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감독
모항이란 장소만 정해놓고
그날 떠오르는 것만 찍어
모항이란 장소만 정해놓고
그날 떠오르는 것만 찍어
“직감이란 건 언어로 설명이 안 되는 거다. ‘뭐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어떤 여자를 만났을 때 ‘이 여자와 결혼할 것 같다’는 느낌은 설명이 안 된다. 직감에 따라 선택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그게 진짜 뭐였는지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거다.”
홍상수 감독은 ‘직감’에 따라 인물과 상황을 떠올린다고 했다. 전북 부안 갯벌의 모항이란 마을과 프랑스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 서로 멀게만 보이는 두 개의 소재가 감독의 직감에 따라 만나, 세 개의 이야기로 이뤄진 한 이야기, <다른 나라에서>를 만들어냈다. 홍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지난 18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홍 감독을 만났다. 그는 “경쟁하려고 영화 만드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그냥 사람들이 각각 다르게 느끼는 걸 듣고 싶다. 외국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읽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가 만든 게 뭔가 조금씩 알게 되는 거다. 그게 나한테는 가장 의미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엔 모항이란 장소만 정해놨다. 1박2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절도 있고 갯벌도 있고 아담해서 좋더라. ‘뭘 하게 될진 모르지만 일단 여기서 하자. 날짜는 7월쯤이 좋겠다’ 정도만 정해 놓고 있었다.”
-이자벨 위페르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이자벨이 지난해 5월쯤 사진전 행사가 있어서 서울에 왔다. 예전에 파리 영화행사 뒤풀이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신문 기사를 보고 연락했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7월에 영화를 찍을 건데, 뭔지는 모르는데 당신 혹시 관심 있어요?’ 하고 물어보니까 바로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자벨이 주인공이어야 하니까, 그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외국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나는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관계였다. ‘우린 왜 맨날 이러지?’ 하고 궁금해하지만 설명할 순 없다. 그게 일상의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 파고 들어가다보면 다른 이야기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 개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장면들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반복을 해야만 느끼는 게 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숨긴 우산을 세 번째 이야기의 이자벨 위페르가 발견한다.
“두 이야기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거다. 그게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는 게 마지막에 나오는 우산이다.”
-인물들한테 실제 모델이 있는 건가?
“어떤 인물을 만들 때 자연인 한 사람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온 적은 없다. 그러면 자연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여러 사람들을 섞어서 특정 모델이 주는 구체성은 얻으면서 자연인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들게 한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2007년 여름 청와대 갔더니, 노짱이 흐느껴 울더라고요”
■ ‘상생 우수’ 삼성전자의 두 얼굴
■ 진보당원 20만명 정보 압수…검찰 ‘정당자유’ 흔든다
■ 중 CCTV 앵커 “외국인 쓰레기 소탕해야”
■ 어머니 버린 자식, 무덤까지 감싼 어머니
■ “2007년 여름 청와대 갔더니, 노짱이 흐느껴 울더라고요”
■ ‘상생 우수’ 삼성전자의 두 얼굴
■ 진보당원 20만명 정보 압수…검찰 ‘정당자유’ 흔든다
■ 중 CCTV 앵커 “외국인 쓰레기 소탕해야”
■ 어머니 버린 자식, 무덤까지 감싼 어머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