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배급사 ‘뉴’ 김우택 대표
투자·배급사 ‘뉴’ 김우택 대표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홈런
창립 4년만에 점유율 2위 돌풍
대기업 외면해도 작품성 보고 OK
“남북소통 관심…100억대 대작 기획”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홈런
창립 4년만에 점유율 2위 돌풍
대기업 외면해도 작품성 보고 OK
“남북소통 관심…100억대 대작 기획”
“왜 다른 회사가 거절한 영화만 오냐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불투명한 수익성과 민감한 소재 탓에 외면한 작품들을 집어들고 “좋은데, 왜 이 영화를 하지 않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영화들 속에서 “따뜻하고 재미있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내용의 힘을 봤기 때문이다.
<헬로우 고스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풍산개> <블라인드> <부러진 화살> <러브픽션> 등이 그의 회사가 투자·배급해 흥행과 사회적 파장을 낳은 작품들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얼마나 흥행하겠어?”란 관객 확장성의 우려를 받은 <내 아내의 모든 것>마저 20일까지 390만명을 넘기며 400만명을 눈앞에 뒀다.
15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투자·배급사 ‘뉴’(NEW)의 김우택(48·사진) 대표. 이틀 전 <내 아내의 모든 것>의 ‘350만 돌파 파티’를 했다는 그는 “이 정도까지 예상은 못했지만, 잘되리라 믿었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민규동 감독의 재주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코믹하면서도 소통의 의미를 던진 이 작품의 이야기가 관객층을 폭넓게 흡수했다고 보았다.
2008년 충무로에 등장한 중소 투자·배급사 ‘뉴’는 진흙에서 진주를 캐내는 안목으로, 대기업을 위협하는 ‘일시적 돌풍’을 넘어 ‘상시적 강풍’이 되고 있다. 씨제이이앤엠(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3강 체제의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와, 소니픽쳐스 등 미국 직배사들 틈에서 지난해 ‘뉴’가 배급한 영화들의 관객점유율이 3위였다. 324만명을 모은 <부러진 화살>의 흥행 덕에 올해 1분기 관객점유율에선 씨제이에 이어 2위를 했다. “설립 초기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으려다, 회사가 2년이 안 됐다며, 대출심사도 받지 못했다”던 ‘뉴’가 창립 3년 만에 ‘톱3’에 올라선 것이다.
영화계에선 ‘작지만(저예산·중급영화) 옹골진(양질 콘텐츠) 영화’로 큰 영화들의 틈새를 파고든 게 주효했단 평을 내놓는다.
김 대표도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제작비 2억~3억원짜리 영화나, 대기업이 여러 고려 때문에 못하는 영화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시나리오 선택 회의를 할 때 23명 직원이 모두 모여 논의하고, “작품에 전 직원이 공감할 때” 투자·배급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작품들의 본질(콘텐츠)이 좋았기 때문이다. 영화시장이 성숙해져서 예산규모가 작고 큰 영화가 아니라, 영화 본질이 좋으냐 나쁘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쇼박스, 극장 메가박스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그는 대기업에선 상상할 수 없던 한 장면을 뿌듯한 마음으로 떠올렸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손익분기점을 지나) 164만명을 모았을 때 행복했어요. 100만명을 넘기고 파티를 했는데, 대기업에 있던 제가 100만 파티를 한 것도 처음이었죠.”
그는 대기업이 영화시장을 키운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과도한 편애’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기업의 사회문화적 책임도 있으니, 공정한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자신들의 영화에 (스크린을 조금 더 주는) 편애를 할 순 있어요. 그러나 이젠 극장 수가 충분히 많아져서, 일정 부분 다양한 영화에 스크린을 내줘도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의 흥행 결과에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른 영화들도 성장하도록 배려했으면 합니다.”
대기업이 손대지 않은 영화를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대안적 배급사”가 됐다며 웃는 그는 상업자본이 꺼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8월 말) 등 5억원 미만 영화에서부터, 코미디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8월9일), 코믹호러 <점쟁이들>(9월) 등 제작비 50억원이 넘는 영화의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 소통”에 관심이 많아 100억대 전쟁영화도 기획중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로 관객과의 교감을 꿈꾸는 그는 그래서, 대기업 주도 영화판을 흔든 ‘뉴’를 “꿈이 많은 배급사”라고 칭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뉴 제공
사진 위부터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모든 것>, <그대를 사랑합니다>.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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