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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서양여자를 대하는 낯익거나 낯선 태도

등록 2012-05-20 20:29

영화 <다른 나라에서>
영화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안느’ 주인공 삼은 세 얘기
전작보다 유머지수 높아져
“제가 뭘 만들었는지 정확히 몰라요. 어떤 부분은 알고 어떤 부분은 몰라요.”

괜찮다. 감독의 말에 긴장 안 해도 된다. 이 영화 <다른 나라에서>, 편안한 자세로 낄낄 웃으면서 볼 수 있다. 같은 장면과 대사가 무슨 기호처럼 반복되고, 꿈과 꿈이 이어지면서 꿈인지 현실인지 불분명해지는 순간은 이번에도 나타난다. 그 방식은 불편하다기보단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유준상이 큰 몫을 담당하는) 유머 지수는 <하하하>보다 더 높아졌다.

빚에 쫓겨 엄마(윤여정)와 함께 전북 부안의 해변 마을 모항에 온 영화과 학생(정유미)은 ‘안느’라는 여자를 주인공 삼은 세 개의 시나리오를 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영화감독 안느는 친구인 영화감독 종수(권해효)와 그의 아내 금희(문소리)와 함께 모항에 휴가를 온다. 두번째 이야기의 안느는 영화감독 문수(문성근)와 불륜 관계다. 그와 밀회하려 모항을 찾는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한국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우울한 이혼녀’인 안느는 그를 위로하려는 민속학 교수 박숙(윤여정)과 모항에 왔다. 안느와 해상안전요원(유준상)의 만남은 세 이야기에서 주요 사건이 되고, 펜션집 딸, 우산, 등대 같은 몇 개의 공통 요소들이 등장한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의 표면적인 주어는 안느지만, 영화는 일상에서 안느를 통해 ‘다른 나라’를 보는 ‘같은 나라’ 사람들의 태도를 흥미롭게 그린다. 성별에 따라 반응은 좀 다르다. 남자들은 안느라는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서양 여자’를 한결같이 욕망한다. <해변의 여인>(2006)에서 중래(김승우)가 문숙(고현정)이 과거 서양 남자와 사귀었다는 말을 듣고 ‘눈앞에 없는 서양 남자’ 때문에 괴로워했다면, 이 영화의 한국 남자들은 ‘눈앞의 서양 여자’에게 대놓고 추파를 던지거나(권해효), 그와 키스를 하거나(문성근), 결국 그와 잔다(유준상). 한국 여자들과 안느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일방적이다. 여자들은 신기한 눈으로 친절을 베풀거나(정유미), 호의를 베풀면서도 그가 못 알아듣는 한국말로 뒷말을 하거나(윤여정), 무작정 경계한다(문소리).

홍 감독은 지난 17일 시사회 직후 “다른 나라라는 게 국적으로 표현되는 이 나라, 저 나라가 아니라 (일상의) 어떤 층위를 건드렸을 때 멍해지는 상태라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익숙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낯설었던 것은 익숙해지며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영화 안팎의 모든 이들에게 ‘다른 나라’일지 모른다. 올해 칸영화제 장편경쟁 부문 초청작. 31일 개봉.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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