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형사’의 배우 성유리
‘차형사’의 배우 성유리
‘나쁜 여자들’ 연기 첫발 뒤 10년
‘발연기’ 꼬리표에 슬럼프 겪기도
“아직 부족하지만 최선 다할래요”
‘나쁜 여자들’ 연기 첫발 뒤 10년
‘발연기’ 꼬리표에 슬럼프 겪기도
“아직 부족하지만 최선 다할래요”
“예전엔 ‘내가 이걸 해서 또 욕먹지 않을까’란 생각이 많았다면, 이젠 ‘욕먹으면 어때, 난 아직 부족한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쌓이면서 여유도 생기고, 새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2002년 드라마 <나쁜 여자들>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지 10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성유리(31·사진)는 이제야 촬영장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20일 끝난 드라마 <신들의 만찬>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단다. “이전까진 인터뷰에서 ‘연기가 정말 좋고 편해졌다’고 말을 해도 사실 제 마음이 완벽히 그렇진 않았어요.”
그는 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은 뒤 연기자로 변신했다. “멤버들이 각자 활동을 시작할 때였어요. 언니들은 라디오 디제이, 방송 엠시, 시트콤 등 할 일이 정해졌죠. 드라마 출연 제의가 왔는데, 주변에서 해보라고 권하는데다 저는 딱히 정해진 길이 없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연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엔 감독님이 저한테 기대가 하나도 없어서 그랬는지(웃음) 뭘 해도 ‘잘한다, 잘한다’ 추어올려 주셨어요. 그러다 두 번째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주인공을 맡으면서 구박을 많이 받았죠. 카메라 감독님이 ‘쟤는 도대체 뭐 하는 앤데 여기 와 있냐’라는 말씀도 했고요(웃음).” 연기 생활 초반, ‘연기 못한다’는 비아냥은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촬영장에 가면 늘 주눅이 들곤 했다. “기본기가 하나도 없이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굉장히 부족했죠. 부족한 건 알겠는데 부족한 부분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서 답답하기도 했고요.”
급기야 2004년부터 2년간 공백기와 슬럼프를 겪었다. “아무것도 못 했고, 어떤 의지도 없었고, 집 밖에도 잘 안 나갈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한번 더 연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이후 1~2년에 한 편씩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했다.
성유리는 지난주 개봉한 두 번째 영화 <차형사>로 영화배우로서의 가능성도 평가받게 된다. 그는 까탈스럽고 사나운 패션디자이너 고영재 역을 맡았다. 고등학생 때 연예계에 데뷔한 뒤 이전과는 달리 불평을 털어놓기보다는 참고 쌓아두는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그는 “지금의 저와는 반대인, 할 말 다 하는 성격의 영재”가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한다. 밝고 명랑한 캔디 같은 역을 주로 맡은 데서 온 연기 갈증도 이번 영화에서 약간은 해소했다. “드라마는 아무래도 여자 주인공의 성격이 한정적인 것 같다”며 영화에 욕심을 내는 그는 앞으로 절절하고 성숙한 멜로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세상 사람들이 내게 주목하진 않는다”는 생각으로 가끔씩 찾아오는 슬럼프를 이겨낸다. “코미디언 김효진 언니 인터뷰를 우연히 보고 깨달음을 얻었어요. ‘핫’하게 데뷔해서 큰 사랑을 받은 이후 어떤 작품을 해도 예전만큼 화제가 안 되니까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에서 ‘사실 세상은 너만 보지 않고 세상의 중심은 네가 아니다’란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는 거예요. 진짜 공감이 됐어요. 캐릭터가 조금 이상하거나 시청률이 안 나오거나 하면 초반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사람들이 온종일 저만 미워하고 무시하진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요즘의 소녀시대처럼 저한테 관심이 확 쏠리는 것도 아니고(웃음), 사람들의 관심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10여년 전, 항상 모두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심과 ‘제발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는 곳에서 하루만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동시에 품었던 소녀 가수는 혹평과 자책을 딛고 ‘지금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신조가 머리에 박힌 어엿한 연기자가 됐다. 그는 “<신들의 만찬> 때 체력이 달려 일주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았다”는 말을 별것 아니라는 투로 내뱉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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