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의 디렉터스 컷]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노래방에서 부를 때면, 언제나 이 부분에서 울컥하곤 한다.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 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그대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이 노래의 화자가 견뎌야 했을 힘겨운 시간들과 이제 절대 ‘그대’와 헤어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떠올리노라면 늘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곤 했던 것이다.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건 무슨 치밀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노래를 흥얼거리다 가만히 가사를 되짚어 보니, 긴 부재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고 늦은 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인디스페이스가 마치 이 노래의 ‘그대’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난 그대와 재회하기 위해 가고 있는 거구나.’
지난 5월29일, 광화문에 위치한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재개관식이 열렸다. 새롭게 돌아온 ‘인디스페이스’는 정치와 자본 권력의 간섭 없이 독립영화를 온전히, 그리고 자유롭게 상영하기 위해 영화인과 관객들의 모금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민간’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2009년 12월 간판을 내린 이래, 2년6개월 만의 컴백 무대였던 이날의 개관식에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수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해 ‘그대’와의 재회를 자축했다. 개관식에서는 인디스페이스가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그린 영상물도 상영되었는데,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인듸’의 여정을 담은 짧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인듸’가 이웃마을에 사는 ‘영진이’를 만나 잠시 소원을 풀었던 일, 얼마 뒤 영진이가 ‘유인촌’이라는 마을로 이사 가면서 인듸가 버림을 받게 되었던 일, 홀로 된 인듸가 ‘민간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다시 영화관을 열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진 영상물이었다. 기막힌 작명 솜씨에 관객들 모두 배꼽을 쥐었지만, 그 풍자 속에 담겨진 아픈 기억들도 함께 느껴졌다.
새삼스러운 설명이지만, 인디스페이스는 한국의 독립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이다.
상업영화와는 또 다른 영역에서, 세상과 인간을 보는 다양한 시각, 새로운 예술적 시도와 성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독립영화의 매력이다. 그런 이유로 독립영화를 한국영화의 바탕이라 부르는 것이고, 그렇기에 인디스페이스의 존재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집’이 생겼을 뿐이다. 집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위함이듯이, 인디스페이스의 존재 이유 역시 그 안에서 상영될 영화와 이를 보게 될 관객들, 그리고 창작자와 관객의 소통을 위함일 것이다. 단순히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물리적 공간의 개념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관객층의 발굴, 독립영화의 다양한 배급방식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좀더 넓은 의미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달 새롭게 탄생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과 같은, 지역의 독립영화 상영관과의 활발한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몫을 하게 될 이는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올 관객들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옛 연인이 돌아왔다. 그 연인을 맞이한 노래 속의 화자는 이런 다짐을 한다.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 테요.’ 오랜 헤어짐의 시간 동안 무엇을 깨달았기에 이런 다짐까지 하는 것일까. 답은 이 노래의 제목에 있다. 그리고 이 경우, 노래 속의 화자는 영화인과 관객, 우리들 자신이다.
민용근 영화감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