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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문화부, 영화계·음저협 갈등만 키웠다

등록 2012-03-28 20:53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20살 시절의 서연(수지·오른쪽)이 승민(이제훈)에게 노래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건네는 모습이다. 이 영화엔 ‘기억의 습작’ 외에 015B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1990년대와 첫사랑을 추억하는 음악적 장치로 쓰인다. 가운데 작은 사진은 영화에 나오는 ‘기억의 습작’이 실린 듀오 전람회의 시디 음반 재킷. 명필름 제공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20살 시절의 서연(수지·오른쪽)이 승민(이제훈)에게 노래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건네는 모습이다. 이 영화엔 ‘기억의 습작’ 외에 015B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1990년대와 첫사랑을 추억하는 음악적 장치로 쓰인다. 가운데 작은 사진은 영화에 나오는 ‘기억의 습작’이 실린 듀오 전람회의 시디 음반 재킷. 명필름 제공
상영한 횟수만큼
음악저작료 징수
관객 100만명 돌파를 앞둔 영화 <건축학개론>엔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1994)이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테마곡으로 흐른다. 이 테마곡의 인기에도, 제작사 ‘명필름’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1800여만원의 ‘복제사용료’(음악의 영화이용 허락을 받으며 낸 저작권료)를 냈지만, 상영 종료 뒤 ‘공연사용료’(영화음악을 극장에서 공연한 것으로 간주해 내는 금액)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추가지불할 상황에 놓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5일 공표한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서 공연사용료 징수가 추가되고, 비용 지급의 1차 주체가 ‘제작사’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명필름 등 제작사들뿐 아니라, 공연사용료 징수를 문화부에 요청해 개정안 승인을 받아낸 음저협까지 반발하고 있다. 영화음악저작권료를 둘러싼 영화계, 음저협의 이견을 조정하겠다던 개정안이 갈등을 키운 꼴이 됐다.

규정 바뀌어 제작사 큰 부담
‘건축학개론’ 등 일차 파장

제작사 “영화산업 위축 우려”
음저협 “상영관이 부담해야”

양쪽 “이견 첨예한 사안을
문화부가 절충점 없이 발표”

개정안은 제작사와 음저협이 영화음악 공연사용료를 따로 지불하기로 ‘특약’을 맺으면 극장 전체 매출액 중 영화발전기금(3%)을 뺀 금액에서 곡당 0.06%(1분 미만 사용 음악)~0.2%(5분 이상 사용 음악)의 공연사용료를 내도록 규정했다. 가령 한 곡을 영화에 1분 미만 썼다면 복제사용료 외에, 극장요금 8000원 중 4.6원을 공연사용료로 내라는 것이다.

개정안은 납부 주체를 제작사로 못박고, 제작사가 못 내면 극장에 음저협이 납부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했다. 전국 극장들을 상대로 공연사용료를 받는 어려움을 고려해 1차 납부 주체를 제작사로 정했다는 게 문화부 설명이다. 문화부 쪽은 28일 “제작사가 (종전 관행처럼) 곡당 복제·공연사용료를 일괄로 지불하거나(34조1항), 공연사용료를 따로 지불하는 것으로 선택 협의할 수 있다(2항)”고 했다. 또 개정안은 공연사용료 징수를 2010년 10월부터 소급적용하자는 음저협 요구를 완화해, 2012년 1월1일 이후 개봉 영화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문화부 해석이다. 개정안 공표 이전에 계약한 ‘기억의 습작’도 소급 대상이 되는 셈이다.

영화계는 “산업 파괴”라고 반발하며 개정안 취소 집회 등을 준비중이다. 제작비용 부담이 늘고 음악 사용도 위축되는 등 악영향이 클 것이란 우려다. 최현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복제·공연사용료 일괄계약과, 분리계약을 협의해 선택할 수 있다지만, 음저협이 공연사용료를 따로 지급하라고 주장한 상황에서 선택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개정안 시행 뒤 제작사 추가부담액을 3억~5억원으로 추정하지만, 영화계는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음악감독들이 자기 창작곡도 공연사용료를 따로 지급하라고 계약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지난해 (총제작비 10억원 이상의) 영화 평균 수익률이 -4.6%였다. 개정안대로라면 수익이 안 나도 공연사용료를 내기 때문에 제작사 부담이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도 “사용료를 내야 했다면 ‘기억의 습작’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음저협도 개정안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기억의 습작’ 등에 대한 공연사용료 징수 소급적용을 논할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최대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방송팀장은 “제작사에 부담 주지 않으려고 공연사용료를 공연 주체인 상영관이 내도록 문화부에 요청했는데, 엉뚱하게 제작사에 불똥이 튀었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곡당 공연사용료를 0.5% 건의했는데, 0.06%로 낮아진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미흡해 개정안 발표 당일 오전 개정 요청을 음저협이 철회했는데, 문화부가 개정안을 그날 오후에 공표했다. 개정안을 무효화하는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계와 음저협은 문화부가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11월과 개정안 발표 전날 두차례 정도 양쪽의 의견을 수렴한 채 이견이 첨예한 사안의 개정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문화부 저작권산업과 쪽은 “음저협의 공연사용료 징수 요청을 수용하고, 영화산업 부담을 고려해 공연사용료율을 낮춘 개정안”이라면서도, “추후 양쪽이 조정해 합의하면 징수규정을 재개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쪽이 절충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제작단계에서 복제·공연사용료를 정액제로 일괄 지급하되, 액수 산정 기준을 음저협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음저협은 애초 주장한 곡당 극장매출액의 ‘0.5% 공연사용료’를 다소 낮출 순 있으나, 창작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극장매출액에 따라 공연사용료를 따로 받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음악감독인 이병훈씨는 “영화제작사들이 영세해서 기존 노래 사용료 500, 700만원도 아끼려고 사용을 최소화하는 상황인데, 돈을 더 받으려 한다면 기존 곡을 더 안 쓰려고 할 것”이라며 “작업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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