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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개념 있는 꽃중년’ 클루니, 이번엔 대선 도전

등록 2012-03-25 20:15

영화 <킹메이커>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가 경선 도중 뜻밖의 사고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킹메이커>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가 경선 도중 뜻밖의 사고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4번째 연출작 ‘킹메이커’ 내달 개봉
각본·주연 등 1인4역 소화
정치권 음모와 배신 담아
‘수단의 학살’ 중단 촉구 등
정치·사회 발언의 맥 이어
며칠 전 국내 인터넷에 ‘조지 클루니 체포’란 검색어가 떴다. 미국잡지 <피플>이 선정한 ‘올해의 섹시남 1위’(1997·2006년)에 뽑혔던 이 열정적인 52살 독신남이 ‘뜨거움을 주체하지 못해 무슨 추잡한 사고라도 쳤나?’ 기사를 ‘클릭’한 이들은 뜻밖의 사진과 마주했다. 그가 언론인 출신 아버지 닉 클루니 등과 함께 미국 워싱턴에 있는 수단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다, 손이 묶인 채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는 내용의 사진이었다. 그는 “내 체포로 수단의 상황이 더 알려져 다행”이라고 했다. 그 사진의 메시지가 피시방에 앉은 한국의 한 누리꾼에게까지 전송된 파급효과 때문일 것이다.

클루니는 2006년 4월 수단 다르푸르 지역을 부친과 함께 방문한 것을 계기로, 내전으로 자행된 학살 등을 국제사회에 고발해왔다. 그의 집엔 2006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함께,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준 ‘2007 올해의 평화 인물상’(피스 서밋 어워드)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수염이 덥수룩하면 덥수룩한 대로, 헐렁한 옷을 입으면 입은 대로, “부드럽고 매혹적인 남자”란 참으로 ‘부당하기 짝이 없는’ 극진한 예우를 받는 그는 정치·사회적 발언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해왔다. 클루니는 2003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결정을 비판했다가, 보수진영한테서 “배신자”란 거친 공격을 받아야 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때는 ‘워싱턴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다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 선언해 당선을 돕기도 했다. 그는 할리우드 스타로서 정치적 발언과 인권·자선운동에 나서는 의미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사회적 주목도와 돈이 따르는 영화배우로서의 내 직업은 우리 사회를 더 진전시키는 사안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책임까지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말끔한 슈트를 입은 꽃중년 배우로 갇혀 있지 않으려는 그의 행보는 감독,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한 최근 영화들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이중생활을 통해 미국사회의 이면을 비꼰 감독 데뷔작 <컨페션>(2002), 1950년대를 배경으로 반공주의와 냉전주의를 비판한 <굿 나잇 앤 굿 럭> 등 클루니는 지금까지 3개의 영화를 연출했다. 또 평화·반전주의를 함축한 <초민망한 능력자들>(2009), 추레한 중년남성을 연기한 <디센던트>(2012) 등 사회적 메시지를 품고 있거나, 슈트를 벗어던지는 작품들 속에서 ‘돋보이는 일부’가 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음달 19일 개봉하는 그의 4번째 감독 연출작 <킹메이커>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통해 미국 정치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춘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화제 개막작인 이 영화는 현직 주지사로 대선 후보로 나선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를 돕는 선거홍보·전략관 스티븐 마이어스(라이언 고즐링)가 정치의 추악한 이면을 목도하면서 겪는 고민을 다룬다. 관직 제공을 약속하며 대의원들의 표를 포섭하는 행위, 상대 캠프를 허무는 속임수, 언론을 통한 네거티브(비방) 선거전, 기사와 정보를 거래하는 취재진 등의 모습을 비춘다. 미국에선 공화당 대선 경선 시작을 앞두고 지난해 말 개봉했다. 클루니는 미 대선 1년 전에 개봉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정부와 정계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일 때가 가장 적절한 개봉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4·11 총선이 끝나고 대선 분위기와 정치 이슈가 달아오르는 시점을 개봉일로 택했다.

대선 후보의 ‘부적절한 관계’란 설정은 극의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약점이다. 하지만 클루니는 가식과 진정성이란 정치의 두 얼굴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스티븐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극을 흥미롭게 끌고 가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암시를 남기며 끝을 맺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클루니는 자신이 연기한 모리스 후보의 입을 빌려, “부자를 위한 부의 분배,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동성애자를 위한 시민권을 보장해야 한다” “극단주의와 극단주의가 맞붙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분배 정의와 평화에 대한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고, 폴 지아마티 등 연기력 탄탄한 스타배우들이 극의 안정감을 싣는다. 정치의 속성은 사실감 있게 표현되지만, 여성이 정치 스캔들의 장치 정도로 쓰이는 영화의 태도가 아쉬운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킹메이커>에서 제작·감독·각본·주연 등 ‘1인4역’을 감당한 클루니는 식지 않는 열정으로 섹시남의 ‘점유권 유효기간’을 연장시키는 저력을 보여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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