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탁구공 통일’ 46일, 마지막 10분 감동 스매싱

등록 2012-04-17 15:39수정 2012-05-08 22:29

현정화 감독(사진 왼쪽)이 영화에서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에게 탁구의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현정화 감독(사진 왼쪽)이 영화에서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에게 탁구의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새달 3일 개봉 ‘코리아’
우승 뒤 이산가족처럼 이별
현정화·리분희 단일팀 실화
지나친 허구·과장이 아쉬워
헤어지는 장면, 찡함 몰아쳐
맞는 말이다.

“왜 이제서야 왔습니까?”

<코리아> 제작자와 감독이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남북단일팀 실화를 영화로 만들겠다며 찾아왔을 때,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이렇게 맞이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갑작스러운 남북단일팀 구성, 46일간의 훈련과 경기, ‘코리아’로 첫 출전한 국제대회, 3시간40분 결승전 끝에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고 우승한 남북여자단체팀, 한국의 스타 현정화와 북한의 영웅 리분희. 46일간 하나로 붙여놓고, 다시 둘로 떼어놓는 남북의 무정한 현실, 그래서 결승전보다 더 극적인 이들의 이별과 눈물.

리분희 역을 맡은 배두나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출연 제안을 받던 날, 91년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현정화 역의 하지원도 “영화를 찍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탁구가 힘들었지만, 시나리오에 마음을 쾅 치며 진동을 일으키는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시사회 며칠 전에 만난 배우들은 “관객이 최소 500만명은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슴을 울린 시나리오가 관객에게 분명코 전해질 것이란 믿음이었다.

16일 시사회로 공개된 <코리아>(감독 문현성)는 스포츠영화가 종종 걸리는 함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듯 보였다. 스포츠영화는 실제 경기의 생생한 감흥을 재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건을 과장되게 극화하는 위험에 빠지곤 한다.

<코리아>에선 중국 선수들이 리분희가 흘린 탁구공을 발로 밟아 으깨거나, 대회 도중 북한 보위대가 북한 선수들의 소지품을 뒤져 남북선수단에 균열이 생긴다든지, 한국 선수들이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북한 지도부에 간청하는 장면 등 허구의 얘기들이 그런 한계를 드러낸다. 북한 영웅이라는 리분희가 간염 증세로 고열을 앓는데도, 현정화가 코칭스태프 몰래 입원시키는 설정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경기를 하다 리분희가 간염 증세로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장면 등에서도 절제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남북 선수 간의 로맨스가 좀더 머뭇거리는 멜로로 그려졌다면, 그들의 헤어짐이 더 애틋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127분짜리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마지막 10분’에서 감독은 감정과잉을 통제하며 감흥을 몰아붙이는 회심의 스매싱 승부를 펼친다. 문 감독은 “우승 이후 이산가족처럼 헤어져야 했던 그들의 감정과 상황이 우리 영화의 핵심이자 모든 것”이라고 했다. 46일간 ‘하나된 코리아’를 이룬 이들이 탁구 네트로 갈라져 다시 맞서야 하는 이별이 찡하게 다가온다. 그 찡함은 ‘현정화-리분희’가 겪은 실화에 빚진 것이기도 하다.

무심한 듯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헤어지는 슬픔이 눈에 젖어드는 배두나와, “뭐라고 인사해야 돼, 편지할 게도 안 되고, 전화할 게도 안 되고, 나를 잊지 마 언니”라며 분희 언니를 보내는 하지원의 대사 등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독립영화, 드라마 단역 등으로 나온 신인 여배우 한예리는 작고 여리면서도 옹골찬 북한 선수 유순복을 연기해 영화 내내 주인공 못지않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지난해 여름, 체감온도 50도가 넘는 실내체육관에서 촬영한 경기장면도 박진감이 느껴질 정도로 사실감이 묻어난다.

새달 3일 개봉하는 <코리아>는 20일 지바에서 재일동포 등을 상대로 시사회도 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심장이 뜨거워지는 감동으로 빚어졌는지, 상업영화 소재로 아깝게 소비되고 말았는지가 관객의 판단 앞에 서게 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더타워픽쳐스 제공


“분희 언니는 우리 반지 아직 갖고 있을까?”
‘남북 대표팀’ 실제모델 현정화

“분희 언니가 그 반지를 아직도 갖고 있을까요?”

21년 전. 그는 북한의 리분희 선수와 헤어지기 전날, “언니, 날 기억해줘”라며 준비한 한돈 반지를 건넸다. 몰래 리분희의 방으로 가서 내민 조그만 반지엔 자신과 리분희의 이름을 새겼다. 남북단일팀 ‘코리아’로 출전해 1991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 우승을 일군 두 사람은 93년 세계선수권에선 남과 북으로 갈려 경기를 치렀다. 이후 19년째 보지 못하고 있다. 만남, 헤어짐, 그리움. ‘현정화와 리분희’는 그대로 남북 현실의 단면을 품고 있다.

현정화(43) 대한탁구협회 전무 겸 한국마사회탁구단 감독은 16일 영화 <코리아> 시사회가 끝난 뒤 “(영화 막판) 결승전부터 눈물이 났고, 북한 선수들과 헤어지는 장면, 나랑 리분희 선수의 당시 사진이 나올 때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탁구 선수와 결혼한 리분희는 뇌성마비 장애 아이를 두고 있고, 현재 ‘장애인스포츠단체 간부로 있다더라’ 정도의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영화 보며 분희 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언니는 그때 무슨 생각으로 경기를 했을까’ ‘이런 영화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할까’ ‘왜 탁구 국제무대에 한번도 안 나왔을까’도 궁금하고. 둘 다 엄마가 됐으니, 살아가는 사소한 얘기들도 나누고 싶고요. 내일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어요.”

촬영현장에서 <코리아> ‘총감독’으로도 불린 그는 7개월여간 배우들의 탁구훈련 지도, 영화에 나오는 탁구용품과 외국 선수 섭외, 언론홍보 등 제작 전반에 힘을 쏟았다. 그는 “하지원은 새침데기 같으면서도 할 말을 하는 내 모습을 잘 나타냈고, 배두나는 91년 이미 북한 영웅이었던 리분희 선수의 도도한 부분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극 중 남북 선수 멜로와 관련해선, “젊은이들이 46일간 훈련과 대회를 함께 하며 그런 감정이 없었을까? 당시엔 조심스러워서 (외부에) 드러내지 못했지만, 픽션(가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현 감독은 “그땐 ‘우리가 왜 단일팀을 해야 하지?’ ‘정치적 이벤트 아니냐’는 생각도 있었지만, 마음이 움직여서 그렇게 단시간에 하나가 된 것은 한 민족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영화가 통일을 위한 작은 파동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송호진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문재인 목을 베라”…이준석 ‘엽기 만화’ 올려
‘고대녀’ 김지윤 “청년비례 선출과정, 신뢰성 떨어져”
또 회장님 힘내세요? 중앙일보 ‘땅거래 의혹’ 뭉개기
가수 지망생 성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 구속
주진모-고준희 결혼설 부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