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레스와 그로밋>시리즈(1989~,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월레스와 그로밋>시리즈(1989~,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
<카툰 네트워크>, 4월21일, 22일(토, 일) 저녁 7~9시
<월레스와 그로밋>시리즈(1989~,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
<카툰 네트워크>, 4월21일, 22일(토, 일) 저녁 7~9시
“기술적으로 최정점에 올라 있으니까.” 와이(Y)의 대답은 단순했다. 하긴, 애니메이션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이라면 <월레스와 그로밋>을 안 좋아할 수 없지. 엘(L)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생각했다. 딴에는 플립북 애니메이션이랍시고 교과서 모퉁이에 그림을 한 컷씩 그려가며 허송세월하던 열한 살의 엘에게도,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곤 믿겨지지 않는 속도와 움직임을 보여주는 월레스와 그로밋은 동경의 대상이자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애니메이션 전공자였던 와이라고 왜 아니었겠나.
하지만 그것뿐일까? 엘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재차 물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단 이유만으로 좋아할 수는 없는 거잖아. <트랜스포머>는 당대 최고의 시지(CG)가 사용된 영화지만, 난 여전히 그 작품이 흉물이라고 생각하는걸.” “당연히 내용도 좋으니까 좋아하는 거지.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함부로 단정 짓지 않거든. 월레스는 개랑 단둘이 사는 중년의 독신남인데, 아무도 월레스에게 결혼하라고 재촉하지 않잖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 와이의 말을 듣고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레스에게 여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거대토끼의 저주>(2005)에서도, <빵이냐 죽음이냐 그것의 문제>(2008)에서도 괴짜 발명가 월레스에게 접근하는 여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월레스의 곁을 지키는 것은 언제나 그로밋이었다. 전자공학에 능통하고, 플라톤을 즐겨 읽으며, 월레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해주는 과묵한 비글개 그로밋.
“가만, 그건 월레스의 옆에 이미 그로밋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로밋은 충분히 훌륭한 반려자니까.” 뜬금없이 휴가 행선지를 ‘달’로 정하고 로켓을 만들 때도(<화려한 외출>(1989)), 그로밋의 방을 빼고 정체가 불분명한 세입자를 들일 때도(<전자바지 소동>(1993)) 그로밋은 월레스의 편이었다. “아침 식사도 해다 바쳐. 언제나 위기에 빠지면 구하러 달려와. 게다가 주인보다 머리도 좋잖아? 절대적인 내 편이지.”
절대적인 내 편. 엘이 자신의 말을 한번 더 중얼거리며 말맛을 곱씹는 동안, 와이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서 <월레스와 그로밋>을 결혼생활에 대한 은유라고 보는 이들도 있어. 월레스처럼 매번 사고를 치는 괴짜에게도, 그로밋처럼 완벽하게 맞물리는 짝이 있으니까. 둘은 함께일 때 완벽한 거지.” 엘은 고개를 들어 와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당신의 그로밋이 되어 절대적인 당신의 편이 되겠소.” 뜬금없는 소리에 와이는 잠시 엘을 응시하다 대꾸했다. “시끄러. 월레스처럼 사고치고 다니지나 마.”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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