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 칸영화제 폐막
노부부 얘기 ‘아무르’ 최고상
삶과 죽음 의미 섬세한 조망
홍상수·임상수 수상은 실패
노부부 얘기 ‘아무르’ 최고상
삶과 죽음 의미 섬세한 조망
홍상수·임상수 수상은 실패
객석의 박수는 감독과 두 배우가 느릿느릿 무대로 올라설 때까지 예우를 멈추지 않았다. 70살 감독이 말을 뗐다. “두 배우와 함께 해서 행복하다.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영화다.” 42년 전, 이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81살 장 루이 트랭티낭이 말을 받았다. “스크린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이렇게 기뻤던 것은 처음이었다. 연기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나에겐 아름다운 기회였다.” 43년 전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여주인공, 84살 엠마누엘 리바가 그들 옆에서 기쁨을 나눴다.
‘칸영화제 나이’보다 더 많은 80대 배우와 70대 감독이 만든 영화 <아무르>(사랑)가 27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6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아무르>는 아내에게 느닷없이 치매와 중풍이 엄습한 80대 노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음과 가까워지는 걸 지켜보는 것이 힘겹다. 영화는 말도 제대로 못하게 된 아내의 뺨을 남편이 손으로 내려치는 대목에서부터 비극의 종착점으로 치닫는다. 사랑과 존엄, 삶과 죽음, 인생의 쓸쓸함을 섬세하게 조망한 영화다. 두 배우는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는 노년의 모습을 놀랍도록 사실감 있게 살려냈고, 감독은 사랑과 슬픔의 정서를 스크린에 채워냈다.
미하엘 하네케(오스트리아) 감독은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역대 7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감독이 됐다. 칸영화제는 지난해 <트리 오브 라이프>에 이어 파격 형식실험과 도발적인 내용의 영화보다, 삶의 의미를 잔잔하게 들여다본 영화에 최고의 영예를 안겼다.
심사위원대상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강제 노출된 한 개인의 변화를 다룬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리얼리티>가 수상했다.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성을 연기한 <더 헌트>의 매즈 미켈슨(덴마크)이 남우주연상을,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의 <비욘드 더 힐즈>에서 열연한 크리스티나 플루터, 코스미나 스트라탄이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한차례 받은 바 있는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은 이번엔 각본상을 수상했다. 역시 황금종려상 1회 수상경력이 있는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이 밑바닥 젊은 인생들의 희망찬가를 유머 있게 그린 <디 앤젤스 셰어>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유럽영화가 강세였던 이번 영화제에서 두 편이나 장편경쟁에 진출시킨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장편경쟁 3회 등 칸에 8번 초청받은 홍상수 감독(<다른 나라에서>)과 장편경쟁에 2회 오른 임상수 감독(<돈의 맛>) 모두 수상까지 이르진 못했다. 무엇보다 미하엘 하네케, 켄 로치 등 칸이 사랑한 거장 감독들의 신작들이 워낙 쟁쟁했다는 평가다. 또 극적인 이야기 전개 대신 우연과 사건이 교차 반복되는 홍 감독의 영화작법과, 재벌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적 상황을 그린 임 감독의 영화가 폭넓게 공감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돈의 맛>에 대해 “소재는 논쟁적이지만, (내용적으로) 진부한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27일 국내 기자들과 만나, “칸 공식 상영회에서 내 영화를 보면서 ‘이 정도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안 되지’란 생각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세금을 거의 안 내고 200조원대의 그룹을 물려받았다’는 대사로 모 재벌을 연상하고, 여배우 자살을 언급한 대사에서 여배우 성매매 사건을 떠올릴 수 있지만, 한국적 상황에 대해 (칸영화제 쪽과 외국언론 등이) 잘 모르니까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칸에 같이 온 배우들을 껴안으며 ‘다음에 다시 오자’고 말했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장편경쟁작은 아니지만, 신수원 감독의 단편 <서클 라인>(순환선)은 지난 24일 열린 비평가주간 시상식에서 유럽최대 케이블방송사 <카날플뤼>가 6000유로 상당의 장비지원 등을 해주는 ‘카날플뤼 상’을 받았다. 감독주간에 초청된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은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으론 처음 칸에 초대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칸(프랑스)/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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