 표정과 느낌의 스펙트럼이 넓죠.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기계적으로 연기하지 않아요. 어떨 때는 감정이 직진으로 확 들어오고, 돌아서 오기도 하는 식이죠. 교과서처럼 훈련된 애가 아니어서, 공부 안 하는 천재 같은 연기자죠.”(변영주) “전 드라마나 화보 등을 찍으며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표정과 몸짓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연습을 열심히 했죠. 우리 영화에서 저의 그런 장점이 잘 보였다고 생각해요.”(김민희) 이 영화는 넉넉한 투자를 받지 못해 순제작비가 16억원에 불과하다. 변 감독은 “이놈의 감독 영화 좀 찍게 해주자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개런티를 깎는 희생을 보여줬다”며 고마워했다. 김민희는 영화 수익 정산 뒤 받는 러닝개런티 조건도 없이 2억원이 안 되는 출연료를 받았다. 김민희는 “이런 시나리오라면 출연료를 더 낮춰도 괜찮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신문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변 감독은 카페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예산이 줄었을 때, 뒤로 도망가지 말자고 생각하고, 거의 밤을 새우며 영화를 찍으면서 발생할 모든 상황에 대한 대답을 준비했어요. 아까 민희가 배우들에게 명확히 얘기해줬다고 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김민희는 “나를 완전연소시킨 영화”라는 변 감독의 철저한 준비 속에서 배우로서 한뼘 도약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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