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용산구 한강로 3가 한 빌딩에 2009년 1월20일 새벽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자 망루가 화염에 뒤덮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용근의 디렉터스 컷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
철거민들 왜 망루올랐는지
진압과 재판과정 어땠는지
흥분 않고 차분히 재구성
숨은 가해자들 향해 ‘일침’ 우리는 곧잘, 뜨겁게 분노하고 쉽게 잊는다. 수많은 억측과 의도된 왜곡 속에 분노의 본질은 희석되고, 진실은 갈 길을 잃는다. 모두가 분노를 등에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잘 잊기 위해 우리는 그만큼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했고, 무엇이 이런 비극을 만들었는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잘 기억해 두어야만 한다. 2009년 1월20일. 서울 한복판인 용산의 어느 건물 위에서 6명의 사람이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 생존을 위해 막다른 길에 내몰린 철거민 5명과 이들의 진압을 위해 투입된 경찰 특공대 1명이 그들이었다. 누군가는 이 비극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철거민들의 과격 시위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루한 공방 끝에 언제나처럼 사건은 점점 잊혀져 갔고, 수많은 의혹만 남긴 채 진실은 은폐됐다. 결국 힘없고 억울한 이들에게만 모든 책임이 전가된 채 사건은 종결됐다.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6월21일 개봉)은 법적으로 이미 종결된 이날의 사건을 3년이 지난 현시점에 다시 불러들인다. 그리고 경찰의 진술과 증거 동영상을 바탕으로 삼아 이날의 사건과 재판 과정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철거민의 입장만을 대변하거나 격앙된 감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차분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이날의 사건을 꼼꼼하게 복기한다. 사건 당시, 발화의 직접적인 원인에만 집착했던 수사방향은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지엽적 문제라는 듯, 영화는 사건의 배경과 본질을 향해 다각도로 접근해간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법과 질서’를 엄격하게 적용시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에서 시작해, 사건이 일어나던 날의 시간대별 상황과 경찰 특공대의 투입 정황,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검찰에 대한 의혹 등을 치밀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 재구성된 모습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참으로 무섭고도 슬프다. 철거민을 망루로 밀어 넣은 잔인한 자본의 시스템과 경찰 특공대를 망루로 올려 보낸 간악한 권력의 시스템. 힘없는 이들만 뜨거운 불 속으로 밀어 넣은 채 교묘히 숨어버린 사건의 진정한 가해자들을 떠올리며, 부당하고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우리 사회의 권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두 개의 문>이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은, 세련된 영화적 완성도와 성숙한 영화적 시선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에 있다. 영화는 쉽게 분노하거나 속단하지 않고,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결들을 꼼꼼히 보여준다. 그 성숙하고 세밀한 시선을 통해, 2009년의 용산 사건을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함의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왜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법적인 판결도 끝난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야만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망각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물 포 빨리 쏴! 전 경력 물포 전부 다 가동하세요, 전부 다!” 물로는 소화가 안 되는 시너 위에 물대포를 쏘라며 명령했던 당시 경찰 지휘본부의 어이없는 명령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3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건만, 4대강 공사로 인해 물난리가 나지 않았다며 자신의 업적을 뽐내고 있는 철없는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들의 망각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는 뜨겁게 분노하되, 차갑게 성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용근 영화감독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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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 왜 망루올랐는지
진압과 재판과정 어땠는지
흥분 않고 차분히 재구성
숨은 가해자들 향해 ‘일침’ 우리는 곧잘, 뜨겁게 분노하고 쉽게 잊는다. 수많은 억측과 의도된 왜곡 속에 분노의 본질은 희석되고, 진실은 갈 길을 잃는다. 모두가 분노를 등에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잘 잊기 위해 우리는 그만큼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했고, 무엇이 이런 비극을 만들었는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잘 기억해 두어야만 한다. 2009년 1월20일. 서울 한복판인 용산의 어느 건물 위에서 6명의 사람이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 생존을 위해 막다른 길에 내몰린 철거민 5명과 이들의 진압을 위해 투입된 경찰 특공대 1명이 그들이었다. 누군가는 이 비극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철거민들의 과격 시위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루한 공방 끝에 언제나처럼 사건은 점점 잊혀져 갔고, 수많은 의혹만 남긴 채 진실은 은폐됐다. 결국 힘없고 억울한 이들에게만 모든 책임이 전가된 채 사건은 종결됐다.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6월21일 개봉)은 법적으로 이미 종결된 이날의 사건을 3년이 지난 현시점에 다시 불러들인다. 그리고 경찰의 진술과 증거 동영상을 바탕으로 삼아 이날의 사건과 재판 과정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철거민의 입장만을 대변하거나 격앙된 감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차분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이날의 사건을 꼼꼼하게 복기한다. 사건 당시, 발화의 직접적인 원인에만 집착했던 수사방향은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지엽적 문제라는 듯, 영화는 사건의 배경과 본질을 향해 다각도로 접근해간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법과 질서’를 엄격하게 적용시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에서 시작해, 사건이 일어나던 날의 시간대별 상황과 경찰 특공대의 투입 정황,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검찰에 대한 의혹 등을 치밀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 재구성된 모습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참으로 무섭고도 슬프다. 철거민을 망루로 밀어 넣은 잔인한 자본의 시스템과 경찰 특공대를 망루로 올려 보낸 간악한 권력의 시스템. 힘없는 이들만 뜨거운 불 속으로 밀어 넣은 채 교묘히 숨어버린 사건의 진정한 가해자들을 떠올리며, 부당하고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우리 사회의 권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두 개의 문>이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은, 세련된 영화적 완성도와 성숙한 영화적 시선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에 있다. 영화는 쉽게 분노하거나 속단하지 않고,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결들을 꼼꼼히 보여준다. 그 성숙하고 세밀한 시선을 통해, 2009년의 용산 사건을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함의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왜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법적인 판결도 끝난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야만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망각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물 포 빨리 쏴! 전 경력 물포 전부 다 가동하세요, 전부 다!” 물로는 소화가 안 되는 시너 위에 물대포를 쏘라며 명령했던 당시 경찰 지휘본부의 어이없는 명령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3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건만, 4대강 공사로 인해 물난리가 나지 않았다며 자신의 업적을 뽐내고 있는 철없는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들의 망각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는 뜨겁게 분노하되, 차갑게 성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용근 영화감독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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