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사이트 ‘텀블벅’ 염재승씨
영화과 대학생의 품앗이 구상
‘목표액 달성때 결제’ 성공비결
영화과 대학생의 품앗이 구상
‘목표액 달성때 결제’ 성공비결
어찌보면 군 복무 중 떠올린 첫 구상은 소박한 것이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나 같은 친구들’을 위한 품앗이 지원이 생각의 출발점이었다. “단편영화를 찍으려 해도 돈이 없어 더이상 창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조금씩 돈을 모아 줘서 지속적인 창작 기회를 줄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 한 거죠.”
제대한 뒤인 지난해 1월, 자금 1000만원을 가지고 서울 홍대 근처 건물 옥탑방에 문화·예술창작자들을 후원하는 온라인 펀딩 사이트 회사를 차렸다. 작은 돈을 모아 쇠똥처럼 굴리면 창작자금이 된다는 의미를 담아 사이트 이름도 쇠똥구리란 뜻의 ‘텀블벅’(www.tumblbug.com)으로 지었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어머니>도 텀블벅을 통해 820여만원의 개봉비용을 모으는 등 이 사이트는 이제 창작자들의 숨통을 틔우는 창구로 성장했다.
온라인펀딩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텀블벅’의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2학년인 염재승(24)씨. 지난 22일 만난 그는 “이 사이트를 통해 78개 프로젝트가 목표금액 모금에 성공했고, 총 1억9000여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고 했다.
‘텀블벅’은 창작자가 작품을 진행하기 위한 의도와 계획 등 자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목표금액을 제시해 사이트에 올리면, 누리꾼들이 기부 형태로 후원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창작자는 감사카드 발송, 시사회 초대, 출판물 배송 등 후원 답례를 어떻게 할지도 사이트에 게시한다. 독립영화, 인디밴드 앨범, 잡지·책 제작비, 전시회·판소리 공연 등의 비용을 필요로 하는 창작자들이 텀블벅을 통해 후원자들을 만났다. 실제로 이 사이트의 ‘프로젝트 보기’를 클릭하면, 지역단편영화 <소금의 맛>, 밴드 한음파의 뮤직비디오,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을 찍은 박준수씨 사진전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후원 성공 사례들을 검색할 수 있다.
‘텀블벅’의 장점은 일단 후원 결제예약을 걸어놓고, 목표금액이 채워져야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후불제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는 “목표금액이 채워지지 않아 실제 진행이 어려운 작업에 지원금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텀블벅’에서는 염 대표와 군대에서 만나 함께 회사를 차린 소원영(26)씨 등 직원 6명이 일한다. 1명을 빼고 모두 20대다. 프로젝트 후원금의 5% 수수료가 텀블벅의 수입이다. 그는 “한달 월세 40만원, 기본 운영비를 맞출 수준의 수입”이라고 했다.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텀블벅’이 예술가들에게 창작자본을 공급하는 대안적 시스템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게 염 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기부자들이 후원한 작품의 창작 과정을 공유하는 등 소통 시스템을 더 견고하게 구축할 예정”이라며 “창작자금을 마련하는 기존의 투자·산업구조를 대체하는 새로운 펀딩 주류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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