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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삼성 백혈병 노동자 문제 상식의 눈으로 봤을뿐”

등록 2012-05-21 14:06수정 2012-05-21 20:14

<삼성에 없는 단 한가지-사람냄새> 낸 르포만화가 김수박
“만화도 영화처럼 동시대 이야기 나누고 탐구할 수 있어야”
<삼성에 없는 단 한가지-사람냄새> 표지
<삼성에 없는 단 한가지-사람냄새> 표지

고 황유미씨와 유족 이야기
2년 취재한 한국형 르포만화
“우리 이런 일 모른척 말아야”

최근 한국 만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본격 ‘다큐만화’ 또는 ‘르포만화’의 등장이다. 한 무리 젊은 만화가들이 사회 이슈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알리는 작품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그동안 우리 만화계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가 만들지는 중이다. 나치 만행을 고발해 퓰리처상을 탄 만화로도 유명한 아트 슈피겔만의 <쥐>나, 이란 현대사를 다룬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 같은 외국 만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회참여 만화들이 이제 한국에서도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에 앞장 서고 있는 이가 만화가 김수박(38)씨다. 김씨는 김홍모, 박건웅 등 또래 젊은 만화가들과 용산 참사를 다룬 연작 <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펴낸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다룬 새 만화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사람 냄새>(보리출판사)를 펴냈다.

<사람 냄새>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씨와 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 만화팬들 사이에서 ‘한국형 르포만화’란 호평을 받고 있다. 산업재해 처리를 놓고 삼성과 유가족 사이의 소송이 여전히 진행중인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삼성이란 기업의 행보를 함께 비교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건축공학과를 나왔지만 만화가가 되어 개성적인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김씨를 만났다. 그는 “이상한 세상을 ‘상식’의 눈으로 바라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큐만화는 일반 만화보다 독자 반응이 적을텐데 이렇게 매달리게 된 이유는 뭔가.

“내가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게 아니라 세상이 나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만든다(웃음). 대학 때 운동권도 전혀 아니었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뿐이다. 우리 부모님, 친구들처럼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때 비상식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냥 봐도 ‘이건 아니잖아’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 말이다. 사회가 답답하니까 그런 이야기들을 만화가들이 직접 알아보고 알려보자고 모인 것이다. 만화도 소설이나 영화처럼 동시대 이야기를 탐구하고 고발할 수 있다는 걸 시도해보고 싶었다.”

-현 정권 이후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사람들이 사회를 비판하는데 공포를 느끼는 듯하다. 비판적 만화를 그리는 게 걱정되지는 않는가.

“사람들이 입바른 소리했다가 혹시 피해보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데, 난 그 걱정의 실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르포만화를 그리는 건 그런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를 알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왜 말을 못하게 하지? 그럼 한번 말해보지 뭐, 정말 누가 뭐라고 하는지, 라는.”

-<사람 냄새>는 거대 기업 삼성의 노동현실을 둘러싼 의혹을 세밀하게 다룬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계속 백혈병 문제가 생기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그럼에도 별로 개선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사람들이 삼성에 대해 가진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소수가 피해봐도 ‘저쪽이 나라를 먹여살리니까 눈을 감자’ 또는 ‘어떻게 삼성하고 싸워’라는 이런 인식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래서는 안 되잖는가.”

-고 황유미씨에 대해 삼성쪽은 산업재해가 아니라 개인의 질병이라 하고, 당국은 산업재해 신청도 안 받아주고, 유가족들이 결국 거대기업과 소송을 벌이는 과정이 실감난다.

“가장 신경쓴 것은 당사자들의 마음이었다. 그 분들이 내 만화를 보고 납득하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는 독자들에겐 ‘우리가 이런 문제를 모른척 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취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2년이 걸렸다. 그 중 1년 반이 자료 모으고 사람 만나는 과정이었다. 당사자들의 신뢰를 얻어야하니까 계속 같이 어울렸다. 공판도 찾아가고 일 있을 때마다 찾아가고.”

-웹툰 작가도 아니고, 기존 만화잡지로 데뷔한 것도 아니고, 다큐만화를 하는 것도 그렇고 만화판에서 독특한 존재인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만화동아리에 있었다. 졸업후 만화를 시작한 뒤 처음 3년 내내 돈 한 푼 못벌며 만화만 그렸다. 누구한테 배운 적도 없이 혼자 그린 게 오히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범신 선생의 단편 <토끼와 잠수함>을 좋아한다. 잠수함 속 토끼가 이상을 먼저 알아차리듯, 사람들이 숨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작가가 먼저 알아채고 사람들에게 신호를 줘야 한다는 말이 좋다. 만화가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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