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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은교’에 ‘노출’이란 검색어가 같이 뜨지만…

등록 2012-04-29 16:10수정 2012-04-30 09:38

떠오르는 두 신인 여배우, ‘은교’의 김고은과 ‘코리아’의 한예리. 사진 이정아, 김태형 기자
떠오르는 두 신인 여배우, ‘은교’의 김고은과 ‘코리아’의 한예리. 사진 이정아, 김태형 기자
떠오르는 두 신인 여배우|감정을 성형하지 않은 순백의 얼굴
 ‘평균적 성형미인’과는 다른 새 얼굴들의 등장이다. <은교>(상영 중)를 보면, 싱그럽고 풋풋한 ‘은교’(김고은)를 근거리에서 응시하는 영화 카메라의 시선마저 부럽게 느껴질 것이다. <코리아>(5월3일 개봉)에선 북한 탁구선수 유순복(한예리)의 눈만 마주해도 뭉클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낯선 신인을 다룬 이 기사를 읽지 않고 넘긴 이들도, 두 영화를 본 뒤엔 김고은과 한예리가 궁금해져 이 기사를 찾아 읽고 싶어질지 모른다.

영화 ‘은교’에서 70살 노인 이적요(박해일)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시키는 은교 역의 김고은. 영화 장면.
영화 ‘은교’에서 70살 노인 이적요(박해일)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시키는 은교 역의 김고은. 영화 장면.

 ‘은교’의 김고은
300대1 경쟁 뚫고 낙점받아
“매번 한계치 연기하려 노력
내 정서는 아날로그적이죠”
 

 “‘은교’ 할 수 있겠니?”

정지우 감독이 물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 내면에 자기중심’이 보였다고 한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느닷없는 변화를 앞에 두고, 김고은(21)은 나흘간 망설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재학생 부회장이었던 그는 동문회 회장(현 소속사 대표)의 권유로 지난해 여름 영화 <은교>의 감독을 만났다. “학생 땐 좀더 배우고, 독립영화에도 출연해 경험을 쌓으려 했다”던 그는 ‘영화감독은 어떤 기운을 가졌을까’, 그런 호기심에 제작진과 마주했다. 마침 한 달 전 원작 소설을 읽은 터였다. 바로 다음날 오디션을 하자고 제안받아, 입시 실기 때 했던 뮤지컬 <스핏파이어그릴>의 독백과, “내 경험을 은교의 성격처럼” 말하는 독백을 선보였다. 투자사, 제작진이 지켜본 2시간 오디션에서 300 대 1의 ‘1’로 낙점됐다. 제작진과 이틀간의 만남, 나흘간의 고민 등 6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풋풋한 역할로 데뷔”하길 원한 아버지는 20여분 고민하더니, “이 작품이 우리 곁에 어른거리는 걸 보니 네가 할 운명인가보다.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를 고집하는 센 배우가 돼라”고 힘을 줬다. 그땐 은교로 캐스팅될 줄 모르고, “아빠, ‘은교’가 영화로도 만들어진대”라며 딸이 봤다는 소설을 아버지도 읽은 터였다.

 “은교를 어떻게 표현할까 욕심 나는데,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면 억울할 것 같았죠.”

 맑은 김고은의 얼굴은 70살 노인 이적요(박해일)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시키는 은교의 캐릭터와 합치된다는 평이 많다.

 “소설에서 은교는 이적요의 시선에 포장된 느낌, 타인에게 대상화된 느낌이 컸어요. 시나리오는 능동적이고, 당돌하고, 더 현실적인 아이로 보였죠.”

 그는 “외롭고 사랑을 잘 받지 못한 은교가 이적요의 관심과 애정 때문에 그를 따르게 되고,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에겐 호감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 등을 다룬 영화이지만, 이름 옆에 ‘노출’이란 인터넷 검색어가 같이 뜨는 상황이 부담될 수 있다. 영화를 본 부모님은 “고생했다. 좋은 영화인 것 같다”며 딸을 안아줬다고 한다.

