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영화 <완득이>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김성윤의 덕후감
사실 <완득이>라는 영화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다는 건 좀 어려운 일이다. 휴머니즘 성장 영화여서 그렇기도 하고, 다문화라는 테마 때문에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칫 빠지기 쉬운 대중영화 특유의 상투들과는 다르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이 영화, 재기발랄하다.
줄거리는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미 많은 이가 봤을 테니. 따라서 각설하면,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건 표적이 사라진 세대가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라. 온갖 불만이 가득하지만 완득이는 분노를 표출할 수 없다. 완득이의 착한 품성도 한몫하겠지만,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 어느 곳에서도 표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시작에서 완득이는 ‘똥주 선생’을 죽여달라고 기도한다. 똥주 선생은 폭력 교사이고 심지어 보급으로 나오는 햇반을 뺏어먹는 악질 중에 순악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만한 선생이 없다. 사실 그는 이주노동자를 도우면서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얌마, 도완득” 하면서 평온한 일상에 침범해 들어오는 게 언제부턴가는 정겹기까지 하다. 이 정도면 이 시대의 이상적 스승 이미지에 가까울 정도다.
이번엔 아버지. 대개 질풍노도의 (특히 남자) 청소년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지극히 혐오스러워야 한다. 그는 날 억압하고 구속하는 존재여야 한다. 그래야 그런 아버지를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득이 아버지는 아들을 억압한다기보다는, 장애인으로서 오히려 내가 돌봐야 할 존재로서 등장한다. 따라서 아버지도 표적은 될 수 없다.
학교에서 잘나가는 녀석들(반장이나 일진)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하면 범생이로 잘나가든 날라리로 잘나가든 한판 붙어볼 만도 한데 딱히 노기가 치밀거나 하질 않는다. 반장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아이 같고 (게다가 사랑스럽고) 일진 녀석은 무섭다기보다는 허세 가득한 찌질이로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액션을 부려봤자 말짱 허사다.
그러니 완득이로서는 공허감과 고독감이 가득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생일 수밖에 없다. 어디 표출할 데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1978년의 무기력한 청소년을 다뤘던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교할 만한 구석이 많다. 거기서도 현수(권상우)는 형언할 길 없는 압력에 힘들어하는 모습이지 않던가. 그런데 1978년의 청소년과 21세기의 청소년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것은 현수에게는 표적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현수 주변에는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죽여야 할 상징적 아버지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는 나를 침묵하게 만드는 권위를 갖고 있으며, 학교에서 일진 녀석들은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처럼 아이들을 괴롭히며 온갖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다. 압권은 영화 막판 절권도에 각성하고 교실 복도 유리창을 깨부수는 장면이다. 현수는 포효한다. “대한민국 학교 ×까라 그래!”
흥미로운 대조점이지 않은가. 과거의 청(소)년들이 저항할 대상이 있었던 데 반해, 21세기의 <완득이>는 그 과녁을 지우고 있으니 말이다. 혹은 현실에 그런 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완득이>가 제시하는 해법은 자못 포스트모던할 수밖에 없다. 장애를 가진 아빠, 말을 더듬는 삼촌, 이주민 출신의 엄마, 옆집의 말 많은 미술가 아저씨, 삼류 무협소설 작가 누나, 똥주 선생 등과 서로 둥글게 손을 잡고 새로운 가상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아니면 킥복싱같이 자아실현의 새로운 출구를 찾든가. 그런 까닭에 <완득이>를 보고 나면 묘한 행복감과 더불어 하나의 의문이 똬리를 틀게 된다. 정말 우리 시대에 표적이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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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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