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 칸 영화제 중간결산
16일 개막한 제65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영화제의 ‘날씨’는 아직까지는 비교적 흐림이다. 화제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화제작이 적다는 뜻이다.
나라별로 보면 영미권 영화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프랑스 영화들도 만만치 않다. 진귀한 기록도 눈에 띈다. 아버지의 영화는 경쟁 부문에, 아들의 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올라 있다. <코스모폴리스>를 만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안티바이럴>을 만든 그의 아들 브랜던 크로넨버그 이야기다.
이곳 영화매체 <스크린 데일리>와 <필름 프랑세즈>는 영화제 기간 내내 작품들에 별점을 매기고 있는데, 21일 기준으로 볼 때 두 매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러스트 앤 본>, <아무르>, <헌트>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은 어느 거친 하층민 남자가 사고로 양쪽 다리를 잃은 돌고래 조련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통속적이지만 힘 있는 연출과 연기가 돋보인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노년의 부부 이야기다. 아내가 갑자기 병들어 정신을 잃게 되자 남편이 그를 힘겹게 보살핀다. 남편 역의 장루이 트랭티냥,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남과 여>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덴마크의 악동 토마스 빈테르베르의 <헌트>는 유아원에서 일하는 한 선량한 교사가 어떻게 유아 성추행범으로 오인받고 핍박받는가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20일 처음 상영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도 화제작 중 하나다.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벌써 8번째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감독 홍상수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머가 가득한 새콤한 사탕 같은 작품(프랑스 매체 <에크랑 라르주>)”, “늘 그래왔듯 능수능란하고, 재미있으며, 형식적으로 매혹적인 삼부작(영국 평론가 제프 앤드루)”이라는 평들이 공식 상영 직후 트위터 등을 통해 퍼졌다. 21일 기자회견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이국적이지만 친밀한 어떤 것이 나에게 새로운 눈을 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칸의 ‘영화 날씨’는 늘 중반을 넘어서며 화창해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뉴질랜드 영화의 샛별 앤드루 도미닉의 <킬링 뎀 소프틀리>, 미국 독립영화의 재주꾼 제프 니컬스의 <머드>, 멕시코 영화기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포스트 테네브라스 룩스>, 이미 이런저런 경로로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21세기 최고작”이라고 평가받는 <코스모폴리스> 등이 남은 칸 영화제를 화창하게 할 라인업이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장편경쟁 부문에 오른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기대작이다. 칸 영화제는 27일 폐막한다.
칸/정한석 <씨네21> 기자 mapping@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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