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떠날 때> 독일영화
‘그녀가 떠날 때’
새 삶 찾기조차 가혹한 여정
주연 케킬리의 열연 돋보여
새 삶 찾기조차 가혹한 여정
주연 케킬리의 열연 돋보여
터키계 독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여배우 시벨 케킬리(32)는 과거 포르노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런 사실은 케킬리가 주연을 맡은 <미치고 싶을 때>가 2004년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탄 직후, 한 매체가 그의 이력을 들춰내 알려졌다. 이슬람 명예에 흠집을 냈다며 무슬림 근본주의자들한테서 ‘명예살인’ 위협까지 받은 그는 “사회가 반성을 요구하지만, 이건 나의 인생이며 나의 문제일 뿐”이라며 매몰찬 시선들과 맞섰다. 당시 그는 이죽거리는 사람들에게 “포르노로 시작해 오스카(아카데미시상식)로 가는 것이 그 반대보다 낫다”는 말로, 세상의 엉뚱한 관심을 ‘여배우 시벨 케킬리’로 돌려놓았다.
29일 개봉하는 독일영화 <그녀가 떠날 때>(감독 페오 알라다크)는 삶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문화적 속박, 인습이란 거대한 괴물에 저항한 한 여인의 용기와 모성애를 다룬다. 영화 속 ‘터키계 독일인 그녀’의 모습은 실제로 이슬람 가정의 규율과 세상의 차갑고 배타적인 시선들 속에서 자유의 갈망을 키워온 케킬리의 고민과 삶의 궤적과도 닮았다.
<그녀가 떠날 때>는 터키 이스탄불에 사는 우마이(시벨 케킬리)가 남편의 폭력 등을 못 이겨 어린 아들과 함께 그곳을 ‘떠나’ 독일 친정집으로 돌아오면서 얘기가 흘러간다. 가족은 그의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이혼을 택해 새 삶을 꾸리려는 우마이의 선택은 가족 명예를 더럽히고 이슬람 가치관을 배반한 행위로 간주된다. 이슬람 공동체의 통념에 결박당한 아버지와 오빠는 우마이를 강하게 밀쳐내고, 그의 편이 되었던 어머니, 동생들도 관습 앞에서 점차 우마이에게 등을 돌린다.
우마이는 아들을 데리고 다시 집을 떠나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새로운 사랑도 만나면서 가족과 화해를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영화는 문화적 관습의 굴레 속에서 ‘그녀’와 어쩔 수 없이 딸과 누이를 내쳐야 했던 ‘그녀의 가족’이 가혹한 결말을 맺는 비극적인 모습을 비춘다.
2010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 수상작이다. 이 작품을 외국에서 본 한 국내 영화사는 “여성의 권리가 처참히 희생당하고, 가족을 처단하는 영화적 내용이 지금의 한국 관객에게 공감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하며 수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적 가치관과 문화적 속박이 개인과 가족을 어떻게 처참히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관용과 화해, 삶의 주체로서의 자유’란 지극히 보편적인 메시지도 품고 있다. 열망, 절망, 아픔, 모성 등을 지나침 없이 표현한 케킬리의 절제된 열연이 돋보인다. 그는 이 영화로 독일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등 자국과 외국에서 8개의 여우주연상을 탔다.
송호진 기자, 사진 스마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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