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의 트랜스젠더 <헤드윅>(왼쪽), 웃긴 연애코치 친구 <건축학개론>(가운데), 우직한 근위중대장 <더킹투하츠>(오른쪽)에 출연한 배우 조정석씨.
인기몰이 신인배우 조정석
영화 속 엉뚱한 친구 ‘납뜩이’
대사어록 떠도는 등 상한가
“연애 못한 친구랑 취중 연습”
뮤지컬계 스타, 드라마까지
영화 속 엉뚱한 친구 ‘납뜩이’
대사어록 떠도는 등 상한가
“연애 못한 친구랑 취중 연습”
뮤지컬계 스타, 드라마까지
최근 한 배우의 매니저가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드라마가 쉬는 날 없이 촬영 중이라…신인인 저희가 (인터뷰) 시간을 내어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기자들뿐만이 아니다. 200만명 돌파를 앞둔 영화 <건축학개론>을 본 관객들은 첫사랑의 아련함을 느끼러 갔다가, 주인공 못지 않게 강렬한 ‘캐릭터’에 팬이 되고 만다. 1996년 시절 대학신입생 승민(이제훈)의 연애코치로 나오는 친구 ‘납뜩이’에 빠진 관객들은 인터넷에서 이 배우를 검색하다 ‘조정석’이란 이름에 다다른다.
3일 저녁, 드라마 <더킹투하츠>의 촬영 중 통화한 조정석(32)은 자신의 연기에 ‘납득되어버린’ 이 열광적인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인터넷엔 “납뜩이 없는 <건축학개론>은 상상할 수 없다”는 평이 줄을 잇고, 납뜩이 대사 어록까지 떠돈다. 이 작품은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재수하는 것도 서러운데 공부까지 열심히 하냐”고 투덜대며 연애상담을 해주는 납뜩이는 90년대 중반 우리 곁에 있었을 법한 인물과 밀착된 코믹연기를 펼친다.
“영화처럼 저도 스무살 때 재수생이었어요. 클래식기타 연주로 음대를 지망했었거든요. 먼저 대학에 간 친구들 축제에도 가면서 부러워하기도 했고요. 저도 고등학교 때 ‘삐삐’를 차고 다녔기 때문에 96년을 다룬 영화의 내용에 세대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저렇게 말끔하게 생긴 배우가 납뜩이 역에 맞을까 생각도 했다는 이용주 감독은 “오디션을 본 배우들 중 대사 처리와 기본기에서 발군이었다”고 떠올렸다. 조정석은 승민 역의 이제훈과 다른 이미지를 빚어내기 위해 체중도 6~7㎏을 늘렸다. 그는 “친한 친구 중에 ‘승민’처럼 여자를 한번도 사귀지 못한 천연기념물이 있어, 그 친구를 상대로 술을 마시면서 ‘납뜩이’ 캐릭터로 상담해주는 연습도 했다”며 웃었다. 키스하는 법 등 코믹대사들에 대해선 “약간의 애드리브가 있었지만, 감독님이 오래(8년간) 준비한 작품이라 대본이 워낙 탄탄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납뜩이는 고백을 망설이는 승민에게 ‘술 먹고 전화해서, 여자를 나오게 한 뒤 벽으로 밀쳤다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돌아서라, 쓸쓸한 뒷모습이 콘셉트’라고 부추긴다.
조정석은 누군가 사랑앓이를 하고 있다면, “자신이 가진 매력을 탐구해서 순수함과 솔직함으로 다가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성격이 “납뜩이 같지는 않다”고 했다.
“고등학교 축제 때 친구들과 무대에서 춤추는 아이들 중 한명이었지만, 진지할 땐 진지하고, 한번뿐인 인생이니까 즐겁고 유쾌하게 살려고 해요. 여행도 좋아하고요.”
스무살 납뜩이에 빠진 관객들은 급기야 성인 장면에서 왜 납뜩이가 등장하지 않는지 아쉬워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감독님과 납뜩이는 커서 뭐가 됐을까 얘기도 나눴는데, 애를 많이 낳은 다산의 상징이면서 보험왕이 됐을 것 같다고 했죠. 그런데 스무살 시절 납뜩이는 승민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는 친구이지만, 성인이 되어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어요.”
한편의 영화로 대중과 한층 가까워졌지만, 조정석은 원래 뮤지컬계의 스타배우였다. 2002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간 그는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했다. 비련의 트랜스젠더 역을 맡았던 <헤드윅>과 <그리스> <내마음의 풍금> 등에서 무대를 휘어잡는 노래와 폭넓은 감정표현으로 강한 존재감을 심었다.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2008)·남우조연상(2009)도 탔다. 그는 “뮤지컬은 배우로서 흥분시키는 무대”라고 했다.
드라마 <더킹투하츠>에서 왕실과 왕제(이승기)를 호위하는 올곧고 우직한 근위중대장 ‘은시경’으로 캐릭터 변환을 시도한 그는 “어떤 역을 맡겨도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전화를 끊으며 첫사랑의 추억을 묻자, 조정석은 “정말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감정은 23살 때 캠퍼스 과 커플인 여자친구한테서 느꼈다”고 얘기했다. <건축학개론>처럼, 첫사랑이 느닷없이 찾아온다면? 그는 “다시 사랑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났으니까”라고 말하더니, “그런데 또 모르죠”라고 했다. 사랑은 때론 납득되지 않을 만큼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니까.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명필름·문화방송·드림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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