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화차>, <댄싱퀸>.
‘부러진 화살’ ‘화차’ 등 선전
지난달 관객점유율 70% 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대기
“일시적 현상” 낙관 경계론도
지난달 관객점유율 70% 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대기
“일시적 현상” 낙관 경계론도
“<화차>까지?”
요즘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의 기세에 자못 고무된 분위기다.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순제작비 18억원의 <화차>(감독 변영주)까지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어서다.
한국 영화들은 올 초부터 돋보이는 흥행세를 이어왔다. 751만명을 모은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위세가 꺾인 지난 1월1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56일 동안 <댄싱퀸>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하울링> <러브픽션> <화차> 등이 1위를 주고받고 있다.
첫사랑의 추억을 건축이란 소재와 버무린 <건축학개론>(22일 개봉)도 시사회 단계부터 기대감을 높여, ‘영화계 춘궁기’라는 3~4월에도 한국 영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 한국 영화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관객점유율에서 상승기세가 뚜렷하다. 2008~2010년 40%대였던 한국 영화 관객점유율은 지난해 52%로 올랐다. 장애인 성폭행 실화를 다룬 <도가니>(466만), 다문화 문제 등을 담은 <완득이>(530만) 등이 비수기인 10~11월 의외의 흥행기록을 쓴 덕분이다. 2010년 <아바타>(1330만) <인셉션>(580만)을 국내개봉작 1·3위에 올렸던 외화는 지난해 2~4위를 한국 영화에 내줬다.
올해 2월엔 한국 영화 점유율이 75.9%로 치솟았다. 2월에 70%대를 보인 건 2007년(76.4%) 이후 4년 만이다. 현재 460만명이 본 <범죄와의 전쟁>이 2월2일 개봉해, 설 연휴 직후 비수기에 표류하던 관객층을 확 끌어당겼다. 2월 흥행 1~4위도 한국 영화였다. 1998년 <타이타닉> 이후 미국 정서가 강한 아카데미 수상작들의 ‘1~2월 특수’가 사라졌고, 올해도 아카데미 수상작 <아티스트> <휴고> <철의 여인> 등은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영화계는 한국 영화 신뢰도 상승과 <도가니> <부러진 화살> <화차> 등 사회성이 가미된 영화들이 관객들의 공감을 받은 것이 외화에 맞서 경쟁력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황동미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높은 제작비와 비슷한 장르들이 양산되던) 한국 영화 거품이 걷힌 뒤, 수익률을 높이려는 자정 노력, 더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작품을 준비하는 등의 성과들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가니>를 만든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는 “최근 한국 영화들이 공감과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이란 두 키워드를 던지면서 트위터 등에서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장윤현 영화감독도 “이 사회를 살아가며 관객들이 분노하고 아파하는데, 최근 한국 영화들이 그런 아픔을 같이 얘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기면서도, 올해도 한국 영화와 외화의 관객점유율은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초반 강세는 일시적 현상”(황 연구원), “4~5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쏟아지며 다시 외화의 공습이 시작될 것”(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이란 경계론이 나온다.
남윤숙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사는 “관객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찾는 것은 특수효과, 이야기가 쉬우면서도 화려한 볼거리, 액션 때문인데, 올해도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외화 블록버스터들이 개봉될 예정이라 점유율이 50 대 50 선에서 맞춰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영진위가 최근 발표한 ‘2011 영화소비자조사’에서도 응답자 2000명 중 절반 정도(46.4%)만이 선호 영화의 국적으로 한국을 꼽았다. 할리우드 메이저제작사들은 미국 여름·겨울방학 시즌을 겨냥해 4~7월, 12월 블록버스터를 집중 개봉하고 있다. <타이탄의 분노>(29일 개봉) <배틀쉽> <어벤져스>(4월) <맨인블랙3>(5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7월) <다크나이트 라이즈>(7월) 등이 대기 중이다.
점유율 지표 뒤에 숨은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영화 개봉편수 150편 중 극심한 스태프 저임금에 바탕한 총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영화가 82편에 이른다. 그만큼 제작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의미다. 최현용 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열악한 처우 탓에 중간 혹은 막내급 스태프들이 영화 현장을 떠나가나, 신입 스태프가 들어오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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