 “사랑을 갈망하는,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니까, 누가 봐도 어떤 한 부분은 공감할 것 같아요. 영화 보기 전엔 걱정했는데, 지금은 담담해요. 그때 그때 한계치의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으니까요.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4살부터 10년간 아버지 일 때문에 중국에서도 살았다. 성격이 밝은 편이라는 그는 “정서는 아날로그적이예요. 가수 이소라와 넬을 좋아하고, 김광석의 ‘그날들’은 아픈 사랑이 느껴져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규격화되지 않고, 여러 감정을 그릴 수 있는 얼굴 때문인지, 소속사는 “벌써 영화 등 다른 작품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원과 배두나를 보러갔다가 한예리를 발견하고 나온다는 평까지 있는 영화 ‘코리아’ 유순복 역의 한예리. 영화 장면.
하지원과 배두나를 보러갔다가 한예리를 발견하고 나온다는 평까지 있는 영화 ‘코리아’ 유순복 역의 한예리. 영화 장면.

‘코리아’의 한혜리 
북선수로 열연 관객에 감동
“연기는 선입견을 부수는 것
좌우 비대칭 제얼굴 좋아요” 

영화 <코리아>의 성취라면, 한예리(28)를 대중 앞에 출현시킨 점이다. 하지원과 배두나를 보러갔다가 한예리를 발견하고 나온다는 평까지 있는 건, 그가 가장 인간적이고 개연성 있는 감정을 가진 인물로 느껴져서일 것이다. 첫 국제대회 출전에서 고전하다가 결승전에서 놀라운 활약을 하는 영화 속 ‘유순복’은 그 모습 그대로 배우 한예리의 도약을 보여주는 듯하다.

 “유순복 선수 사진을 보니 앳되고 착하면서도 강단이 있어 보였어요. 옛 경기를 보니 몸이 떠서 드라이브를 하더라고요. 안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구나 생각했죠. 무엇보다, 영화 안에서 혼자 성장하는 유순복의 드라마가 좋았어요. 결승전 찍을 땐 정말 선수가 된 느낌이었죠.”

 왼손잡이인 그는 오른손잡이 유순복을 연기하느라, 다른 배우보다 2시간 먼저 도착해 탁구훈련을 했다. “라켓을 처음 잡았는데, 손이 작아서 손잡이가 손에 잘 걸리지 않았어요. 매일 거울 보며 수천번 스윙을 했죠.” 근육량을 키워 체중도 4㎏ 늘렸다.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 우승 뒤 남북 선수가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손거울을 남쪽 선수에게 주고, 꾸벅 숙여 인사하는 유순복의 작은 몸짓들이 관객의 가슴을 흔든다.

 “다음에 거울 갖고 있는지 확인할 거라고 말하지만 다시 못 볼 걸 아니까, 친구들과 헤어지는 순복이의 마음이 더 슬펐을 거예요.”

 영화 제작사 대표는 드라마 <로드넘버원>(2010)에서 북한 간호사 역을 했던 한예리의 사진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다고 한다. 독립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2008)에서 조선족 여성을 연기한 것까지 확인하고, 유순복으로 캐스팅했다.

 “<로드넘버원> 때는 매니저가 없어 혼자 옷 싸들고 이동해 찍은 첫 드라마라, 가슴이 쿵쾅거려 진정제를 먹기도 했어요.”

 생후 28개월부터 사촌언니를 따라 한국무용을 배워, 한국종합예술학교 한국무용과를 졸업했다. 한예종 2학년 때 영화과에서 찍는 작품의 무용안무를 해준 것을 계기로, 독립영화 10여편에 출연했다. 2008·2010년엔 미장센영화제 연기상도 받았다.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무용작품에 참여해요. 작년엔 ‘굿, Good(굳)’이란 작품의 주역 무용수로 참가해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도 받았죠. 무용이 현실의 세계에서 일탈해 에너지를 내 안에 쌓는 느낌이라면, 연기는 내 안에 쌓인 것, 생각, 선입견 등을 부수는 느낌이죠.”

 키가 1m60cm 남짓인 그는 “키도 컴플렉스였고, 대학입시 땐 무용선생님들이 무대에서 입체적인 얼굴로 보이기 위해 성형도 권했다”고 한다.

 “영화를 본 분이 얼굴에서 한이 느껴졌대요. 얼굴이 평범해서, 오히려 더 평범하지 않게 보일 수 있죠. 밋밋하니까 여러 감정을 얼굴에 넣을 여백도 있고요. 좌우 비대칭의 제 얼굴이 좋아요.”

 여리고 단단한 유순복의 비대칭 정서가 그 얼굴에 담겼다.

글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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