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7분 기립박수…평단은 인색
자신을 “사회의 ‘생얼’(민낯)을 보여주는 냉혹한 리얼리스트”라고 지칭한 임상수 감독의 ‘도발’은 프랑스 칸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6일(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재벌들 이야기는 이제 재미없고, 앞으로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날선 발언을 던졌다.
<돈의 맛>으로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우아하게 폭력 없이 평화롭게 사는 백인들이 있지만 그 바탕에는 고통받는 이주민과 고통받는 아시아·아프리카 사람들이 있으며, 그 고통의 결과가 테러리즘이라고 생각한다”며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각성도 촉구했다. 그는 “영화 속 부정부패와 썩은 권력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에 세계 영화인들도 함께 고민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한국 사회를 조롱하는 백인 로비스트, 재벌가 집안, 이주노동자인 필리핀 하녀 등을 통해 “인종적인 위계질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돈의 권력과 모욕을 다룬 이 영화에 대한 칸의 관심은 높았다. 폐막 하루 전날인 26일 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열린 <돈의 맛> 공식 상영회는 2400여 좌석이 거의 들어찼다.
상영회에서 재벌가 ‘백금옥 여사’(윤여정)가 비서 주영작(김강우)을 탐하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장면은 감독이 “성적 관계의 역전”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상영이 끝나자, 관객들은 7분여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칸영화제에선 경쟁작 상영회가 끝나면 감독과 배우에 대한 예우를 담아 보통 5~7분가량의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지난 17일 이 영화가 개봉된 한국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듯이, 칸 공식상영회의 7분 기립박수 반응과 달리 현지 평단의 평점은 인색했다. 영화제 기간에 발행되는 잡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주는 평점에선 4점 만점에 1.4점에 그쳤다. 이 잡지는 또다른 경쟁 부문 진출작인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에는 평점 2.1점을 줬다. 칸영화제 수상작은 공식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평점이 수상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영화제 기간 중 관객과 평단의 높은 지지를 받은 작품은 8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깊이있게 조망한 미하엘 하네케(독일) 감독의 <아무르>와, 크리스티안 문지우(루마니아) 감독의 <비욘드 더 힐스>였다. 이미 한 차례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두 감독은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에서도 각각 4점 만점에 3.3점씩을 받았다.
칸(프랑스)/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