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절반 스파이더맨 쏠려
4일만에 170만명 ‘흥행몰이’
‘두개의 문’은 수요 있어도 외면
4일만에 170만명 ‘흥행몰이’
‘두개의 문’은 수요 있어도 외면
“무섭네요!”
‘스파이더맨’이 한국 스크린을 집어삼키는 기세 앞에서 국내 영화계 한 관계자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28일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 오락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전국 스크린 절반 넘게 도배하며 개봉 나흘 만인 1일까지 170만명을 모았다. 지난 토요일에만 62만8000여명, 일요일에 50만8000여명 등 주말에 114만여명을 동원했다. 올해 국내 흥행 1위 <어벤져스>(706만명)의 개봉 4일째 관객 수(163만명)보다 많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소니픽쳐스 신동혁 이사는 2일 “아이·어른 아우르는 팬층을 가진 영웅 캐릭터이고, 이전 시리즈와 다른 배우가 주연을 맡는 등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고아 청년(앤드루 가필드)이 죽은 아버지의 비밀을 찾는 과정에서 스파이더맨이 돼 악당과 맞서는 이야기다.
스크린 싹쓸이도 <스파이더맨>의 흥행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30일 전국 1974개(2011년 기준) 스크린 중 56%인 1114개관, 1일엔 1102개관에서 상영됐다. 매년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개봉 때 되풀이되는 스크린 독식이 재현된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트랜스포머3>과 <미션임파서블4>도 개봉 첫 주 각각 1409개, 1038개 상영관을 휩쓸었다.
한 복합상영관 쪽은 “관객들이 많이 보고 싶어하고 수익성이 높은 영화에 좋은 시간대와 많은 스크린을 내주는 시장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복합상영관 관계자는 “한국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후궁 : 제왕의 첩>은 이미 많은 관객들이 봤고, 최근 개봉한 <미쓰고> <아부의 왕>은 관객 관심이 높지 않아 <스파이더맨>에 스크린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은 한 영화에 스크린 절반 이상 몰아주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스파이더맨>의 1일 전국 좌석점유율은 41.7%, 서울 좌석점유율은 50.3%였다. 이날 1102개 상영관의 전체 좌석(122만3811석) 중 전국 평균 절반 가까이만 찼다는 의미다.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 규모를 넘어 상영하는 ‘스크린 과포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영 중인 한 국내 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는 “주말 좌석점유율이 30%대여도 높다고 보기 때문에 40~50%라면 높은 수치”라면서도 “다른 영화에 스크린을 좀더 내주어도 <스파이더맨>의 관객층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 공세 틈에서, 상영관이 전국 23개관에 불과한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은 개봉 11일째인 1일까지 1만5665명을 모으며 독립영화 흥행선인 1만명을 넘어 흥행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참사를 다룬 이 영화는 2일 씨지브이(CGV) 상암 ‘무비꼴라쥬’관(108석)에서 밤 9시50분 1회차만 상영되는 등 복합상영관의 높은 문턱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하루 3~4회차씩 <두 개의 문>을 상영하는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의 이현희 프로그래머는 “<두 개의 문>을 보고 싶어도 자기 지역에 상영관이 없거나, 씨지브이 (다양성영화전용관인) 무비꼴라쥬관에선 오전 일찍 또는 밤 늦게 상영하니까 관객들이 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요구와 관객층 수요가 있는데도 복합상영관이 스크린을 좀더 열어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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