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의 배두나(33).
영화 ‘코리아’ 배두나
북한 탁구영웅 내면 포착
강하지만 쓸쓸한 모습 표현
“이별눈물 참다 ‘컷’ 뒤 엉엉”
할리우드 진출작도 마무리 만나볼 수 없는 사람. 그의 내면을 추적할 단서라곤 서너 개뿐. 도도하다, 이겨도 기뻐하지 않는다, 북한영웅, 21년 전 사진. “리분희 선수의 사진을 보니 귀여웠어요. 하얀 찹살떡처럼. 그런 사람이 계급사회에서 북한영웅이 됐다? 안에 뭔가 있는 거죠. 자신감, 강인함, 자부심이 있을 거라고 봤죠. 무시당하는 것을 못 보는 사람.” 남북선수들이 헤어지는 영화 <코리아>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리분희도 “울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배두나(33)는 그건 리분희답지 않다고 보았다. “감독님께 말했죠. ‘(눈물을) 참는 게 더 슬퍼 보일 때가 있어요’” 배두나는 강해 보이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무심한 듯한 리분희의 내면을 포착해냈다. “(이별 장면 등에서) 배두나의 감정은 들끓어 감독의 ‘컷’ 소리가 나면 엉엉 울었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눈물을 참고 억누르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수령님이 날 지켜주고 있다는 식의 생각도 하며 리분희에 빠졌어요. 그가 나중에 영화 보고, (탁구) ‘백핸드’를 왜 그것밖에 못했냐고 하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달 3일 개봉하는 <코리아>(감독 문현성)는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서 여자 남북단일팀이 단체전 우승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배두나의 국내 영화 복귀는 <괴물> 이후 6년 만이다. 23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첫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울었다고 한다. 현정화(하지원)와 리분희가 46일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두 여자의 멜로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배두나는 “조금 자만하자면, 내가 리분희를 하면 전형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배두나는 일본영화 <공기인형>(2009) 이후 한동안 “연기하는 것이 싫어졌다”고 말했다.
“내 연기가 재미가 없고, 매너리즘에 빠져버렸죠. (코믹이 가미된) 드라마 <공부의 신>을 하면서 기분을 띄워올리려고도 했고요. <코리아> 이전까지 굉장히 침체돼 있었죠. 뭔가 도전해야 재미가 생길 것 같았어요.”
오른손잡이인 그는 <코리아>에서 왼손잡이 리분희를 연기하느라, 왼쪽어깨 물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탁구선수였던 배두나는 “이제 왼손으로 탁구를 더 잘 친다”고 했다.
영화는 뭉클함을 자아내지만, 극화된 허구들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전작들에서 감정과잉을 통제한 연기를 보여온 그로선 고민될 법한 설정들이다.
“첫 시나리오는 현정화, 리분희한테 좀더 집중한 간결한 시나리오는데, 투자 쪽 요구가 있어서인지,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하지 않겠다고 하는 스타일이예요. (바뀐 시나리오로는) 못 하겠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3장의 장문 편지를 줬어요. 투자도 받아야 하는 상황 등을 얘기한 거죠.”
이산가족처럼 헤어지는 슬픔을 담아낸 영화를 찍은 그는 “난 통일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라고 했다.
“외국에 자주 가는데, ‘사우스’(south·남)냐, ‘노스’(north·북)냐고 물어오는 것도 싫고, 짜증이 나요. 얼마전 독일에서 촬영하다 헐어버린 베를린장벽의 땅을 보면서, 우린 왜 이러고 있나 생각도 했죠.”
베를린 촬영이란,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 촬영을 말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 베리 등 스타들과 함께 독일에서 공상과학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앤디·래리 워쇼스키 형제감독, 톰 티크베어 감독 공동연출) 촬영을 끝냈다.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에서 배두나는 2144년 도시의 복제인간 역이다.
“위쇼스키 형제 감독들이 <공기인형>을 보고 날 선택했대요. 지난해 3월 연락이 왔는데, 매니저도 없을 때였어요. 깜짝 놀랐죠.”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카메라 테스트 등을 거쳐 그해 6월 출연이 확정됐지만, 캐스팅 소식은 9월에야 언론에 알려졌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고 막 내세우고 싶지 않았고, 설레발? 뭐 그런 것도 싫어한다”고 했다.
2009년 6개월간 미국 뉴욕에 머물며 영어공부도 했던 그는 촬영장에 매니저도 없이 갔다. ‘촬영장에 혼자 갈 생각을 했냐’는 물음에 그는 이 얘기를 들려줬다.
“할 베리는 보디가드가 있기는 했지만, 할 베리도 그렇고, 톰 행크스 등 모든 배우가 우리처럼 매니저, 메이크업·코디 담당 등을 주렁주렁 달고 오지 않고 촬영장에 혼자 오는 거예요. 너무 멋있지 않아요? 나도 (배우) 거품을 빼고 좀 실속 있게 바뀌려고요.”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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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진출작도 마무리 만나볼 수 없는 사람. 그의 내면을 추적할 단서라곤 서너 개뿐. 도도하다, 이겨도 기뻐하지 않는다, 북한영웅, 21년 전 사진. “리분희 선수의 사진을 보니 귀여웠어요. 하얀 찹살떡처럼. 그런 사람이 계급사회에서 북한영웅이 됐다? 안에 뭔가 있는 거죠. 자신감, 강인함, 자부심이 있을 거라고 봤죠. 무시당하는 것을 못 보는 사람.” 남북선수들이 헤어지는 영화 <코리아>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리분희도 “울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배두나(33)는 그건 리분희답지 않다고 보았다. “감독님께 말했죠. ‘(눈물을) 참는 게 더 슬퍼 보일 때가 있어요’” 배두나는 강해 보이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무심한 듯한 리분희의 내면을 포착해냈다. “(이별 장면 등에서) 배두나의 감정은 들끓어 감독의 ‘컷’ 소리가 나면 엉엉 울었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눈물을 참고 억누르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수령님이 날 지켜주고 있다는 식의 생각도 하며 리분희에 빠졌어요. 그가 나중에 영화 보고, (탁구) ‘백핸드’를 왜 그것밖에 못했냐고 하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달 3일 개봉하는 <코리아>(감독 문현성)는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서 여자 남북단일팀이 단체전 우승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배두나의 국내 영화 복귀는 <괴물> 이후 6년 만이다. 23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첫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울었다고 한다. 현정화(하지원)와 리분희가 46일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두 여자의 멜로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배두나는 “조금 자만하자면, 내가 리분희를 하면 전형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영화 ‘코리아’의 배두나(33).
배두나(33).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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