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 배우 류승룡
‘내 아내의 모든 것’ 배우 류승룡
고정되지 않은 캐릭터가 강점
“친구들이 ‘딱 너’라고 할걸요”
고정되지 않은 캐릭터가 강점
“친구들이 ‘딱 너’라고 할걸요”
그가 카사노바라.
그러니까 왜 류승룡(42·사진)이어야 했을까.
“여성 스태프들은 조지 클루니, 조니 뎁, 량차오웨이(양조위) 같은 남자배우를 데리고 와 달라고 했죠. 전 승룡씨가 연기할 캐릭터에서 그 사람들을 다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3년 전, 결국 무산된 스릴러영화에서 무력한 소시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을 때부터 알아봤는데, 승룡씨는 섬세하고, 부드럽고, 대화 속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내는 예민함도 있었죠. 그런데 거친 느낌의 역으로 주로 활용되는 걸 보고, 제가 아는 다른 류승룡도 활용하고 싶었죠.”
17일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얘기다. 인민군 장교(<고지전>), 청나라 장수(<최종병기 활>)의 류승룡만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는 그가 강한 남성성만 가진 남자일 것이란 ‘집단적 오해’를 허물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내(임수정)를 유혹해 이혼하게 해 달라는 남편(이선균)의 청을 받은 카사노바는 이름마저 야릇한 ‘장성기’다. 그런데 그는 예술·문학적 소양과 꽃꽂이·요리·샌드아트 등의 취미를 지닌 감성으로 여심을 송두리째 흔드는 남자다. 매사 완벽하면 또 좋으련만, 수영을 못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허술함도 보인다.
류승룡은 “허당 카사노바가 주는 의외성, 그 인물의 엇박자 코미디가 웃음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들이 영화를 보면, ‘딱 너네’라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민과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전무후무한 카사노바 캐릭터가 될 것”이란 그의 자신감은 영화의 코믹을 떠받치는 힘으로 고스란히 작용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최종병기 활>(관객 747만명)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류승룡이 더 다양한 배역으로 쓰이고, 더 비중있는 주연급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 감독은 이렇게 다시 평했다. “이번 영화에서 상영시간 30분이 지나야 출연하는데도, 연기의 에너지로 주연으로 보이게 만드는 배우죠. 시나리오가 닳을 정도로 텍스트를 분석하는 집착력이 대단해, 감독이 고민하는 빈틈에까지 생각이 뻗칩니다. 가수로 치면 음역대가 넓은 연기자이죠.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처럼.”
한 메이저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코미디 캐릭터로 고정화되지 않은 것도 강점”이라며 “여러 조연들이 특화된 코믹 개성으로 비슷한 연기를 반복 생산하다, 그 코미디가 식상하면 그 배우도 소진되는 식인데, 류승룡은 늘 새롭게 변신해 궁금함을 일으키는 배우”라고 했다. ‘캐릭터의 무고정성’이 충무로 블루칩이 된 요인이란 것이다.
류승룡은 더 보폭을 넓힌다. 가을께 개봉할 이병헌 주연의 <조선의 왕>에서 주연급 지략가 허균으로 나오고, 촬영 준비 중인 <12월23일>에선 지적장애 아버지 역으로 ‘메인 주인공’이 됐다. ‘원톱 주연’을 향한 막판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영화사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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