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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 안의 욕망까지 고발하는 저널리즘적 박력

등록 2012-06-24 19:57

김영진의 시네마즉설
다큐 ‘두 개의 문’
김일란·홍지유 감독의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에 관해선 이미 지난주 <한겨레> 지면을 통해 민용근 감독이 훌륭한 평을 썼다. 단정한 문장으로 써내려간 그의 평에 다 동의하면서도 굳이 이 영화를 재론하는 것은 뭔가 덧붙일 말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장면이 떠오른다. 이 영화의 두 감독과 함께 필자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던 개봉 전날 극장 주변에선 전국철거민연합 사람들이 <두 개의 문> 포스터를 붙인 봉고차 두 대를 몰며 홍보하고 있었다. 극장이 있던 대학로 주변 거리엔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오가고 있었으나 다소 무시무시하게 도안된 <두 개의 문> 포스터에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두 감독은 홍보차량을 보고 흥분한 눈치였으나 나는 왠지 이 ‘필견’(必見)의 영화에 대한 사회적 반응의 척도를 훔쳐본 것 같아 민망했다. 다행히 <두 개의 문> 초반 흥행은 꽤 좋아서, 개봉관이 몇 개 되지 않지만 매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배급사 관계자들이 자랑했다. 그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게 내가 이 영화에 관해 첨언하려는 진짜 이유이다.

<두 개의 문>이 새로운 건, 이런 유형의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흔히 취하는 일방적인 피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건을 재구성한 그 저널리즘적 박력에 있다. 현장에 입회해야만 진실을 볼 수 있다고 하는 현장 중심주의의 강박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부조리하게 진행된 재판의 와중에서 김일란·홍지유 두 감독은 경찰 쪽 증언을 유심히 채록하고 재구성해서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 올라 있던 농성자들과 그들의 유가족, 비슷한 처지에 있던 철거민들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멍청하게 전개된 진압작전을 일선에서 수행했던 특공대원들에 대해서도 두루 공평한 관심을 보인다. 무뇌아 수준으로 작전을 입안하고 재앙이 시작될 당시에도 자신의 부하들에 대한 어떤 배려심도 보이지 않았던 경찰 수뇌부의 아전 근성은 권력이라는 것이 강제하는 치욕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증거한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논란이 크다. 개봉 전 디엠제트(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지 않은 것, 현장 화면이 더 많이 쓰이지 않은 것, 사건의 재구성에 의존해 마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처럼 전개되는 영화의 대중적 형식 등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했다. 내 생각은 그와 정반대다. 나는 그동안 이쪽 편에 카메라를 두고 저들을 성토하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소수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지 않는 이 사회의 기득권에 맞서 소수자의 목소리와 초상권을 스크린에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좀더 중립적이고 입체적 형식을 취한 <두 개의 문>의 가치도 분명하다. 이 영화는 용산참사를 낳게 한 부패한 권력과 자본의 억압을 물론 고발하지만 그 이면에 그들의 억압을 방기하게끔 만든 우리 안의 욕망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지난 총선 때 몰아친 뉴타운 광풍을 추동한 우리 안의 욕망 말이다. 굳이 현장의 스펙터클을 내세우지 않는 대신, 이미지보다는 증언과 재연 목소리, 여타 사운드를 통해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에 더 주목하도록 한 이 영화의 연출도 그런 의도의 배경으로 읽힌다. 분노와 함께 되돌아보고 다른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 그게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고 덩달아 나도 바라는 이유이다.

명지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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