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포비든 킹덤>(2008), <쾌찬차>(1984)
<중화티브이(TV)>. 4월28일(토) 낮 12시30분, 2시30분
<포비든 킹덤>(2008), <쾌찬차>(1984)
<중화티브이(TV)>. 4월28일(토) 낮 12시30분, 2시30분
다른 이들은 수년 만에 만난 동창과 무슨 이야기를 할까. 죽마고우 티(T)와의 만남은 엘(L)이 생각했던 것처럼 활기차진 않았다. 놀랍게도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얘깃거리가 똑 떨어진 것이다. 이대로 일어나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티가 가져온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성룡(청룽)의 100번째 영화 <신해혁명>에 관한 기사가 실린 페이지.
“이번 영화는 액션 아닌가 봐?” 무심코 던진 엘의 말을 티가 받았다. “야, 성룡도 내일모레 예순이다.” 엘은 한숨을 쉬었다. 1980~90년대 유년기를 보낸 엘의 기억 속 성룡은 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기가 막힌 액션을 선보이는 청년이었는데. <신해혁명> 포스터 속 성룡은 잔뜩 무게 잡은 표정과 액션은 하나도 안 할 것만 같은 자세로 엘과 티를 노려보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세월이란.
“사실 <포비든 킹덤>이 나왔을 땐 내심 아쉬웠어. 늘 제자로 나오던 성룡이 스승이 되어 제자를 가르치는 광경이 좀 어색하더라고.” <서유기>의 할리우드식 리메이크 <포비든 킹덤> 얘기가 나오자, 티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성룡이 스승으로 나오는 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럴 나이도 됐고. 그런데 이연걸(리롄제)하고 대결하는 장면은 왜 그렇게 짧게 나오냐고! 그 둘을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면 제대로 판을 벌여 줘야지!”
티의 흥분한 목소리에 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래도 그 장면 죽이지 않냐? 성룡하고 이연걸이 언제 또 한 영화에서 붙어 보겠어?” 티는 초심자를 대하는 고수의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나쁘지 않았지. 하지만 와이어 범벅을 한 원화평(위안허핑)의 안무로는 성룡의 진가를 봤다 할 수 없지 않겠어? 성룡이라면 역시 홍금보(훙진바오)가 붙어야지.” 엘은 티를 보며 외쳤다. “<쾌찬차>!”
“그렇지! 성룡 하면 홍금보, 홍금보 하면 원표(위안뱌오)까지 붙어야 진짜지.” 두 사람의 마음속에 벅찬 기억이 물결쳤다. 막내 원표가 귀여운 인상과는 달리 칼날같이 정확한 발차기를 꽂아 넣는 장면하며, 성룡이 세계 격투기선수권 챔피언 베니 어키데즈와 ‘진짜’ 제대로 한판 붙는 장면, 그리고 삼총사가 모두 모여 악당 두목을 펜싱으로 제압하는 마지막 액션 장면까지. “그 시절이 황금기였지. 성룡도 원표도 아직 20대이던 시절에 찍은 거니까.”
아련한 기억에 젖어 있는 티를 보며 엘은 둘이 함께 <쾌찬차>를 보던 시절을 떠올렸다. 골목마다 애들이 <취권 2> 속 성룡의 움직임을 어쭙잖게 따라하던, 아무 걱정 없던 낙관의 시절을. 티를 만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주말에 안 바쁘면 우리 집에서 성룡 영화나 볼래?” “좋지. 맥주 사갈게.”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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