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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소통의 건축가 통해 영화 의미 되새겼죠”

등록 2012-03-06 20:25

정재은(43) 감독
정재은(43) 감독
정기용의 마지막 1년 담아
약자 배려·인간중심 배워
서울시청 신축 다큐 준비
‘말하는 건축가’ 정재은 감독

2009년 말. 건축과 공간에 관심 있던 정재은(43) 감독은 문득 건축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3년간 쓴 시나리오도 투자가 안 되고, 골방에 갇혀 시나리오만 쓰는 게 싫었다”는 그는 막힌 공간에서도 나오고 싶던 참이었다.

건축계 관계자를 통해 ‘정기용’이란 아웃사이더를 다큐 주인공으로 추천받았다. 그가 전국 각지에 ‘기적의 도서관’ 등을 지은 건축가라는 걸 정 감독은 몰랐다. 일단 정기용이 1996~2008년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북 무주를 찾아갔다. 거기서 정 감독은 자연·풍경의 조화, 공간을 쓰는 사람을 배려하는 ‘소통의 건축’에 놀랐다.

“(공설운동장 스탠드 지붕을) 등나무로 감싸고, 목욕탕이 멀어서 가지 못했던 주민들을 위해 면사무소에 목욕탕도 지어주고…. 이분 참 독특하다, 건축의 새 가치를 보여줄 수 있겠다란 매력을 느낀 거죠.”

2009년 12월 시작한 다큐는 2011년 3월11일 66살로 삶을 정리한 정기용 전 문화연대 공동대표의 죽음까지 기록한 영화가 됐다. 그의 1주기 즈음해 8일 개봉하는 <말하는 건축가>는 <고양이를 부탁해>(2001), <태풍태양>(2005) 등 상업영화를 찍은 정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다. 서울 압구정 씨지브이(CGV) 등 전국 20여개관에서 개봉한다.

지난 5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정 감독은 “지난해 초 정기용 선생님의 병세가 악화돼 영화를 빨리 보여드리려고, 최종편집에 속도를 냈는데…. 같이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했다.

영화는 대장암 판정 뒤 몸이 마르고, 소형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해야 할 만큼 쇠잔해진 정기용이 삶의 끝에서도 건축의 가치를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마지막 1년을 담았다. 정기용이 마지막 건축전을 준비하는 모습 등을 비추지만, 투병생활 등엔 카메라를 대지 않는다. 오히려 전북 무주군 안성면사무소 목욕탕을 이용하는 할머니들의 웃음을 옆에서 지켜보는 정기용의 미소가 진한 감흥을 전한다. 감독은 이 ‘컷’을 독일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1993)를 빗대 “안성면 천사의 시” 같은 장면이라고 했다.

“정 선생님도 자신의 모습과 얘기로 눈물을 짜내는 걸 원하지 않으셨어요. 또 선생님이 건축에 대해 가졌던 지성과 생전의 얘기들도 슬픔, 눈물과 어울리지 않았고요.”


정기용은 영화에서 “건축가는 개발업자의 하수인이 아니라 문화생산자이며, 건축과 공간을 통해 시대를 걱정하고 시대의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그 공간의 사람과 역사성을 무시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도 비판한다.

“정기용 건축가는 아티스트예요. 자신의 집도 짓지 못할 만큼 돈이 없으면서 소외된 사람, 약자를 생각한 그를 보면서 나도 누구를 위해 영화를 해야 하나란 고민을 갖게 됐습니다.”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호러·판타지·어드벤처’ 장르가 결합한 시나리오 한편을 더 썼다는 정 감독은 서울시청 신축 과정을 중심으로 한 <말하는 건축가 2>를 찍고 있다. 건축이 사람과 소통하는 관계를 엿보며, 그는 지금 영화가, 또 영화감독이 대중·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사색하고 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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