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가 의자 흔들 ‘어벤져스’ 4D 중
프로그래머들 100여번 시사
효과구성, 제작사와 사전조율
“관람객 피로 막을 적정선 찾아”
효과구성, 제작사와 사전조율
“관람객 피로 막을 적정선 찾아”
‘아이언맨’이 하늘로 수직상승할 땐, 관객들의 발밑에서도 바람이 불어오고 극장 좌석도 뒤로 기울어져 함께 공중부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천둥의 신’ 토르가 망치를 치켜들어 번개를 불러모으는 장면에선, 극장 벽면에서도 불빛이 번쩍거리며 시각효과를 높인다.
미국 할리우드 입체(3D)영화 <어벤져스>가 개봉 2주째인 10일까지 관객 430만여명으로 흥행하는 가운데, 이 영화를 몸으로 체험하며 관람하는 ‘4디(D)’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어벤져스>의 4디 상영은 한국이 유일하다.
전국 1974개 스크린 중에 4디 상영관은 전국 18개관이다. 용산·영등포·상암·강변 등 서울 6개관과 경기도 일산, 인천, 대구, 광주, 부산(서면) 등을 아울러 전국에 14개 ‘4디 상영관’을 가진 씨지브이(CGV)는 지난 5~6일 주말에 <어벤져스 4D> 스크린의 객석 점유율이 88.2%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4디 영화는 3디 안경을 끼고, 의자 진동, 등받이와 좌석 밑에서 몸을 찌르거나 발을 건드리는 촉각 자극, 바람과 물 분사, 불빛과 향기를 내뿜는 것 등을 오감으로 느끼며 보는 영화를 말한다.
최근 서울 시내 극장에서 만난 씨지브이 4디 프로그래머들은 “<어벤져스 4디> 구현을 위해 영화를 100번 이상 봤는데, 한글 자막을 외울 정도”라며 웃었다. 4디 영화를 전담하는 이들은 보통 개봉 2~3주 전에 영화를 보고 4디 효과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뒤, 해당 영화 제작사에 보내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 등을 거쳐 상영한다. 씨지브이 구민준(31·사진 오른쪽) 4디 프로그램 팀장은 “<어벤져스> 쪽에선 과격한 헐크, 번개와 망치를 이용하는 토르, (철갑 슈트를 입고) 하늘을 빠르게 나는 아이언맨 등 캐릭터의 특징들이 돋보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어벤져스 4D>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계한 이성웅(32·왼쪽) 프로그래머는 “(6명의) 슈퍼영웅들이 모인 영화라, 주인공 1명의 시점이 없어 어떤 캐릭터에 맞춰 효과를 구성할지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다”며 “헐크의 경우, 극장 의자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 중 가장 강한 진동효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4디 영화가 본격화한 것은 씨지브이가 2009년 1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4디로 상영하면서부터다. 놀이공원 4디 체험 영상물이 아닌 장편영화가 4디로 극장 상영된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었다. 4디 상영관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끈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2009년 7월)과 <아바타>(2010년 8월)를 계기로 하여, 4디 영화관과 관객층이 증가했다.
구 팀장은 “2009년만 해도 <트랜스포머2>를 4디로 상영하겠다고 미국 스튜디오에 문의했을 땐, 4디 영화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어서인지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바타 4디> 등이 인기를 끌자, 지난해 <트랜스포머3> 개봉 땐 4디 상영이 이뤄졌다.
4디 영화는 극장요금(1만8000원) 부담도 있지만, 의자 진동 등으로 관람의 피로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성웅 프로그래머는 “스토리 전개가 이뤄지는 부분에선 효과를 쉬어주고, 4디 효과가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보여주는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어벤져스>도 (슈퍼영웅들과 외계인이 미국 뉴욕에서 맞서는) 마지막 35분에 4디 효과의 하이라이트를 집중했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지금은 3디 영화에서 4디 효과를 끄집어내는 것이지만, 앞으론 처음부터 4디 효과를 고려한 (맞춤형) 4디 영화 콘텐츠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씨지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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