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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자유 향한 고등어 갈망 ‘우리와 닮았네’

등록 2012-05-02 16:22수정 2012-05-02 17:23

파닥파닥
파닥파닥
이대희 감독 국산 3D애니 <파닥파닥> 첫선
고등어 횟집 탈출기 통해 인간 사회상 은유
애니메이션 회사와 집을 오가다 횟집이 눈에 들어왔다. 주로 외국이 하청을 준 그림을 받아 그리던 그는 수족관 벽에 갇힌 물고기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답답함을 벗어나고픈 갈망”이었다. 저 물고기들의 생존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직접 창작해보자는 생각으로, 2007년 여름 회사를 그만뒀다. 자료조사를 겸해 6개월여간 횟집에서 일도 했다. 그때 쓴 ‘횟집 일기’가 400여쪽에 이른다. 그는 “당시 사장님은 내가 어떤 이유로 일했는지 모르신다”며 웃었다. 2년 자료조사, 3년간의 제작.

이대희(35) 감독의 입체영화(3D)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기획된 지 5년 만에 완성됐다. 올해 국내 애니메이션 기대작이다. 4일 폐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한국작품으론 유일하게 뽑혀 첫 선을 보였다. 극장 개봉은 7~8월께 할 예정이다.

<파닥파닥>은 수족관으로 잡혀온 고등어가 바다로 돌아가려는 처절한 탈출기를 그린다. 작은 수족관을 지배하는 넙치, 1인자에 기생하는 붕장어(아나고), 그 안의 세계에 순응하는 줄돔·농어·도미, 고등어의 의지를 동경하는 놀래미 등이 등장한다.

“횟집에서 보니, 고등어는 저돌적으로 직진하는 고기였어요. 벽에 부딪혀 얼굴의 콧등이 항상 멍이 들어있죠. 좁은 벽에 갇히면 금방 죽고요. 고등어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죠.”

손님이 회를 뜬 고기의 입에 담배를 물리는 영화 장면 등도 횟집에서 실제 목격한 모습들이다. 살기 위해 다른 고기들의 살점을 뜯어먹고, 손님 선택을 받지 않으려고 수족관에서 죽은 척 몸을 뒤집어 생존을 늘리는 고기들의 몸부림, 서열화된 수족관 내부는 그대로 우리 사회상을 서글프게 은유한다. 감독은 자유를 향한 고등어의 판타지를 뮤지컬형식으로도 보여준다. 그 노래들을 작사한 감독은 펑크록밴드 기타리스트로도 4년간 활동한 바 있다.

최근 전주에서 만난 그는 “붕장어의 유연한 몸놀림, 고기들의 감정을 담은 얼굴표정, 눈의 떨림 등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적인 그림묘사와, 우리 사회를 수족관에 응축한 주제의식을 담아낸 그는 국내 애니의 또하나의 의미있는 성취를 보여준다.

순제작비는 10억원. 5억원 상당의 현금과 현물지원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에서 받았다. 조각 전공학과를 잠시 다니다, 애니메이션학과(세종대)로 재진학한 그는 “나머지 5억은 대출 등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에서 고등어의 ‘파닥파닥’ 움직임의 파동은 수족관 1인 지배에 안주하던 넙치에 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수족관을 생각의 틀, 우리 사회의 억압 등의 보이지 않는 벽이라고 봤어요. ‘파닥파닥’ 움직임을 통해 그 벽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런 에너지가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고등어처럼.”전주/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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