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4년만에 새 작품 선보이는 김기덕 감독
18번째 영화 ‘피에타’ 제작 보고회
“통렬한 슬픔…논란 여지 있을 것”
“기회가 되면 연기도 해보고 싶어”
18번째 영화 ‘피에타’ 제작 보고회
“통렬한 슬픔…논란 여지 있을 것”
“기회가 되면 연기도 해보고 싶어”
뒷머리를 묶고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 <비몽>(2008년) 개봉 이후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공식 자리에 나온 건 4년 만이다. 김기덕(52) 감독은 “인터뷰를 거절해온 건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하고, 감독은 때론 자기 생각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젠 ‘내 생각을 100% 동의 받으려고 하진 말자, 부드럽게 살아가자’라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언제 숨을지 모르지만…”이라며 웃었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김 감독의 열여덟번째 영화 <피에타>(8월 말 개봉)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1891년 세워진 이 성당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 것도, 김 감독이 자신이 찍은 영화로 제작보고회를 한 것도 처음이다.
그는 “우린 극단적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 돈 때문에 인간관계가 엉키고, 그것 때문에 크게는 전쟁, 작게는 일상의 사소한 싸움까지 생긴다”며 “이 영화는 가족과 복수에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에 의한 사회의 비극을 얘기하고 싶었다 ”고 했다.
영화는 채무자의 돈을 잔혹한 방법으로 뜯어내며 사는 남자(이정진) 앞에 엄마(조민수)라는 사람이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통렬한 슬픔을 지닌 영화”라는 이 작품은 아들과 엄마 사이에 감춰진 잔인한 비밀을 들춰낸다. 감독은 영화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란 정도까지만 소개했다.
그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대해) 우리 모두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공범이다. 결국 우린 신이 자비를 베풀기를 기다리는 존재”라고 말했다. 피에타는 이탈리아 말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이다.
그는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엔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영화 소재와 주제의식에 대해 논쟁의 중심에 서기 일쑤였고, 큰 흥행을 하진 못했다.
그는 자신이‘국내보다 외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말에 일단 동의했다. 김 감독은 “국내에선 내 영화가 외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외국에선 내 영화를 상업영화로 받아들이더라”며 “<빈집>으로 수상할 당시 이탈리아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도 받았는데, 외국 고등학생이 이해하는 영화를 한국은 왜 이해하지 못할까 섭섭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내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나, 비디오 대여로 많이 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잠재적 관객이 50만명은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영화를 찍는 것이 행복하고, 기회가 되면 연기도 해보고 싶다”며 “<피에타>에 대해선 관객들이 극장으로 와주는 수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 이정진씨는 “김 감독에 대한 선입견들이 있는데, 작업을 해보니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를 해도 괜찮을 만큼 편안했다”고 거들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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