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개의 달> 김동빈 감독(왼쪽)과 이종호 작가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자리잡은 공포영화 제작사 ‘고스트픽쳐스’ 사무실에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두 개의 달’ 김동빈 감독·이종호 작가
숲속 외딴집 비밀 벗기는 심리공포
산자와 죽은자 공존하는 공간 설정 “대기업투자로 과감한 기획은 위축
소재·표현수위 넓혀 위기 돌파해야
어느때보다 공포작가 고달픈 시대” 여름은 장마전선과 함께 공포영화 몇 편을 달고 온다. 하지만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년·163만명) 이후 한국 공포영화의 최고 관객 동원이라고 해봐야 70만~80만명이었다. <링> <레드아이> 등 공포영화 두 편을 연출한 김동빈(54) 감독과, <분신사바> <이프> <귀신전> 등 공포소설을 전문적으로 쓴 이종호(48) 작가도 “최근 4년간의 공포영화가 좀 갑갑했다”고 한다. “영화마다 소재는 다르지만, 뭔가 귀신이 있는 것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되풀이하다 결국 한을 품은 원혼의 저주, 귀신 이야기로 귀결되는 식이죠. 뻔한 느낌을 준 거죠.”(이종호)
“공포영화는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비(B)급 하위장르로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여고괴담>(1998)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공포영화가 대기업이 투자하는 메이저 장르로 올라온 뒤, 손실을 줄이려고 모험적이지 못하고 익숙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반복한 거죠. 여름 개봉을 위해 급히 기획되니까, 관객이 외면하고, 다시 기획이 위축되니까 소재가 확장되지 못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김동빈)
12일 개봉하는 <두 개의 달>은 공포 장르 ‘꾼’들인 김 감독(연출)과 이 작가(극본)가 뭉친 공포영화다. 이 작가와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가 공동대표로서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고스트픽쳐스’를 세워, 김 감독에게 창립 작품을 맡겼다. <고사> 이후 공포영화로는 4년 만에 100만 관객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5일 서울시내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젠 갑자기 뭔가 튀어나온다든지, 소리로 깜짝 공포를 주는 것을 관객들도 식상해할 것 같다. 집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적 느낌으로도 긴장감을 힘있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영화는 숲 속 외딴 집 지하실에서 깨어난 3명의 남녀(박한별·김지석·박진주)가 왜 이곳에 오게 됐는지,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며 극의 마지막 큰 공포까지 관객을 끌고 간다. 소리와 기괴한 표정의 이미지를 통한 ‘공포 급습 효과’란 쉬운 길을 피한 채,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며 옥죄는 ‘심리적 공포’에 초점을 둔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영화 속 집은 이승의 달과 저승의 달이 함께 뜨면서 사람과 귀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이 작가는 “(우주는 여러 차원의 시공간이 존재한다는) 다차원 이론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승과 저승의 차원이 있을 것이고, 이 두 개의 차원이 겹치면 사람과 귀신이 함께 겹치는 중립공간이 생길 텐데, 그곳이 바로 영화 속의 집”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극 초중반의 공포감이 조금 밋밋하고 부적·주술과 같은 극중 장치들이 긴장감의 흐름을 방해해 반전 효과를 감소시킬 여지도 남긴다.
올해에도 국내 영화계는 <미확인 동영상>(5월30일 개봉·86만명), <두 개의 달>, <무서운 이야기>(26일 개봉) 등 3편의 공포영화를 내놓았다.
김 감독은 “현재 공포영화가 15살~20대 중반을 겨냥해 기획되니까, 표현의 수위를 순화하다 보니 공포의 세기도 약해지게 된다”며 “1990년대 말 <여고괴담>을 보며 공포영화 부흥기를 겪은 지금의 30대 등 성인 관객을 위해 삶의 문제와 맞닿은 이야기로 소재를 확대하고, 표현 수위를 확장한 공포영화가 나올 필요도 있다”고 했다.
“고스트픽쳐스에서 매년 한편씩 공포영화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 작가는 “코믹호러, 액션호러 등 오락요소가 강한 공포영화를 만들어 공포 장르의 폭을 넓히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상 공포를 만들어내는 자신들이 최근 맞닥뜨린 현실적 고민을 내비쳤다.
“이 시대는 공포 작가가 살긴 힘든 시대입니다. 아무리 힘들게 써도 지금 벌어지는 현실 공포를 따라갈 수 없거든요. 학교폭력,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폭력범죄, 권력의 폭력성 등이 주는 공포가 더 무서운 시대가 됐으니까요.”
비가 내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두던 김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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