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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엄마와 모성 ‘불편한 진실’ 들춰내다

등록 2012-07-22 20:12

영국 영화 ‘케빈에 대하여’
영국 영화 ‘케빈에 대하여’
영국 영화 ‘케빈에 대하여’
원치않은 임신으로 달라진 삶
반항적인 자식과의 갈등 그려
틸다 스윈턴의 내면연기 ‘눈길’
영화는 무겁고 어둡다. 감독은 편안히 웃음 지을 틈을 조금도 열어주지 않는다. 여주인공 ‘에바’(틸다 스윈턴)가 직장을 얻어 기뻐하는 순간에도, 그와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이 “지옥에나 떨어져라” 하며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끼워넣어 관객의 감정이완을 바로 틀어막는다. 감독은 고통스러운 주제와 마주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내가 낳은 아이가 전혀 사랑스럽지 않으면 어떨까?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하고 싶었다.”

26일 개봉하는 영국 영화 <케빈에 대하여>(감독 린 램지)는 절망에 빠진 에바의 눈빛과 그를 향한 경멸에 찬 시선을 훑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알 수 없는 사연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는 에바에게 일어난 일들을 조금씩 보여주며 그를 향한 시선들에 얽힌 실마리를 던져준다.

에바는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고 아들 케빈을 얻는다. 그는 아들이 여행가인 자신의 삶을 집에 가둔 존재로 여긴다. 시끄러운 공사장 소음 속으로 아이를 데려가 케빈의 울음소리를 파묻는 식이다. “난 네가 태어나기 전에 더 행복했어”란 말 속에 에바의 심정이 담겨 있다. 엄마의 불만과 분노는 아이의 마음에 고스란히 이식된다. 어린 케빈은 엄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거나, “노, 노!”로 대꾸하고, 엄마 방에 빨간 물감을 뿌려놓으며 반항한다. 고등학생이 된 케빈은 엄마가 아끼는 여동생에게 위해를 가하고,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 엄마가 홀로 짊어질 최대치의 고통을 안긴다. 영화에서 따뜻한 장면을 꼽는다면 에바가 동화 <로빈 후드>를 읽어주고 어린 케빈이 엄마 품에 파고드는 모습인데, 동화 <로빈 후드>는 역설적으로 케빈에게 엄마를 향한 복수의 한 방편을 제공한다.

영화는 자신을 원하는 이가 없다는 외로움이 내면을 채웠을 때, 한 조각의 사랑조차 받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 얼마나 참혹한 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고등학생 케빈을 연기한 에즈라 밀러(20)의 섬뜩한 눈빛은 공포심마저 자아낸다.

영화는 아이를 낳으면 모성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고 강변할 수 없는 문제이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짊어지는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함께 비춘다. 현재 촬영중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도 출연중인 틸다 스윈턴은 엄마로서의 심적 갈등과 죄책감, 상실감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출한다.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작, 런던영화제 작품상 수상작이었으며, 틸다 스윈턴은 이 영화로 올해 미국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원제목은 ‘우린 케빈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해’(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다. 영화는 ‘우린 엄마, 그 모성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호진 기자, 사진 티캐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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