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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오누이를 쫓는 낯선 남자, 진짜 귀신은…

등록 2012-07-22 20:18수정 2012-07-22 22:01

(시계방향으로) ‘해와 달’ ‘공포 비행기’ ‘앰뷸런스’ ‘콩쥐, 팥쥐’ 편.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시계방향으로) ‘해와 달’ ‘공포 비행기’ ‘앰뷸런스’ ‘콩쥐, 팥쥐’ 편.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옴니버스 호러 ‘무서운 이야기’
오싹하고 섬뜩하고 괴기스런…괴담 그 이상의 공포
‘해와 달’ ‘공포 비행기’ 등 네 편
오누이만 있는 집에 온 낯선 남자
비행기안 여성들 해친 연쇄살인마
좀비 맞서 딸 구하려는 엄마 그려
청소년 관람불가가 공포수위 대변

<무서운 이야기>(25일 개봉)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다. 칼로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을 끊거나 몸을 가르고, 피가 튀기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극중 인물이 ‘인육’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도 봐야 한다. 어떤 대목에선 귀가 따가울 정도로 효과음을 높여 공포심을 키우려 한다. 몇몇 불편한 장면들을 견뎌낼 수 있다면, 오싹한 체험을 전해줄 공포영화가 될 것이다. 다른 국내 공포물처럼 고등학생까지 겨냥한 15살 관람가 영화가 아니기에, 표현의 수위와 소재의 폭을 넓히며 공포의 크기를 확대시킨다.

‘네 가지 공포’를 맛볼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다. 영화는 한 남자(유연석)에게 잡혀온 여고생(김지원)이 칼을 들이대며 ‘무서운 이야기’를 해 달라는 남자의 요구에, 네 편의 공포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개된다. 독립된 네 편의 영화를 묶는 스토리 연결 부분은 민규동 감독이 찍었다.

영화 속 <해와 달>(감독 정범식)은 어린 오누이만 있는 집에 누군가 침입할 것 같은 심리적 공포를 다루고 있으며, <공포 비행기>(감독 임대웅)는 비행기 안에서 연쇄살인마(진태현)와 승무원(최윤영) 사이에 벌어지는 살인의 위협과 폐쇄성의 공포를 다룬다. 전래동화를 재해석한 <콩쥐, 팥쥐>(감독 홍지영)는 60대 재력가(배수빈)와 서로 결혼하려는 두 자매(정은채·남보라)의 욕망을, 인육이란 소재와 섞어 섬뜩하게 엿본다. <앰뷸런스>(김곡·김선 공동연출)는 좀비가 득실거리는 도시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걸렸을지 모를 딸을 구급차에 태워 살려내려는 엄마(김지영)의 사투를 처절하게 그렸다.

지난 18일 시사회가 끝난 뒤, 출연배우들도 가장 무서웠다고 꼽은 작품이 <해와 달>이었다. 2007년 공포영화 <기담>을 연출했던 정범식 감독은 어른 없이 집에 남겨졌을 때 옥죄어 오는 어린아이들의 불안함과, 누군가 문고리를 돌려 집으로 들어오거나 베란다에서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의 정서를 세심하게 포착해냈다. 감독은 택배원이 침입할까봐 무서움에 떠는 어린 오누이의 ‘판타지 공포’를 먼저 경험하게 만든 뒤, 전혀 다른 인물이 나오는 현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회사에서 해고된 뒤 분신자살한 누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택배원으로 위장해 집에 혼자 있는 해당 기업주의 어린 아들을 죽이려는 남동생의 얘기를 보여준다. 현실 이야기로의 전환이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주 아들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남동생을 바라보는 누나의 혼령은 시각적으로 무서움을 주면서도, 동생마저 이렇게 내몬 현실 앞에서 흐느끼는 누이의 슬픔까지 품고 있다. 정범식 감독은 “우리 사회의 부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이 주는 공포, (그 공포에서 겪는) 아픔과 슬픔을 함께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를 만든 김곡·김선 쌍둥이 형제 감독이 연출한 <앰뷸런스>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소재를 쓴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는 그들의 말처럼, ‘좀비물’을 다루고 있어서다. 두 감독은 좀비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놓고 구급차 안에서 의사, 간호사, 딸을 태운 엄마 사이가 어떻게 균열되고 허물어지는지를 비춘다.

감독들도 “좀비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믿음과 사람 사이의 내분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구급차로 달려와 차 창문에 부딪히는 좀비들의 특수분장도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일조한다. 의료진이 자신의 딸이 누운 간이침대를 구급차에서 밀쳐내려는 순간, 그 침대를 붙잡는 배우 김지영의 눈빛에서 엄마의 처연함이 인상적으로 밀려든다. 영화의 재미는 결국 좀비 바이러스가 누구에게까지 옮겨졌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에 커진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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