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하는 개그맨들
인기 가수는 1억대까지 요구
개그맨들 캐릭터 활용해 인기
“코믹 과장해 몰입 방해” 비판도
개그맨들 캐릭터 활용해 인기
“코믹 과장해 몰입 방해” 비판도
개봉 예정인 외국 애니메이션 수입사의 관계자는 한 인기 가수 쪽에서 목소리 더빙과 영화 삽입곡을 부르는 대가로 1억원대 출연료를 요구해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국내 유명 작가 소설의 영화화 판권료와 비슷한데다, 목소리 출연료로 억대를 줬다고 공개된 사례도 없어서다. 고심하던 수입사는 홍보효과를 고려해 1억원 가까운 출연료를 주기로 했다.
연예인들의 애니메이션 더빙이 유행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요즘 웬만한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더빙판에선 성우 대신 슈퍼주니어·카라·소녀시대·티아라 등 아이돌 그룹 가수와, 코미디언들이 주요 배역을 꿰차고 있다. 특히 최근엔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 출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5일 개봉한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선 개그맨 양상국·안윤상·김준현이, <아이스에이지4>(26일 개봉)에선 개콘의 ‘꺾기도’ 꼭지 출연진이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섀미의 어드벤쳐2>(8월2일)에선 가수 아이유·이기광 외에 개그맨 김원효가,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8월15일)엔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 출연진이 목소리 더빙에 나섰다. 이들은 대개 하루 또는 이틀간 녹음작업에 참여하며, 출연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한 외국 애니메이션 수입사는 “개콘 개그맨 중에서도 최근 대세로 꼽히는 이들은 목소리 출연료로 2000만~3000만원을 받고, 인기 아이돌 가수는 5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애니메이션의 마케팅 담당자는 “성우들도 출연료가 천차만별이지만, 성우들의 대략적 평균 출연료는 개그맨들의 30% 수준”이라고 전했다.
코미디언 등 연예인들의 섭외가 잇따르는 것은 그들의 특징적 캐릭터와 순발력을 이용해 극의 재미를 높일 수 있고,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높아 관객 유인효과도 크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올 초 개봉한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은 하하·최효종·김원효의 목소리 출연을 앞세워 손익분기점(45만명)을 넘긴 76만명을 모았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담당한 ‘블루미지’의 이명진 과장은 “영화 개봉 넉달 전 시사회를 미리 한 뒤 연예인 더빙으로 누가 좋겠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당시 관람한 엄마들과 아이들이 모두 개콘 멤버들을 꼽아 이들을 섭외하게 됐다”며 “김원효씨의 ‘안돼~’등 유행어를 영화 속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연예인들이 목소리 더빙을 하면서 코믹 요소를 과장되게 부각하거나, 미숙한 연기력을 보여줘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연예인 캐스팅이 마케팅엔 도움이 되겠지만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코믹연기를 강조하다보니 애니메이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타임스토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