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주연 김동욱씨
‘후궁’ 주연 김동욱씨
연정·광기 사이에서 애틋하고 불같았네
연정·광기 사이에서 애틋하고 불같았네
극 긴장 이끄는 성원대군역
귀엽고 명랑한 역할서 변신
“나를 기억해줄 작품 됐으면” “‘나는 나고 성원(성원대군)은 성원이다’라고 생각하고 비슷한 기억을 떠올려 봤어요. 저도 ‘내가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는데,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오잖아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 뭔가를 하게 되고요. 화연(조여정)에 대한 성원의 마음도 그때의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감이 되더라고요.” 첫 사극 연기, 배우 김동욱(29)에겐 대여섯 벌 껴입은 옛 궁중옷의 무게보다 자신이 맡은 성원대군을 이해하는 일이 더 무거운 과제였다고 했다. 6일 개봉하는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에서 유약한 왕 성원대군 역을 잘 소화해낸 그는 애틋한 연정과 불같은 광기 사이를 급하게 오가는 인물의 성격이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성원대군은 영화에서 형수인 왕비 화연을 짝사랑하면서 괴로워하고, 어머니인 대비(김지영)와 형수 화연 쪽이 맞서는 궁중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복잡한 인물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화연의 아버지를 구해준다고 약속을 하지만 말로만 끝나고 난 직후, 화연과 처음 만나는데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장면”에서 감정 변화가 수긍이 안 돼 자신의 경험을 되새김질했다고 했다.
김동욱은 2004년 단편영화 <순흔>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이후 장편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출연작 목록을 촘촘히 늘려 왔다.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귀여운 촐싹이’ 진하림 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2009년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국가대표>에서 ‘까불대는 최흥철’로 한 번 더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 뒤 해마다 두세 작품씩 꾸준히 출연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진 못했다. ‘30편이 넘는 출연작에 비해 아직 <커피프린스 1호점>과 <국가대표> 외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크게 잘된 작품이 없었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시나리오가 재미있거나, 역할이 매력적이거나, 함께하는 감독님과 배우들이 좋거나, 한 가지의 이유가 확실하면 출연했어요. 만약에 흥행이나 제 인지도를 항상 고민했다면 ‘아, 나는 작품 보는 눈이 없구나’ 하고 지금쯤 좌절하고 있겠지만,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새 영화 <후궁> 개봉을 앞둔 마음은 이전과 다르다고 했다. 그가 맡은 성원대군은 영화에서 화연에 대한 욕망으로 극의 긴장을 촉발하고, 권력 다툼에 대한 스트레스를 분출하면서 영화를 끌어간다. 그동안 출연 영화 가운데 가장 비중 있는 역이다. “촬영 중에 김대승 감독이 종종 ‘동욱씨 필모그래피에서 손꼽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저도 최선을 다했고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 그는 ‘어려 보이는’ 얼굴이 큰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대학 때는 나이 들어 보이려고 일부러 인상을 쓰고 다니고, 시력이 좋은데도 안경을 끼고, 몸을 키우려고 운동도 더 열심히 했죠.” <커피프린스>의 ‘귀여운 꽃남’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 명랑하고 살가운 역할을 제의받아 연기 폭에 대한 고민도 했지만, 이젠 “5년, 10년 뒤엔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단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성숙한 사람 역도 들어오겠죠. 정직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작품 속에서 차츰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10대 때는 특별한 꿈도 희망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대학에선 연기를 전공하면서도 처음 2~3년은 재미있고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일인데 중간에 포기하고 싶진 않았고, 다른 걸 할 게 없으니 ‘졸업은 하자’는 마음으로 버텼던” 고민 많은 청춘은 어느새 “<후궁>이 제 삼십대의 첫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해 왔던 작품들 속에서도 관객들이 기억해주는 손꼽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욕심내는 배우로 성장하는 중이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뉴스1,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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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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